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23 (목)

"남의 아이 어떻게 키우냐고요?... 사랑하면 가족이죠"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11일 '입양의 날' 국내 입양 가족 인터뷰]
반편견입양교육강사 전성신씨 대통령표창
"입양 가족 자연스럽고 당당하게 생각해야"
"낳지 않아도 사랑으로 키우면 그게 가족"
한국일보

경기 용인시에 사는 전성신씨는 막내 딸을 입양해 세 자녀를 키우고 있다. 오른쪽부터 전씨와 막내 별, 남편 김지웅씨, 첫째 다은, 둘째 시현. 전성신씨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입양은 특별한 사람만 할 수 있는, 어려운 일 같죠. 사실 그저 평범한 가족일 뿐이에요."

제19회 '입양의 날'인 11일 대통령 표창을 받은 공개 입양 가족 전성신(45)씨의 얘기다. 그는 2013년 생후 50일 된 막내 딸 별이를 입양했다. 첫째와 둘째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문득 주변의 다자녀 가정을 보며 '아이가 더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 무렵이었다. 가족회의로 출산이 아닌 입양으로 가족을 이루기로 했다. 전씨는 "입양은 결혼, 출산과 함께 가족을 이루는 하나의 선택일 뿐"이라고 했다.

국내 입양은 매년 줄어들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내 입양 아동 수는 2019년 387명에서 지난해 150명으로 절반 이상 급감했다. 저출생 여파도 있지만 입양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여전히 크다. 입양의 날을 맞아 편견에 맞선 국내 입양 세 가족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선물처럼 찾아온 막내, 인생 바꿔"

한국일보

운동 신경이 뛰어난 막내 딸 별이는 매일 4시간씩 테니스 훈련을 받고 있다. 전성신씨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전씨 가족은 입양 사실을 숨기지 않는다. 별(11)이에게는 입양 가족에 대한 동화책을 읽어주며 입양 사실을 설명했다. 매년 가족이 된 날엔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입양을 기념한다. 전씨는 "별이가 입양아임을 스스럼없이 이야기하는데 간혹 친구들이 '슬프진 않냐'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면 의아해한다"며 "입양을 자연스럽고 당당하게 받아들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들의 일상은 여느 화목한 가족과 다르지 않다. 테니스 선수로 활동하는 별이를 전씨 부부는 적극 지원하고, 대학생인 첫째와 둘째도 별이의 경기가 열리는 날에 발 벗고 나선다. 올 초 제주에서 열린 테니스 대회에도 온 가족이 총출동해 별이를 응원했다. 전씨는 "저는 운동에 전혀 재능이 없지만 별이는 운동 신경이 뛰어나다"며 "다른 가족처럼 서로 다른 점도 있고 닮은 구석도 많다"고 했다.

입양으로 달라진 점도 있다. 전씨의 영향으로 전씨의 시누이도 딸 둘을 입양해 '입양 대가족'을 꾸렸다. 전씨는 8년 전 반편견입양교육 강사 활동을 시작했다. 지금까지 학교 200여 곳에서 강의를 700여 회 진행했다.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대통령 표창 수상자에 선정된 그는 "별이의 존재 자체가 선물이자 상인데, 엄마로 열심히 살았다는 이유로 상을 받는다는 게 과분하고 생경하다"며 "입양이 인생을 180도 바꿨다"고 웃었다.

"연장아 입양, 군대 간 아들 만난 느낌"

한국일보

이종필씨 가족은 2020년 막내아들을 공개 입양했다. 위로는 형이 2명 누나가 1명인 대가족이 됐다. 이종필씨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 서초구에 사는 이종필(51)씨 가족은 아들 셋에 딸 하나인 대가족이다. 늦둥이 막내 일우(9)와는 2020년 입양으로 가족의 연을 맺었다. 목회자인 이씨는 보육원에서 봉사를 하다가 '가정이 없는 아이들에게 부모를 찾아주셨으면 좋겠다'는 관계자의 말에 입양을 다짐했다. 돌이 지난 연장아는 입양 가능성이 낮다는 이야기를 듣고 마음을 굳혔다. 이씨는 입양 당시 5세였던 일우와의 첫 만남을 이렇게 떠올렸다. "군대에 있는 아들 만나는 느낌. 원래부터 제 아들이었던 것 같았어요."

일우를 입양한 지 3년 반. 아직 어린 나이에 입양이라는 단어는 이해하기 어렵지만, 자신이 어렸을 때 살았던 곳과 지금의 집이 다르다는 사실을 자연스레 인지하고 있다. 이씨는 일우에게 "가족이 되는 건 여러 방법이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항상 "우리가 일우를 세상에서 가장 사랑한다"고 속삭인다. 일우는 동네 친구들 사이에서 소위 '인싸(인기가 높은 사람)'로 불리며 어울린다.

이씨는 입양을 인생에서 정신적으로 가장 크게 성장한 계기로 꼽는다. "입양을 결심하기 전 '과연 자기 자식처럼 사랑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전혀 걱정하실 필요 없어요. 낳은 자녀와 똑같이 온 힘 다해 키우게 될 거라고 확실하게 말씀드립니다."

세 아이 입양한 다자녀 가족

한국일보

배지연씨 부부와 아들 예찬, 은찬, 그리고 딸 지은이. 배지연씨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대전 동구에 사는 배지연(49)씨 부부는 세 아이를 입양했다. 결혼 후 5년간 유산과 난임으로 아이가 생기지 않자 2014년 홀트아동복지회를 통해 첫째 예찬이를 만났다. 이듬해 은찬이를 입양했다. 배씨는 "둘이 사는 것보다는 셋이, 셋보다는 넷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어느새 다자녀 가정이 됐다"고 말했다. 막내 딸 지은이는 2019년 입양했다.

배씨 부부도 처음엔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다. '남의 아이를 어떻게 데려다가 키우나' 걱정도 앞섰다. 다른 입양 부모들을 만나며 편견을 하나씩 깨나갔다. 세 아이를 기르면서 두려움은 행복으로 바뀌었다. 그는 "세 자녀를 키우면서 외식은 반강제로 줄였고 눈코 뜰 새 없이 바쁘지만 아이들 덕분에 얻는 행복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다"고 했다.

저마다 성향이 다른 세 아이는 배씨의 가장 소중한 존재다. 배씨는 "어버이날 '돈과 시간을 들여 정성으로 키워주셔서 감사하다'라고 편지를 보내는 첫째는 '대문자 T(이성적 성향)'이고, 반대로 둘째는 섬세하고 감성적이다"며 "매일 투닥거리다 화해하길 반복하는 오빠들 사이에서 엄마 마음을 알아주는 씩씩한 막내 딸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선물이다"고 자랑했다.

배씨는 국내 입양을 고민하는 부모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낳았기 때문에 사랑하는 가족이 되는 게 아니라 어떤 인연이든 가족으로 살다 보면 사랑하는 관계가 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김소희 기자 kimsh@hankookilbo.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