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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5 (토)

무인기, 삼성전자 메모리도 부품으로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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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중간조사결과… 비행경로 데이터 규명 등이 관건

천안함 사건 때와 같이 국제적 조사로 북 소행 입증 추진

국방부가 11일 밝힌 소형 무인항공기의 북한제 추정 근거는 그간 대부분 알려졌던 것들이다. 스스로도 ‘정황 근거’라고 말했을 정도로 결정적 증거, 이른바 ‘스모킹 건(smoking gun·연기나는 총·범행의 결정적 증거란 뜻)’은 제시하지 못했다. 앞으로 비행경로를 추출하고 발진 지점을 규명하는 일이 관건이다.

경향신문

한자리 모인 무인기 김종성 무인기사업단장(왼쪽)이 11일 대전 국방과학연구소에서 북한제로 추정되는 무인기 동체와 탑재 부품 등을 앞에 놓고 중간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 무인기에 삼성·하이텍 부품

국방부 조사 결과 3대의 무인기는 남한과 제작방식이 달랐다. 고가의 금형 틀을 사용해 기체를 제작했고, 전자회로 기판을 나무 패널에 부착(파주)하기도 했다. 하늘색 바탕에 구름무늬를 칠한 위장 도색은 북한이 2012년 김일성 주석 생일 사열식 때 공개한 무인기와 유사했다. 송신기(파주·삼척)에서는 시리얼 번호가 적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금속명판을 고의로 제거한 흔적이 발견됐다. 국내 미등록 지문도 파주·백령도 무인기에서 각각 6점 발견됐다.

무인기 속도는 시속 100~120㎞로 파악됐다. 비행시간은 최대 1시간50분(파주·삼척), 2시간30분(백령도) 정도로 추정됐다. 따라서 항속거리가 180~300㎞ 정도여서 북한 외 다른 주변국에서 날아왔을 가능성은 없다고 국방부는 밝혔다. 백령도 무인기는 고도 1.4㎞를 유지했고, 파주 무인기는 2㎞이던 고도가 북상하면서 1.2㎞까지 하강했다. 파주 무인기는 서울 상공에서 7~9초 간격으로 사진을 찍었으나 촬영 위치가 미리 설정돼 있었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국방부는 파주·삼척 무인기는 동일한 기종이며 백령도 무인기는 자세제어 장치 등이 더 발전해 있었다고 밝혔다. 국방부 관계자는 “기체 제작에 현장 맞춤 작업이 들어가 있어서 공장 대량생산은 어렵지만 현장 맞춤형 다량생산은 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무인기에는 미국, 일본, 중국, 체코, 스위스 등 다양한 나라에서 만든 부품이 사용됐다. 중앙처리장치(CPU)는 중국산 486급이었다. 삼성 4메가 D램 메모리(파주·삼척)와 하이텍RCD의 RC서보모터(백령도) 등 한국 제품도 발견됐다. 비행조종 컴퓨터의 입출력 보드 등은 자체 제작으로 추정됐다. 백령도 무인기는 1~2㎞ 거리에서 원격조종이 가능했다. 김종성 국방과학연구소 무인기사업단장은 전체적인 성능이 “대학원생들 제작 수준보다 낮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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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안함식 다국적 조사’ 진행

무인기들은 사전에 입력된 비행경로에 따라 위성항법장치(GPS)를 이용해 자동 비행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무인기가 북한제임을 확실히 증명하려면 이 비행경로를 추출해내야 한다. 데이터는 중앙처리장치에 연결된 메모리칩에 담겨 있다. 김 단장은 “(분석에) 2주에서 한 달 이상 걸릴 수도 있다”며 “전원이 끊기면 다 날아가는 휘발성 메모리에 데이터를 담았다면 정보가 모두 삭제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촬영된 사진과 내장 데이터 분석 등을 위해 과학조사전담팀을 구성키로 했다. 조사팀에는 5명의 미국 민간전문가도 참여한다. 국방부는 “한·미 간 정보공유, 무인기 부품과 관련된 국가들과 협조를 통해 조속한 시일 내에 최종 합동조사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황경상 기자 yellowpi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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