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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스크린에 내려앉은 ‘밤’… 숨 막히는 스릴러 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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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 전부터 화제몰이 ‘7년의 밤’ / 정유정 작가 동명 베스트셀러 원작 / 치밀한 심리묘사·생생한 배경 압권 / 한국적으로 재탄생한 ‘사라진 밤’ / 스페인영화 리메이크… 117만 동원 / 의문의 ‘시체 실종사건’ 진실 추적

비수기 극장가에 밤(夜)을 제목으로 한 스릴러 대결이 펼쳐진다. 영화 ‘7년의 밤’과 ‘사라진 밤’이다.

동명 베스트셀러 원작으로 개봉 전부터 화제를 모으고 있는 ‘7년의 밤’은 28일 관객들과 만날 예정이다.

주인공 최현수는 인적 드문 세령마을의 댐 관리팀장 부임을 앞두고 가족과 지낼 사택을 보기 위해 마을을 찾았다가 도로에 갑자기 뛰어든 여자아이를 치어 교통사고를 낸다. 놀란 그는 한순간 잘못된 선택으로 아이를 호수에 유기한다. 아이는 세령마을 유지인 오영제의 딸 세령. 부인조차 ‘악마’라고 부르는 오영제는 그날 밤도 세령을 학대했지만, 아이가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오자 분노에 사로잡혀 복수를 다짐한다. 오영제는 최현수에게 똑같이 갚아주겠다는 생각으로 최현수의 아들 서원을 7년 동안 옥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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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7년의 밤’은 팩트 사이의 이야기에 집중한 각색과 배경을 환상적으로 구현한 미장센으로, 원작자인 정유정 작가의 찬사를 끌어냈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7년의 밤’은 2009년 세계문학상을 수상한 정유정 작가 작품이다. 2011년 출간 당시 2주 만에 베스트셀러에 등극해 누적 판매 부수 50만부를 돌파했으며 독일, 프랑스, 중국, 일본 등 세계 각국에 번역 출간됐다. 인간 본성에 대한 깊은 통찰을 흡입력 있는 서사와 생생한 리얼리티에 담아내 ‘한 편의 영화 같은 소설’이라는 평을 받았다.

‘7년의 밤’이 영화로 제작된다는 소식은 소설과 영화 팬들의 기대를 모았다. ‘광해’의 추창민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류승룡과 장동건이 각각 최현수와 오영제를 연기했다.

소설과 다른 점은 ‘사실’과 ‘진실’의 사이에 더 집중했다는 것이다. 한 아이를 살해하고 마을 사람을 여럿 죽게 만든 최현수와 아이를 잃고 복수에 나선 오영제라는 인물은 모두 악인이지만 영화는 그들에게 각각 악행의 이유가 되는 배경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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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원작 영화에 한국적 해석을 가미한 ‘사라진 밤’은 시체의 행방과 생사에 대한 의문을 끝까지 추척한다. 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 제공


영화를 본 정유정 작가는 “보는 동안 소설을 잊을 만큼 흡입력 있었다”며 “추창민 감독의 재해석은 정말 아름다운 선택”이라고 밝혔다.

두 배우의 열연은 치밀한 심리묘사를 빛냈다. 류승룡은 우유부단하고 심약하지만 아들을 지키기 위해서는 몸을 아끼지 않는 부성애를 연기한다. 상상을 뛰어넘는 장동건의 변신은 특히 놀랍다. 딸을 학대하고 광기를 보이는 오영제의 모습은 류승룡의 말대로 ‘오금이 저린’다.

소설 속 세밀한 묘사로 생생하게 그려졌던 마을 이미지는 상상 그대로 스크린에 펼쳐진다. 오영제의 대저택과 짙은 안개가 깔린 숲, 수몰된 마을이 있는 비밀스러운 호수, 거대한 댐을 품은 세령마을은 전북 임실의 옥정호, 충북 음성군의 저수지, 경기 가평의 별장, 대전의 대청댐 등에서 10개월 동안 촬영해 하나의 공간처럼 짜집기했다.

신비스럽고 음산한 배경과 강렬한 캐릭터들의 대립이 몰입도를 한껏 끌어올린다. 단, 처음부터 끝까지 쉬지 않고 이어지는 묵직함과 긴장감에 피로도가 함께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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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밤’


‘사라진 밤’은 지난 7일 개봉해 올해 첫 스릴러 장르의 문을 열었다. 스페인 영화 ‘더 바디’가 원작이다. 아내의 죽음 이후 시작되는 이야기라는 원작의 골격에 한국적인 해석을 더했다.

교수 박진한은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해 재벌 회장인 아내 윤설희를 살해했지만 아내의 시체가 보관소에서 사라진 뒤 용의자로 몰린다. 형사 우중식은 허술한듯 냉철하고 집요하게 박진한을 수사한다.

하룻밤 사이에 국과수 시체보관실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발생하는 사건을 그린 만큼 캐릭터의 대립과 내적 갈등을 표현하는 데 공들였다. 이창희 감독은 캐릭터 표현력에 대한 신뢰를 기준으로 김상경, 김강우, 김희애를 선택했다. 김희애의 첫 스릴러 영화로 널리 홍보됐지만 그는 거들 뿐, 극을 이끌어가는 건 김상경과 김강우다. 여러 영화에서 다양한 형사를 연기한 김상경은 유머러스하게 극을 전개시킨다. 김강우는 자신이 살해한 아내로부터 협박을 받으며 공포에 무너지는 인물로 관객의 분노와 연민을 동시에 끌어낸다.

영화는 시체의 행방을 찾아가며 윤설희가 정말 죽었는지에 대한 의문을 끝까지 끌고 가지만 얼개가 느슨하고 긴장감이 다소 떨어진다. 개봉 3주째인 21일까지 117만 관객을 불러 모았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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