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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공무원은 ‘괴롭힘 금지법’ 사각지대…복무 규정 개정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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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기법 아닌 복무규정 적용 받아

갑질’ 행위 막을 만한 근거 없어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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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2월부터 서울시에서 일하게 된 임기제 공무원 ㄱ씨는 4월 초 자신의 상사인 ㄴ과장에게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말을 들었다. 2주 뒤 ㄱ씨는 일한 지 세 달만에 다른 근무지를 옮겨야 했다. ㄱ씨는 업무 변경에 대해 아무런 설명을 듣지 못하자, ㄴ과장에게 항의했다. 그러나 “공무원이 가라면 가라는 거지 왜 이런 것 가지고 따지려고 하냐”는 면박만 들었을 뿐이다. ㄴ과장은 ㄱ씨 등 부서 직원들이 노조원인 것을 두고, “노조하는 몇몇 사람들이 물을 흐리고 다닌다”라고 말하며 반노동적 의식을 공공연히 드러내기도 했다.

ㄷ과장은 쉬는 날 집에 있던 ㄱ씨에게 전화를 해 특근을 강요했다. 공무상 필요한 물품을 살 때는 직원 개인 돈으로 구입한 뒤, 예산이 추후 배정되면 거기서 빼가라는 등의 부당한 지시도 했다. 직원들이 불만을 품고 서울시 게시판에 ㄷ과장의 ‘갑질’에 대한 글을 올리자, ㄷ과장은 글쓴이를 색출한다며 공포 분위기를 조장하기도 했다.

지난 16일부터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개정 근로기준법)이 시행됐지만, ㄴ과장과 ㄷ과장의 행동은 ‘괴롭힘’인지 아닌지 판단의 대상이 되지도 못한다. 공무원들은 근로기준법의 적용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공무원들은 대신 국가공무원·지방공무원 등 대통령령 복무규정의 적용을 받는다. 그러나 복무규정에는 공무원의 근무시간, 휴가, 정치적 중립성 등에 대한 규정만 있을 뿐,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과 같이 ‘갑질’ 행위를 막을 만한 근거는 없다.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하거나, 감사원, 감사위원회 등에 조사를 요청할 수 있지만, 법률적 근거가 없어 인사 조처나, 권고에 그칠 뿐이다.

ㄱ씨는 서울특별시공무원노조에 설치된 ‘갑실신고센터’에 ㄴ과장과 ㄷ과장의 갑질을 알렸고, 노조가 서울시 감사위원회에 감사를 요구했다. 감사위원회의 권고로 ㄴ과장과 ㄷ과장은 ㄱ씨를 비롯한 직원들에게 사과하는 선에서 사건이 마무리됐다. 이병무 서울특별시공무원노조 사무처장은 “노조 갑질신고센터에만도 근무평가 갑질, 인격 모독, 외모 비하 등 수많은 괴롭힘 피해가 접수된다. 정부는 공무원의 괴롭힘 문제를 조직문화차원 개선 차원에서만 해결하려고 한다. 법률의 구제를 받지도 못하는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며 “공무원 복무규정이나 행동강령을 개정해, 공무원 괴롭힘 문제 해결의 제도적 근거를 마련해 한다”고 말했다.

채윤태 기자 cha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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