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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6 (목)

[박은경의 베이징 리포트]세뱃돈도 메신저로…중국인 ‘훙바오’ 사랑은 못 말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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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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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동계올림픽에 출전한 중국 리진위 선수(17)가 지난 17일 쇼트트랙 여자 1500m 결승전에서 최민정 선수에 이어 두 번째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네이멍구 출신 첫 동계올림픽 메달리스트가 탄생한 순간이다. 중국이 평창 올림픽 쇼트트랙에서 딴 첫 메달이기도 하다. 리진위의 어머니 리옌화는 고향집에서 TV로 딸의 선전을 지켜보며 66위안짜리(약 1만1000원) 훙바오(紅包·세뱃돈)를 떠올렸다. 리옌화는 18일 중국신문망 인터뷰에서 “딸이 혹시 부담을 가질까 걱정돼 경기 전에는 일부러 연락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만, 춘제(春節·중국 설) 전날인 15일 모바일 메신저 웨이신(微信)으로 66위안 훙바오를 보내며 순조로운 경기를 기원했다. 6(六)은 ‘일이 잘 풀린다’는 뜻의 ‘류(流)’와 발음이 같아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숫자다. 리옌화는 66위안짜리 훙바오가 경기를 술술 풀리게 도와주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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훙바오는 붉은색 봉투에 세뱃돈을 담아 주는 데서 유래해 세뱃돈, 축의금 등을 뜻하는 말이 됐다. 숫자에 의미 부여하기를 좋아하는 중국인들은 세뱃돈 액수에도 의미를 담는다. ‘부자 된다’는 ‘파차이(發財)’의 ‘파’와 발음이 비슷한 8과 6을 특히 좋아한다. 66위안, 88위안짜리 훙바오가 많은 이유다. 모바일 메신저를 통한 전자 훙바오가 일상화되면서 운세를 점치는 수단처럼 쓰이기도 한다. 단체대화방에 훙바오를 받을 인원 수를 설정해 선착순으로 무작위 액수를 받을 수 있게 하는 훙바오가 인기다. 대부분 1위안(약 169원) 안팎의 적은 액수지만 0.66이나 0.88같이 상서로운 숫자가 나오면 매우 기뻐한다. 훙바오가 하나의 오락으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액수와 상관없이 중국인들을 매료시키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은 춘제 연휴 기간 중 타이베이, 타이중, 장화 등 지역 사원에서 시민들에게 훙바오를 나눠주는 행사를 열었다. 각 사원마다 1000명 안팎의 시민들에게 새해 인사와 함께 훙바오를 전했다. 이 특별한 훙바오를 받기 위해 장화의 난야오 사원 앞에는 전날 밤부터 장사진이 펼쳐졌다. 행사 시작 전에는 줄이 500m까지 이어졌다. 다른 지역에서 온 시민들도 많았다. 훙바오 안에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메시지와 차이 총통의 서명, 1대만달러짜리 동전이 있다. 한국 돈으로는 36원 정도다.

웨이신은 15일 하루 동안 모두 6억8800만명이 훙바오를 보냈다고 밝혔다. 지난해보다 15% 증가한 수치다. 전 국민의 예능이 되어가고 있는 셈이다. 연령별로는 1980년대생(80後·바링허우)이 32%로 가장 많았고, 1960년대생(60後·류링허우)도 10%에 달했다. 산둥성의 한 여성은 총 1848회나 ‘훙바오 1등’을 차지해 ‘가장 빠른 손’으로 꼽혔다. 저장성의 한 여성은 하루 동안 1203개의 훙바오를 보내 ‘최고 큰손’으로 선정됐다.

알리바바그룹의 온라인 오픈마켓 타오바오는 국영방송 CCTV 설 특집 프로그램인 <춘완(春晩)>과 6억위안 상당의 전자 훙바오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총 212개 지역의 1억가구가 참여했다.

훙바오의 인기가 높아지다 보니 이를 이용한 모바일 사기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CCTV는 주민등록번호, 계좌번호 등 개인 정보를 요구하는 가짜 훙바오가 많아 주의가 요구된다고 19일 보도했다.

<베이징 | 박은경 특파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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