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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2 (일)

아파트 900여세대 난방비 0원…나머지 집은 '난방비 폭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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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양천구 신월시영아파트 전체 2200가구 중 900여가구가 작년 12월에 난방비가 부과되지 않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난방비 폭탄’을 맞은 주민들 사이에서는 "난방비 0원인 세대 리스트를 공개하고, 법적 조치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양천구는 난방비 0원과 관련해 실태 조사에 들어갔다. 양천구 관계자는 "전체 가구의 40%에서 난방비가 0원이 나왔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대부분 계량기가 고장 나거나 건전지 수명이 다 됐는데도 방치해놓은 경우"라고 밝혔다.

900여가구에 난방비가 부과되지 않자 나머지 가구는 작년 같은 기간과 보다 몇 만원씩 더 많은 난방비가 부과됐다. 16일 오전 기준 피해 주민 200여명은 카카오 메신저 오픈채팅방에서 문제를 제기하며 대응책을 논의 중이다.

이 아파트 전용면적 59㎡형에 거주하고 있다고 밝힌 주민 A씨는 "2년 전부터 많이 나왔던 것 같다"며 "애들이 어려서 24시간 보일러를 돌려도 2017년 초까지는 관리비 총액이 30만원을 안 넘었는데, 점점 비용이 늘어나더니 작년 1월엔 약 46만원까지 나왔다"고 밝혔다.

주민 B씨도 "4년 전 이사 왔을 당시 난방비가 터무니 없이 나와 관리실에 문의해 구동기를 고쳤는데도 겨울마다 난방비가 10만원 훌쩍 넘게 나오고 관리비는 20만원 넘게 찍혀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며 "논란이 된 이상 다 뜯어 고치고 재정비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난방비 폭탄을 맞은 주민들 사이에서는 "아파트의 난방 설비 자체에도 문제가 많다"며 법적 조치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 아파트 13동에 산다는 C씨는 "2010년에 교체한 보일러 구동기가 2012년에 고장이 났고, 보일러 회사가 부도가 나서 구동기가 없다고 할 때도 기가 막혔는데 양파처럼 까도까도 (문제가)나온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조선일보

난방비 '0원' 논란이 불거진 서울 양천구 신월시영아파트 엘리베이터에 부착된 게시물. /피해입주민 오픈카톡방 주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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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동 주민 D씨는 "아무리 난방을 해도 방이 차가워 뜯어보니 구동기 연결배관에 타공이 안 돼있는 집이 있었다"며 "공소시효가 남아있으면 시공업체와 당시 관리소장, 동대표를 찾아 고소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10여년 전 난방비부터 회계 감사를 철저히하고, 손해 배상 청구 등을 통해 비리 관련자들을 엄벌했으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2동 주민 E씨가 "외부 열량계를 가진 집은 물론 자진신고 해야하지만 내부 열량계는 확인도 안 된다"며 "가장 정확한 건 0원세대 리스트를 공개해야 한다" 주장했고, 이에 많은 주민들이 "맞다"고 동조했다.

또다른 주민 김 모씨는 "우선 관리비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0원 세대의 난방비를 대신 더 낸 주민들에게 환급 조치가 이뤄져야 하다"며 "관리사무실에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했다.

양천구청과 신월시영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18일 오후 2시 긴급회의를 열기로 했다. 양천구는 조사를 통해 아파트 관리사무소나 입주자대표회의의 잘못이 드러날 경우 과태료 부과나 시정지시 등을 할 예정이다.

과거에도 난방비 0원인 가구가 있어 논란이 됐다. 국토교통부가 2013년 11월부터 2014년 2월까지 전국 공동주택 906만가구 중 의무관리대상 공동주택 748만가구를 전수 조사한 결과, 겨울철 난방비가 한 달이라도 0원이 나온 아파트는 전국적으로 5만5714가구(0.74%)인 것으로 집계된 바 있다.

[허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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