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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톡톡TALK] 호텔 중식 코스요리에 칼국수가 나온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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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29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서울에서 이곳 중식당 ‘유유안’의 이수환(뒤) 셰프와 광장시장에서 ‘고향손칼국수’집을 운영하는 어머니 조윤선가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포시즌스호텔서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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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낮 서울 종로구 광화문에 있는 포시즌스호텔서울의 중식당 ‘유유안’에서 특별한 코스 요리가 소개됐습니다. 3일간 숙성해 겉은 바삭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북경오리 요리가 주 메뉴인 중식 코스에 엉뚱하게도 ‘어머님의 칼국수’라는 메뉴가 포함된 겁니다. 유유안은 국내 호텔에서 유일한 1스타 미쉐린(미슐랭) 중식당입니다. 중식 코스 가격이 1인당 10만원을 훌쩍 넘는 5성급 호텔에서 단돈 5,000원짜리 칼국수 한 그릇이 같이 나오다니, 과연 무슨 일인 걸까요.

바로 세계 최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업체 ‘넷플릭스’의 영향입니다. 넷플릭스는 지난 26일부터 다큐멘터리 시리즈 ‘길 위의 셰프들 아시아(Street Food Asia)’를 방영하고 있습니다. 그 중 ‘대한민국 서울편’에 종로구 광장시장에서 칼국수집을 운영하는 조윤선씨가 주인공으로 소개됐는데요. 그녀의 아들이 포시즌스호텔의 중식당에서 일하는 이수환 셰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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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포시즌스호텔서울 중식당 ‘유유안’에서 중식코스로 포함돼 나온 ‘어머님의 칼국수’. 포시즌스호텔서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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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이들의 사연을 취재한 넷플릭스는 카메라에 어머니와 아들의 일상을 담았습니다. 호텔 중식당의 셰프들이 대부분이 중국인인 것을 감안하면 한국인 중식 셰프의 존재는 특별했으니까요. 어머니는 시장에서 10여년 동안 하루도 쉬는 날 없이 칼국수를 만들었습니다. 그런 어머니의 뒷바라지를 디딤돌 삼아 아들은 요리사의 꿈을 키웠고, 3년 전 드디어 세계적인 호텔 체인에 주니어 셰프로 입성했습니다.

모자(母子)의 사연을 넷플릭스를 통해 알게 된 포시즌스호텔은 깜짝 이벤트를 마련했습니다. 여간 해선 공개하지 않는 콧대 높은 호텔 주방을 오로지 어머니 조씨에게 개방한 거죠. 그리고 아들의 요리에 어머니의 음식을 더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코스를 선보였습니다. 조씨는 이날 “아들이 일하는 호텔에 처음 와 봤다”며 “세계적인 호텔의 주방에서 일하는 아들의 모습을 보니 자랑스럽고 흐뭇하다”고 기뻐했습니다.

포시즌스호텔로선 한국 여행을 준비하는 관광객이나 비즈니스맨들에게 호텔을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넷플릭스 덕분에 확보한 셈입니다. 이 셰프 모자 사연이 방송된 걸 계기로 막대한 비용이나 수고를 들이지 않고도 호텔과 중식당을 한번에 전세계 시청자들에게 선보였으니까요. 지난해 말 기준 전세계 넷플릭스 가입자 수는 1억4,000만여명이고, 국내 가입자도 800만명을 돌파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유명 호텔의 코스 메뉴에 깜짝 등장한 칼국수 한 그릇에서 넷플릭스의 위력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넷플릭스의 영향력이 호텔과 전통시장 이외에 국내 유통업계 전체로도 확산되는 건 시간 문제일 듯합니다.

강은영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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