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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30 (화)

최종구 발언에 발끈한 IT 벤처인들…규제에 쌓인 감정 터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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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지난 22일 ‘타다’ 서비스로 택시업계와 갈등을 빚은 이재웅 쏘카 대표에게 "무례하고 이기적"이라고 비판하자 이재웅 대표뿐만 아니라 다른 IT 벤처기업인들도 공개적으로 최 위원장을 비판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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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최종구 금융위원장, 이재웅 쏘카 대표.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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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위원장은 22일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청년 맞춤형 전·월세 대출 협약식’ 이후 기자들과 질의응답 도중 이재웅 쏘카 대표를 겨냥해 "최근 (이재웅 대표가) 택시업계에 대해서도 상당히 거친 언사를 내뱉고 있는데, 이건 너무 이기적이고 무례한 언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또 "택시업계가 공유경제라든지 이런 혁신사업으로 인한 피해를 직접 크게 입는 계층인데, 이분들이 기존 법과 사회 질서 안에서 자기의 소박한 일자리를 지키겠다는 분들"이라며 "그분들에 대해서도 최소한의 존중과 예의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며 IT 분야 기업들이 '오만'하다는 표현까지 썼다.

해당 사안과는 크게 엮여있지 않은 금융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저격’에 이재웅 대표를 포함한 IT 벤처기업인들이 발끈했다. 이 대표는 페이스북에 최 위원장의 발언 내용을 담은 기사를 올리며 "갑자기 이분은 왜 이러시는 걸까? 출마하시려나?"라고 받아쳤다. 그러면서도 "어찌 됐든 새겨듣겠다"고 덧붙였다.

한국 1세대 벤처 기업인으로 꼽히는 이찬진 대표도 이재웅 대표를 거들었다. 그는 "부총리님을 비판하면 ‘상당히 무례하고 이기적’인 사람이 되는 것인가"라며 "부총리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그리고 최 금융위원장께 뭐라고 말씀하실지 궁금해진다"라고 댓글을 남겼다.

이찬진 대표가 설전에 뛰어든 건 과거부터 정부의 지나친 규제에 꾸준히 비판적인 입장을 취해왔던 그의 평소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 대표는 지난 2013년에도 정태영 현대카드 대표와 액티브엑스(ActiveX)와 공인인증서 없이 전자결제를 하는 방법의 타당성 여부를 둘러싸고 트위터에서 ‘설전’을 벌인 바 있다. SNS를 통해 정부의 공인인증제도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드러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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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이찬진 포티스 대표, 서영우 풀러스 대표.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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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풀 서비스 ‘풀러스’를 운영하는 서영우 대표도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이재웅 대표를 향해 말한 "혁신의 그늘을 살피라"는 발언에 대해 "대체 무엇을 저격하려는 의도인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그는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재웅 대표는 처음부터 혁신의 그늘을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고 오히려 정부보다 이 대표가 (택시기사들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했다"며 "(택시 기사의) 죽음을 이용하지 말하는 말은 지금 이런 판에서 기득권 일부는 계속 이익을 얻고 있다는 말"이라고 꼬집었다.

업계에서는 최 위원장의 발언으로 정부 규제에 지친 IT 기업인들의 불만이 터진 것으로 보고 있다. IT업계 관계자는 "특히 1세대 창업인들은 1990년대 한국 스타트업이 번성하다가 2000년대 접어들며 각종 규제로 생태계가 병들어가는 과정을 모두 지켜봤다"며 "다른 국가들이 모빌리티 혁신으로 신사업 기반을 마련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만 고루한 논쟁을 답습하는 현실과 이를 관망하는 정부에 대한 비판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황민규 기자(durchma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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