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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30 (화)

경제학계 "'빈곤 퇴치' 시대적 화두…노벨상, 개발경제학 사명 높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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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경제학에서의 업적을 생각하면 노벨경제학상을 받을 만한 학자들이 받았다."

2019년 노벨경제학상을 공동 수상한 에스더 뒤플로 매사추세츠주공과대학(MIT) 교수와 동문 수학한 김태종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14일 수상 결과에 이렇게 평가했다.

올해 노벨경제학상이 '빈곤 퇴치'에 새 지평을 연 개발경제학자들에게 돌아간 것에 경제학계는 "시대 상황에 부합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국내 대표적인 거시경제학자인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빈곤 퇴치가 시대의 화두라는 의미"라며 "개발경제학의 사명은 여전히 중요하다는 것을 일깨워줬다"고 말했다. 사회과학적 실험방식에 기초한 혁신적인 연구로 세계 빈곤 퇴치에 기여한 점을 높이 평가한 것이다.

조선비즈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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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이날(현지시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아비지트 배너지, 에스더 뒤플로 매사추세츠주공과대학(MIT) 교수, 마이클 크레이머 하버드대 교수 등 경제학자 3명을 선정했다.

이들은 자연과학·의학에서 활용되는 무작위 통제 실험(RCT)을 개발도상국의 빈곤 문제에 도입했다. RCT는 실험군, 대조군을 무작위로 나누어 처치 효과를 비교하는 방식인데, 개발도상국에서 진행한 교육, 보건의료, 사회보장 프로그램 등 정책 실험에 이를 적용한 것이다. 크레이머 교수가 1990년대 케냐에서 학교 교육의 결과 등에 관한 현장 실험을 통해 그 효율성을 입증한데 이어 뒤플로와 배너지 교수도 크레이머 교수와 함께 인도를 비롯한 다른 나라에서 같은 방식의 연구를 진행했다.

김태종 교수는 "저개발 국가의 가난한 사람들이 가난의 덫을 빠져 나올 수 있게 도와주는 일은 사회 전체의 형평성, 효율성을 높이는 데도 기여한다"며 "세 명의 경제학자들이 닦아놓은 길을 전 세계 수 천 명의 개발경제학자들이 뒤따르고 있다"고 했다.

김부열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지난해 존 로머 뉴욕대 교수가 경제성장론 관점에서 개발경제학을 다뤘다면, 올해 수상자들은 개발경제학을 미시경제적인 관점에서 이론을 재정립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며 "각종 정책과 미시적 프로그램이 어떤 효과를 내는지 실증적으로 입증했다"고 했다. 김 교수는 RCT 방법론을 활용한 '경제적 합리성 제고를 위한 교육의 역할'이라는 논문을 지난해 사이언스지에 게재했다. 그는 "가난한 사람들이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는 정책적 접근방법에 대해 이론을 정립했다"고 평가했다.

하버드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성태윤 교수는 크레이머 교수의 '오링(O-ring) 이론'을 소개했다. 같은 수준의 기술과 사람이 선진국, 개발도상국에서 다른 성과를 내는 배경을 연구한 것으로, 유사한 수준의 집단이 있어야만 생산성이 발휘된다는 것을 증명한 이론이다. 성 교수는 크레이머 교수의 연구에 대해 "거시적인 경제발전론 연구에 미시적 요소를 접목해 경제발전론의 지평을 넓혔다"고 평가했다.

성 교수는 올해 노벨경제학상이 개발경제학자들에게 돌아간 것에 대해 "경제발전론으로 과거에 비해 선진국과 저개발국의 차이가 좁혀진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그 격차가 유발하는 문제점들이 남아 있다"며 "개발경제학은 이를 해결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했다.

배너지 교수는 1961년 인도 출생으로 1988년 하버드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뒤플로는 1972년 프랑스 파리에서 태어나 1999년 MIT 공과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고, 배너지 교수와는 사제 지간으로 만나 부부가 됐다. 1964년에 태어난 미국 국적의 크레이머 교수는 1992년 하버드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위원회는 "그들의 새로운 실험 기반 접근법은 불과 20년 만에 개발경제학을 완전히 변화시켰고 현재 번성하는 연구 분야가 됐다"며 "인류에게 가장 시급한 문제 중 하나는 모든 형태의 세계 빈곤을 줄이는 것으로, 여전히 7억명 이상이 극도로 낮은 소득으로 연명하고 있다"고 했다.

세종=정원석 기자(lllp@chosunbiz.com);조은임 기자(goodnim@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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