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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오래 전 ‘이날’]11월18일 예술의 탈 쓴 댄스 강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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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9년부터 2009년까지 10년마다 경향신문의 같은 날 보도를 살펴보는 코너입니다. 매일 업데이트합니다.

■ 1969년 11월18일 예술의 탈 쓴 댄스 강습?

“딴스홀이 유독 우리 조선에만, 우리 서울에만 허락되지 않는다함은 심히 통한할 일로 이제 각하에게 이 글을 드리는 본의도 오직 여기 있나이다.”

1937년 1월 잡지 ‘삼천리’에 실린 글 ‘서울에 딴스홀을 허하라’의 일부인데요, 한 레코드 회사 문예부장·영화배우 등 여성 8명이 조선총독부에 공개 탄원서를 썼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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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해방 이후에도 이어졌던 것으로 보입니다. 50년 전 오늘 경향신문에는 ‘예술 탈 쓴 댄스 강습’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습니다.

당시 서울 중부경찰서는 대한무용예술협회 이사장 김모씨(59)와 협회 사무국장 강모씨(49) 등 3명을 업무상 횡령 등의 혐의로 입건하고, 협회 산하 중부지부장 김모씨(37)를 미풍양속을 해쳤다고 즉심에 넘겼습니다.

“이들은 순수 예술을 가르친다는 명분으로 이 협회를 창설, 문란한 사교춤을 가르친 혐의로 경찰에 적발되었는데 이 사건은 은근히 번져가고 있는 우리나라의 춤바람의 한 실태를 그대로 드러낸 것. 우리나라에서 사교춤 강습소는 사설강습소에관한법률에 의해 각 시·도교육위원회의 인가를 받도록 돼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미풍양속을 해친다는 이유로 정식적으로 인가된 사교춤 강습소는 한 곳도 없어 그 흔해빠진 댄스 교습소는 실상 모두 불법적인 것.”

이들은 지난 1월22일 문화공보부에 “무용예술의 발전, 건전한 국민생활을 위한 스포츠정신의 발휘, 외국과의 문화교류 경연 등을 목적으로 한다”는 협회 정관을 제시하고 ‘합법 단체’로 등록됐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이들이 애당초 상당한 돈벌이가 될 것으로 보이는 댄스 교습소를 무용예술의 이름을 빌어 합법적으로 허가받으면 댄스를 배우려는 많은 사람들이 안심하고 춤을 배울 수 있는 이곳으로 몰려들 것으로 보고 일을 꾸민 것으로 의심했습니다.

이 협회 중부지부의 경우 1개월 교습비로 여성은 2000원, 남성은 3000원을 받았는데요, 모두 50여명을 모아놓고 성업 중이었다고 합니다. 이들은 경찰에서 “우리 협회는 정확한 국제도법에 의해 여자를 안는 예법 등을 가르친다. 무엇이 잘못이냐. 우리가 잘못했다면 모 단체 같은 곳에서 사교댄스를 가르치는 것은 불법이 아니냐”고 항변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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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MBC 드라마 ‘서울의 달’에서 신분 상승을 꿈꾸는 제비족 청년 ‘김홍식’ 역을 맡았던 배우 한석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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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문란, 바람, 불륜, 제비족 등과 한 묶음으로 여겨지던 춤은 시대가 변하면서 음지에서 양지로 올라왔습니다. 댄스 스포츠를 배우는 것은 취미 생활의 하나로 받아들여집니다. 중년의 직장인이 우연히 춤을 접하면서 생활의 활력을 얻게 된다는 이야기를 다룬 일본 영화 <쉘 위 댄스>는 2000년 국내에서도 개봉돼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춤은 노인 건강에도 좋다고 합니다. 노년기에 댄스 스포츠를 꾸준히 즐기는 여성은 일상활동에 장애가 발생할 확률이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74%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가 올해 초 나오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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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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