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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3 (월)

곤잘로 갈랜드 교수 "미중 무역분쟁 아직 전투지만 세계대전 비화 가능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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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비즈니스 인사이트-198]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무역전쟁이 격화되는 양상을 보이면서 기업들의 관심과 우려도 커지고 있다. 경기침체와 수출 감소 등 직간접적으로 피해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구매관리자지수(PMI)가 18개월래 최저치를 기록하고 중국과 일본 등의 실물경제 지표가 하락하는 등 피해가 현실화되고 있다.

최근 한국마이크로소프트(MS)는 곤잘로 갈랜드(Gonzalo Garland) IE비즈니스스쿨 교수를 초빙해 세계 경제 전망에 대해 강연을 들었다. 그는 글로벌 금융위기 등에 대해 연구한 거시경제 전문가다. 매일경제 비즈타임스는 지난 8일 갈랜드 교수와 서울 포시즌스호텔에서 만나 인터뷰하며 무역전쟁의 전망과 그 영향에 대해 자세히 들어봤다.

갈랜드 교수는 먼저 무역전쟁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회복세에 올라선 세계 경제를 다시 침체기로 돌아가게 만들지는 않을 거라고 설명했다. 프랜시스 후쿠야마 미국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일본 닛케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미·중 무역전쟁이 제2의 대공황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갈랜드 교수는 이에 대해 "아직은 무역전쟁(trade war)가 아닌 무역전투(trade battle)에 가까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 세계 모든 국가들의 전면적인 전쟁이 아니라 미국과 중국 간의 1대1 대결에 가깝다는 설명이다. 그는 "무역협상에서 상대 국가의 양보를 얻어내기 위해 밀어붙이는 단계를 지나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도 "다른 국가들 간 자유무역이 이뤄지는 한 피해가 심각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무역전쟁으로 비화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고 경고했다. 특히 기업의 생산시설 해외 이전이 그 기폭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최근 일부 기업은 높아진 관세를 피하기 위해 공장을 옮겨 해당 국가에서 바로 제조, 판매하는 방법으로 대응하고 있다. 미국의 모터사이클 제조·판매 기업 할리데이비슨도 지난달 유럽 시장을 지키기 위해 이 같은 결정을 발표한 바 있다. 할리데이비슨의 모터사이클은 세계적인 액션배우 아널드 슈워제네거가 영화 '터미네이터2'에서 타고 나온 것으로 유명하다. 미국을 상징하던 기업의 해외 이전 발표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마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갈랜드 교수는 "이 같은 기업들에 대해 관세 제도를 교묘히 피해간다는 인식이 퍼지면 비록 국가 내에서 생산해 판매하더라도 외국 기업에 대해 관세와 같은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이 같은 차원에서 무역전쟁이 전 세계로 확산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기업이라고 해도 유럽, 남미, 한국 등 해외에서 생산해 중국으로 수출하면 높은 관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이를 차단하기 위해 유럽, 남미, 한국 등 국가들에도 관세를 부과하고, 이에 대한 보복 관세가 뒤따르면 지금과 같은 특정 국가 간 무역전투를 넘어 전 세계적인 무역전쟁으로 비화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무역전쟁 외에도 중동 국가 간 갈등, 북한 핵 문제 등에 따른 지정학적 위험이 다음 위험 요인으로 꼽혔다. 금리 인상 등 기타 요인에 대해서는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도 "경기회복, 경제성장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따라서 예측 가능하다"고 말했다.

갈랜드 교수는 또 난민 수용의 경제적 영향에 대해 과거 유럽의 경험을 참고 사례로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최근 제주도에 예멘 난민이 몰리면서 난민 수용이 한국 사회의 주요한 문제로 떠올랐다. 갈랜드 교수는 인구 변화에 따른 경제적 영향에 대해서도 다양한 연구를 진행해왔다. 그는 지난날 유럽의 난민 수용에 대해 "경제적으로 필요했으며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다. 특히 대부분이 기피하는 산업 분야의 노동력을 성공적으로 채워줬다고 평가했다. 다만 "시대가 변함에 따라 제한적인(qualified) 난민 수용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많은 노동력이 필요했던 과거 경제성장 시기와는 달리, 기술 발전으로 인해 상당 부분 자동화가 이뤄지고 저성장이 보편화된 현재 경제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갈랜드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무조건 다 수용하기보다는 과거 이력 조사, 인터뷰 등 체계적인 절차를 통해 필요한 난민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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