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개월 정도 기다려야 합니다."
서울 마포구의 직장인 김모(42)씨는 최근 현대차의 대형 SUV(스포츠유틸리티 차) 팰리세이드를 계약하러 갔다가 이 같은 얘기를 들었다. 인기 차종을 받기까지 몇 달을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허다한 것은 노조 동의 없이는 생산 물량을 조정할 수 없는 한국 자동차 업계의 고질병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자동차 업체들은 임단협에 따라 공장별 생산 물량 조정을 하려면 노조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면서 "잘 팔리는 차의 생산 라인을 늘리려 하면 노조는 노동 강도가 높아진다는 이유 등을 들며 거부하니 물건을 사겠다는 사람이 줄을 서도 기업은 차를 더 만들 수 없다"고 말했다.
현대차 노조 간부 600여명은 지난달 31일 파업을 벌였다. 그날 광주광역시와 현대차가 '반값 임금' '5년간 임단협 유예'를 골자로 하는 '광주형 일자리' 투자 협약을 맺었기 때문이다. 광주형 일자리는 강성 노조와 글로벌 최고 수준의 임금으로 경쟁력을 위협받는 국내 자동차 산업의 고육책이다. 하지만 노조는 "광주형 일자리는 저임금으로 양극화를 확대시켜 경제 파탄으로 몰고 갈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그사이 국내 자동차 업계의 미래에 대한 암울한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국내 자동차 생산량은 2011년 정점(465만7094대)을 찍은 후 지난해 402만8724대를 기록하는 등 최근 3년 연속 쪼그라들었다. 10대 자동차 생산국 중 3년 연속 생산량이 줄어든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
석남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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