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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5 (토)

[무인기 중간조사결과 발표] 정황증거 많은데 '스모킹 건' 못 찾아… GPS 좌표 해독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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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北소행 '결정적 증거' 찾을 수 있나

부품 일련번호 고의 훼손 구입처 역추적도 난관

다중 암호 걸어 놨거나 휘발성 메모리 사용 땐 좌표도 해독 못할 가능성

한미 합동 조사팀 구성 CPU 메모리 집중 분석

한국일보

국방과학연구소 김종성 무인기 체계개발단장이 11일 대전 유성구 국방과학연구소에서 3대의 무인기를 앞에 두고 무인기에 탑재된 부품과 카메라 제원 등을 설명하고 있다. 대전=사진공동취재단


중앙합동조사단이 최근 잇달아 발견된 3대의 소형 무인항공기를 북한제로 볼만한 무수한 정황증거를 포착했지만 이른바 스모킹 건(Smoking Gunㆍ결정적 증거) 확보에는 이르지 못해 일단은 대북 대응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유력한 스모킹 건은 GPS좌표

천안함 피격 사건과 같은 논란과 국론 분열을 빚지 않기 위해서는 결정적 증거를 확보하는 게 대단히 중요하다. 정황 증거만 확보되다 보니 이번 무인기 침투 사건도 벌써부터 북한제가 아니라는 의혹이 일각에서 제기되는 실정이다.

북한제로 확정하기 위한 결정적 단서는 대략 3가지 경우에서 찾을 수 있다. 우선 무인기 3대가 찍은 사진에서 북한 지역이 있는 경우다. 백령도 추락 무인기에서는 이륙 당시 시험용으로 찍은 듯한 주변 사진에 발사대로 보이는 물체가 흐릿하게 있었지만 북한 지역으로 확정하기는 어렵다. 삼척 무인기에서도 메모리 카드를 확보했지만 포맷이 돼 복원이 불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 군 관계자는 "사진에서 결정적 증거를 찾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주로 6개국 제품으로 구성된 무인기 부품을 역추적해 북한이 구입한 사실을 확인하는 작업도 있지만 판매처를 확인하고, 구입자를 밝혀내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특히 송신기 칩은 일련번호가 고의로 훼손됐고, 동영상 송신기의 제품명도 지워져 역추적을 피하기 위한 의도로 읽힌다. 북한이 제3자를 내세워 우회 경로로 구입했을 경우 밝히기가 불가능하다. 기판 등 북한제 추정 부품도 나왔지만 확정할 만한 단서는 없었다.

합조단은 위성항법장치(GPS) 좌표를 가장 유력한 스모킹 건으로 꼽고 있다. GPS 수신기가 장착된 이들 무인기는 임무 명령 데이터에 의해 이륙한 뒤 사전 입력된 좌표를 따라 비행하면서 정해진 상공에서 사진을 촬영하고 복귀 좌표를 따라 북쪽으로 되돌아 오도록 고안돼 있다. 따라서 복귀 좌표를 풀면 이ㆍ착륙 지점이 나오게 된다. 국방부 관계자는 "중앙처리장치(CPU)와 메모리에 내장된 데이터를 통해 비행 경로를 분석하면 무인기들이 어디서 발진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군 당국은 기존 중앙합동조사팀에 추가해 국방과학연구소(ADD) 무인기 사업단장이 팀장이 되고 천안함 사건 때와 마찬가지로 국내ㆍ외 민간전문가가 참여하는 다국적 과학조사전담팀을 꾸려 조사에 나설 계획이다. 한국(13명)과 미국(5명)의 무인기 전문가들로 구성되는 이 팀은 무인기의 CPU에 내장된 메모리를 분석하는 데에 집중할 것으로 알려졌다.

GPS해독도 곳곳에 난관

GPS 해독 전망이 그리 밝다고는 할 수 없다. 김종성 ADD 무인기 체계개발단장은 "CPU 보드에 접속해 데이터를 꺼내야 하는데 접속이 잘 될 경우 2주면 끝나지만 안 되면 별도의 새로운 보드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한 달 이상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릴 수 있다는 것이다.

아예 좌표 해독에 실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문제가 되는 건 북한이 좌표를 해독하지 못하도록 조치를 해놨을 경우다. 다중 암호를 걸어 놨다면 이 암호를 해독하는 데 최소 수개월이 소요될 거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좌표 해독이 시도될 경우 데이터가 자동 손상되도록 했을 수도 있다.

컴퓨터 부품이 생소하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김 단장은 "메모리가 한 번도 접해보지 않은 중국제여서 관련 기관을 통해 중국에서 회로 매뉴얼을 입수, 고장이 나거나 리셋되지 않도록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며 "임무 설정 데이터가 들어 있는 CPU 메모리가 전원을 내리면 저장 데이터가 사라지는 휘발성 메모리일 경우 확인이 불가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 소식통은 "비행 조종 컴퓨터 내에 장착된 코드 입ㆍ출력 연결 보드가 북한 자체 제작품으로 추정되는 만큼 좌표 해독이 불가능하리라는 전망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권경성기자 ficciones@hk.co.kr
국방부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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