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30 (화)

올해 노벨경제학상은 ‘무작위 통제 실험’ 기반 개발경제학에 돌아갔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올해 노벨경제학상은 ‘증거 기반 경제학(evidence-based economics)’의 대표 기법 중 하나인 ‘무작위 통제실험(RCT) 기법’과 이를 활용한 개발경제학에 돌아갔다.

스웨덴 왕립학술원은 14일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 산하 ‘빈곤행동실험실(J-PAL)’에서 무작위 통제 실험(RCT) 등 새로운 기법을 도입한 아비짓 바너지(Abhijit Banerjee), 에스더 뒤플로(Esther Duflo) MIT 교수와 마이클 크레이머(Michael Kremer) 미 하버드대 교수를 2019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스웨덴 왕립학술원은 세 사람이 "현장 실험에 기초한 혁신적인 연구로 빈곤 퇴치에 기여했다"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조선비즈

2019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아비짓 바너지, 에스더 뒤플로(오른쪽부터) 미국 MIT 교수. /MIT 빈곤행동실험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들은 신흥국에서 저소득층 지원, 금융 지원, 교육, 보건 등 공공정책을 펴기 전 그 효과를 측정하는 방법으로 사회과학적 실험 기법을 도입했다. 특히 무작위 통제 실험(RCT·Randomized Controlled Trial)이라는 기법을 개발한 것이 대표적이다. RCT는 원래 의학 분야에서 기원했다. 기본 원리는 간단하다. 처치를 받은 실험군과 받지 않은 대조군을 비교해서 처치 효과를 비교하는 것이다. 다만 실험군과 대조군을 선택하는 과정이 무작위로 이뤄져야 한다.

RCT를 이용한 정책 평가의 선구적인 연구는 마이클 크레이머 교수 등이 1997년 발표한 ‘교육에서의 양과 질의 길항관계: 케냐에서 전망 평가에 대한 자료를 중심으로’라는 논문이다. 이 논문에서 크레이머 교수 등은 케냐에서 현장 실험을 통해 교육 정책이 미치는 효과를 분석했다. 이후 바너지와 뒤플로 교수는 신흥국 개발정책과 관련된 다양한 주제의 연구를 RCT 기법을 통해서 연구했다.

가령 피원조국가의 주민들이 가지고 있는 ID카드를 활용해 무작위로 어떤 정책을 실시하고, 같은 마을 또는 다른 마을 주민들의 행동과 비교하는 방식이다. 크레이머 교수도 빈곤행동실험실과 함께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빈곤행동실험실은은 2003년 설립 이후 지금까지 800여건의 정책 평가를 RCT 기법 등을 이용해서 수행했다.

개발경제학 분야에서 RCT 도입이 활발한 이유는 그동안 선진국의 원조가 효과를 거두는 데 실패했다는 반성에서 기원한다. 또 RCT를 실시하는 데 비용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후진국에서 쓰기 쉽다는 이유도 있다. 스웨덴 왕립학술원은 "빈곤정책실험실의 정책 연구는 4억명 정도의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었다"며 "빈곤 퇴치에 기여한 바가 크다"고 설명했다.

조선비즈

2019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아비짓 바너지 미국 MIT 교수가 인도에서 현장 조사를 하고 있다. /MIT 빈곤행동실험실



선진국에서도 RCT의 도입이 점차 이뤄지고 있다. 미국의 경우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시절에 ‘증거 기반 정책 계획’을 내놓으면서 RCT를 주요 정책 평가 수단으로 삼기 시작했다. 2014년에는 과학적인 실험 정책 평가를 맡을 조직(SBST)을 별도로 운영하기 시작했다.

RCT에 대한 비판도 없지 않다. 대표적인 사람은 앵거스 디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다. 디턴 교수는 지난 2016년 전미경제연구소(NBER)를 통해 발간한 보고서 ‘무작위 통제 실험에 대한 이해와 오해’에서 RCT의 단점을 지적했다. 그는 "무작위 추출을 통해 얻은 표본집단이 원래 모집단을 정확히 반영한다고 볼 수 없다"며 "그 때문에 실험 결과에 대한 신뢰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이론틀 없이 단순히 RCT를 통해 얻은 결론을 제시하는 경우가 많다"며 "그 경우 설득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세종=조귀동 기자(cao@chosunbiz.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