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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부산은 과거로 회귀했나? [전국 프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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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국민의힘 부산지역 후보들이 지난 10일 저녁 부산 수영구 국민의힘 부산시당에서 22대 총선 지상파 방송 3사 출구조사를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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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수 | 전국부 선임기자



“이번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몇 석을 차지할까요?”. 몇달 전 지인과 대화를 나누는데 그가 불쑥 곤란한 질문을 던졌다. 8년 전인 2016년 20대 국회의원 선거 때 같은 질문을 받고 1석이라고 말했다가 완전히 빗나간 터라(당시 민주당 5석) 대답하기 싫었지만 명색이 부산을 담당하는 기자인데 “모른다”고 말하기도 그랬다. 고민하던 나는 1석이라고 말했다.



17(국민의힘) 대 1(민주당). 8년 전에는 틀렸지만 이번에는 맞았다. 하지만 부산에서 민주당 1석은 대다수가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다. 여러 언론사의 여론조사와 지상파 방송 3사 출구조사에서 부산 지역구 18곳 가운데 절반가량에서 민주당 후보가 이기고 있거나 오차범위에서 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민주당이 부산에서 참패하자 부산이 국민의힘의 텃밭으로 회귀했다는 평가가 많다. 심지어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이 가능한 200석에 미치지 못한 것이 부산의 책임이라는 지적도 있다. 주로 수도권과 호남권의 민주당 충성 지지자들의 시각이다.



정치권에선 2016년 20대 국회의원 선거부터 2021년 초까지 대구·경북에서만 압도적인 승리를 하던 새누리당·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을 지칭하던 ‘티케이(TK) 자민련’에 빗대어 부산이 ‘영남 자민련’의 한 축을 담당했다는 말이 나온다. 부산 국민의힘 지지자들은 전혀 동의하지 않지만 ‘17 대 1’이라는 수치만 놓고 보면 그럴듯한 말처럼 들린다.



부산은 머리가 깨져도 빨간 깃발만 보고 국민의힘 계열 정당 후보를 찍던 과거로 돌아갔을까. 부산이 과거로 돌아갔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부산 민주당이 5석을 차지했던 2016년 20대 국회의원 선거와 부산 민주당이 압승했던 2018년 지방선거를 떠올린다.



하지만 국민의힘 계열 정당과 민주당 후보자들이 부산 18개 지역구에서 얻은 득표율 차이를 보면 부산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선 새누리당(현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득표율 격차가 9.28%포인트였다. 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선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득표율이 민주당에 8.77%포인트 앞섰다. 이번 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선 두 당의 득표율 격차는 8.74%포인트였다. 양당의 격차가 8년 전 9.28%포인트에서 8.74%포인트로 겨우 0.54%포인트 줄어든 것이다.



전두환·노태우 군사정권에 뿌리를 둔 민주정의당, 김영삼 총재가 지휘했던 통일민주당, 김종필 총재가 지휘했던 신민주공화당이 1990년 합당한 뒤 민주당이 부산에서 10~30%대의 득표율에 머물렀던 것에 견주면 약진을 했지만 민주당 입장에서 험지 부산의 정치 지형은 변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20대 국회의원 선거 때 부산 민주당 후보 5명이 당선된 것도 길게는 10년 이상 지역을 떠나지 않고 지역을 파고든 후보들의 개인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중론이었다. 문재인 정부 출범 2년차에 치러진 2018년 지방선거에서 오거돈 민주당 부산시장 후보가 서병수 자유한국당 후보를 18.07%포인트 차로 크게 이겼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효과에다 북미·남북정상회담 분위기가 민주당에 반짝 승리를 안긴 것일 뿐 국민의힘 텃밭이 무너진 건 아니라고 봐야 한다.



그렇다면 부산 민주당 주자들은 기자회견장에 얼굴을 비치는 것보다는 주민들과 밀착해서 소통하고 지역 의제 발굴에 집중해야 하지 않았을까. 부산에서 태어난 젊은이가 일자리가 없어서 수도권과 외국으로 떠나지 않도록 대안을 제시했어야 했다. 한국산업은행 본점 부산 이전과 부산 글로벌 허브도시 특별법 등 부산 의제에 소극적인 민주당 지도부를 적극적으로 설득하는 모습을 보였으면 어땠을까.



민주당이 4년 뒤에도 전략공천이라는 이름으로 지역에서 활동한 전력이 없는 인물을 공천하는 일을 반복한다면 또 1석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부산 민주당은 이번 참패의 근본 원인을 곱씹어서 실천해야 한다. 4년 뒤 환골탈태한 부산 민주당을 기대한다.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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