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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유커 대신 내국인…면세점 매출 비중 6년 만에 20%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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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김포 공항 국제선 청사 면세점 모습. 한겨레 자료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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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면세점 매출에서 중국 유커 등 외국인이 빠져나간 몫을 내국인이 메운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대유행 때보다는 상황이 다소 나아졌지만, 중국 경기침체가 이어지고 있는데다 고환율로 인해 내국인들에게도 면세점의 효용이 떨어지고 있어 면세점 업계의 부진이 당장 해소되긴 어려울 전망이다.



1일 한국면세점협회 통계를 보면, 국내 면세점의 올해 1분기 매출액은 3조6927억여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조1094억원)에 견줘 18.8% 늘었다. 지난해 1분기에는 중국 보따리상(다이궁)에 대한 송객 수수료 인하 여파로 인해 매출이 부진했으나 올해엔 엔데믹(풍토병화) 정착과 함께 여행 수요가 크게 늘면서 그나마 매출이 다소 회복된 모양새다.



면세점 전체 매출에서 특히 내국인의 기여도가 컸다. 올해 1분기 내국인 매출은 7680억여원으로 전체의 20.8%를 차지했다. 내국인 매출 비중이 20%를 넘어선 것은 2018년 이후 6년 만이다. 지난해 1분기에 견줘 매출 증가율은 내국인이 29.5%로 외국인(16.2%)을 크게 앞섰다. 내국인이 면세점 매출을 견인한 셈이다.



면세점 내국인 매출 비중은 지난 2010년 55.3%로 최고점을 찍었고, 유커(중국 단체 관광객)가 면세점 큰 손으로 부상하면서 2012년 42.2%, 2014년 31.0%, 2016년 28.2%, 2018년 20.9%로 계속해서 하향 곡선을 그렸다. 2019년엔 15.6%까지 줄었고, 코로나19 대유행 사태가 커진 이후로는 내내 한 자릿수에 머물렀다. 지난해엔 엔데믹이 시작되면서 여행 수요가 다소 살아나며 19.5%까지 매출 비중이 올라섰다.



하지만 면세점 업계는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내국인 매출 비중이 높아진 것은 그만큼 외국인 매출이 부진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올해 1분기 외국인 매출은 2조9247억여원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1분기(4조5974억원)의 63.6%에 불과한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일단 중국의 경기침체가 이어지면서 한국을 찾는 유커가 크게 줄었다. 한국에 오더라도 예전처럼 면세점 상품을 싹쓸이하는 게 아니라 시장 등을 찾아 한국 음식이나 문화를 경험하는 데 초점을 맞추면서 매출이 예전 같지 않다”고 말했다.



고환율이 이어지면서 내국인이 떠받치고 있는 매출이 향후에도 유지될지 불투명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중동 리스크가 커지면서 원·달러 환율이 1400원에 육박해 면세점보다 백화점 할인 상품이 더 싼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는 탓이다. 면세점 업계에서는 울며 겨자 먹기로 ‘환율 보상 프로모션’을 펼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환율 보상이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있겠지만, 환율 마지노선인 1400원대까지 깨질 경우, 내국인들마저 면세점을 찾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1분기 실적을 공개한 신라면세점의 경우 매출 830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7%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59억원으로 77%나 급감했다. 곧 공개될 롯데·신세계·현대 등 대형 면세업체들도 상황은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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