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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5 (토)

<연합시론> 軍, 北 무인기 정보부재ㆍ경계 실패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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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북한 무인 항공기들이 청와대 등 남한 상공을 정찰한 사건에 대해 군 당국이 축소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는 가운데 이번에는 한 소형 비행체가 백령도 근처에서 레이더에 포착됐던 정황이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또다른 북한 무인항공기가 대남 정찰 임무를 마치고 성공적으로 북한으로 귀환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또 이 무인기들이 틀에서 찍어내는 금형 방식으로 제작되는 등 대량생산되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도 있다. 이렇게 북한 무인기 사태가 점점 심각한 상황으로 밝혀지는 가운데 군 당국의 축소 은폐 의혹 및 말바꾸기에 대해서는 책임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지난달 24일 파주에서 추락한 무인기에 대해서는 군 당국과 국가정보원 등이 합동조사에 나섰지만 일주일간이나 이것이 북한제라는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 이 문제는 지난달 31일 백령도에 또다른 무인기가 추락하지 않았으면 그대로 넘어갔을 지 모른다. 군당국은 지난 2일에야 비로소 이 무인기가 파주와 서울 지역을 촬영했으며 북한제라고 밝혔다.

이번 사건에 대한 군 당국의 대응은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다. 북한의 무인기가 우리 영토에서 200장에 가까운 사진을 찍고 그중에는 당초 알려진 것과는 다르게 비교적 선명한 청와대 사진도 포함돼 있었다는 사실은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북한은 일단 유사시 특수부대 침투경로를 확인하고, 우리 해병부대가 주둔하고 있는 백령도 등 서북 도서에 직접적인 포격 도발을 하기 위해 사전 정찰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군은 당연히 북한이 도발을 준비하고 있다는 의심부터 하는 것이 정상일 것이다. 그런데도 발표나 대책회의가 늦어진 것은 문제가 있다. 특히 청와대 상공이 북한 무인기에 뚫린 것은 일단 수도방위사령부와 대통령 경호실의 책임이 크다고 본다. 또 김관진 국방장관이나 무인기 합동조사의 실질적 책임자인 이재수 기무사령관도 역시 책임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기무사가 당초 이 무인기가 북한제인지 몰랐다면 무능한 것이고, 알고도 보고하지 않았다면 보고 태만이거나 은폐 시도이다. 만일 국방장관이 보고를 받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 그것은 더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파주에서 무인기가 추락한 지 무려 9일이 지나서야 비로소 이 문제에 대한 논의에 들어갔다.

북한은 최근 핵실험 가능성을 언급하고 서해 북방한계선(NLL) 남쪽으로 해상사격을 하는등 한반도 긴장 수위를 높이고 있다. 커티스 스캐퍼로티 주한미군사령관은 최근 미국의 국방예산 삭감으로 인해 한반도 유사시 후속병력을 증파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런 상황이면 우리 군은 경계태세를 한층 강화해야 한다. 그런데도 안이한 경계태세로 국민에게 안보 불안을 안겨준 것이다.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은 4일 "시험용 무인정찰기라고 하더라도 시험용이 이렇게 드나들 정도로 우리 하늘이 이렇게 허술했는가"라며 "북한군이 '똑똑' 노크하고서야 귀순한 것을 알았던 '노크귀순' 사건과 무엇이 다른가"라고 개탄했다. 6·25전쟁 당시 유엔군 사령관이었던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은 "작전에 실패한 군인은 용서할 수 있어도 경계에 실패한 군인은 용서할 수 없다"는 명언을 남겼다. 김관진 장관은 국회 답변에서 "현재 초보적 사진촬영 정도라면 구글 사진과 유사한 수준이므로 아직 안보상에 심각한 위협으로는 평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제는 사진촬영 기술의 수준이 아니라, 우리 군 당국이 북한의 무인기의 존재나 영공 침범 사실을 까맣게 몰랐다는데 있다. 군의 정보 수준과 경계 태세를 우려할 수밖에 없다. 군의 각성(覺醒)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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