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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5 (토)

경계실패·늑장보고 드러났는데… 책임지는 지휘부는 한명도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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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대책마련에 치중… 軍문책엔 신중한 태도

북한 무인기가 우리 영공을 제집처럼 넘나든 증거가 속속 드러나면서 우리 군의 경계실패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국민들이 느끼는 심리적 충격도 상당하다.

하지만 이번 사건의 책임을 누가 져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할 뿐이다. 자칫 무인기를 탐지하기 위한 군의 전력보강에 그치면서 인적 책임 없이 사건이 마무리될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당초 군 지휘부 책임론은 기정사실로 보였다. 박근혜 대통령은 7일 "북한제 추정 무인기의 정찰을 군 당국이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공개 면박을 준 것도 문책 신호로 해석됐다. 하지만 북한의 핵실험 등 추가도발 위협이 상존하는 상황이어서 일단은 청와대가 대책마련에 치중한 것이란 전망이 앞선다.

국가의 핵심시설인 청와대가 뚫렸지만 군복을 벗을 의지를 보이는 이도 보이지 않는다. 김관진 국방장관이 10일 국회 국방위에 출석해 "총체적인 책임은 나에게 있다"고 밝혔지만 사퇴와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 군 안팎의 평가다. 정부 관계자는 11일 "김 장관은 아직 사임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자칫 북한에 잘못된 시그널을 보낼 수 있어 청와대에서도 신중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물론 북한 무인기 침투를 포착하지 못한 전방지역 부대와 청와대 경비를 맡은 수도방위사령부 지휘관에 대한 문책론이 거론되지만 현장지휘관에서 책임을 묻는 게 적절하냐는 반박논리도 적지 않다. 우리 군 장비로는 소형무인기를 탐지하기 어려운 상황을 감안하면 현장에 책임을 묻는 것은 희생양을 만드는 것과 다름없다는 것이다. 군 관계자는 "최고 지휘부가 아니라 현장 지휘관에게 책임을 돌린다면 꼬리 자르기로 비칠 것"이라고 말했다.

부실했던 초동수사나 늑장보고에 문책의 초점을 맞출 수도 있다. 이 경우 지역 합동조사를 주도한 기무사의 지휘관이 우선 대상으로 꼽힌다. 특히 기무사는 파주 무인기가 북한 소행일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1차 결과를 조사 개시 9일만에야 김 장관에게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이번에 노정된 보고체계 문제는 이번 사건의 본질인 경계 실패와 거리가 있고 파행된 사안이라는 점에서 군이 적극적으로 책임 추궁에 나설지는 의문이다.

정부의 다른 관계자는 "현재까지 드러난 사실로는 사안의 심각성에 비해 책임을 추궁하기 애매한 측면이 있지만 군기 확립 차원에서라도 정보판단, 경계실패, 보고누락 등 총체적 점검과 감찰을 통해 적절한 책임을 지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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