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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왜냐면] 미래를 향한 행진 - 10월26일 기본소득행진의 의미 / 안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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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안효상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상임이사



오는 10월26일 서울(마로니에공원~종로 보신각)을 포함한 전 세계 여러 도시에서 ‘기본소득 행진’(Basic Income March)이 열린다. 사람들이 부당한 억압에 저항하거나 자신들의 정당한 요구를 내걸고 행진하는 것은 새로운 일이 아니다. 우리는 1930년 간디가 이끈 소금 행진이 인도 독립으로 가는 데 중요한 디딤돌이었으며, 1963년 워싱턴 행진이 미국 민권 역사에서 얼마나 중요한 사건이었는지를 잘 알고 있다.

이번 기본소득 행진이 의미가 있다면, 그것은 기본소득이라는 요구를 내걸고 사실상 최초로 벌어지는 행진이라는 점이다. 게다가 어느 한 나라에서가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벌어진다는 것이다.

기본소득이 이렇게 관심을 받는 이유는 오늘날 인류가 직면한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본소득이 직간접적으로 필요하다는 인식 때문이다. 기본소득은 소득을 보장함으로써 불평등을 완화하는 데 직접 기여할 뿐만 아니라 자율성을 가지게 된 모든 사람이 인류가 직면한 도전을 해결하기 위한 집단 지성을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럼에도 기본소득이라는 의제는 한가지 약점이 있다. 그것은 모두의 의제이기 때문에 누구의 의제도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기본소득을 고유한 자기 요구로 삼는 사회 집단의 부재는 그동안 기본소득이 정치적 의제로 자리잡는 것을 방해했다. 2016년의 스위스 국민투표가 의미 있었던 것은 스위스 특유의 직접 민주주의 방식으로 기본소득을 정치적 의제로 부각시켰다는 데 있다.

이후 기본소득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적절한 정치적 통로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국에서 모색되고 있는 기본소득법의 입법이라든가 유럽에서 벌어지고 있는 유럽 시민 이니셔티브는 아래로부터 법률 제정을 강제하고자 하는 시도이다. 다음으로 지방정부 차원의 실험이다. 성남시 청년배당과 경기도의 청년기본소득부터, 유럽과 북미의 여러 곳에서 실험이 벌어지고 있다. 끝으로 선거에서 유력한 정당과 후보가 기본소득을 정책으로 채택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적절한 기본소득 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영국의 가이 스탠딩이 노동당에 제출한 ‘공유부 배당으로서의 기본소득’ 정책안이 하나의 예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앤드루 양의 부상은 주목받을 만한 일이다. 거의 무명이었던 앤드루 양은 기본소득에 해당하는 ‘자유배당’을 내걸고 민주당 내에서 주목받는 후보로 떠올랐고, 이는 다시 기본소득이 더 많은 관심을 받는 데 기여하고 있다.

사실 이번 기본소득 행진은 원래 앤드루 양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발상에서 시작되었고, 뉴욕이 중심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짧은 시간 내에 세계 여러 도시에서 함께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은 기본소득이 진지한 의제로 이미 확산되어 있다는 것을 말한다.

이와 더불어 이 진지한 의제를 실현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퍼져 있는지도 보여준다. 서울 행진이 준비될 수 있는 것도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를 비롯한 여러 단체와 개인이 있기 때문이다. ‘이성의 승리는 이성적인 사람들의 승리’라는 말처럼 기본소득의 승리도 그렇게 올 것이고, 이번 기본소득 행진은 그러한 길로 나아가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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