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플레이 시장을 주도하는 것과 화질 기준이 되는 표준을 주도하는 것은 그 의미가 다르다. 시장 주도는 게임에서 승리하는 것으로 가능하지만 기준을 정하는 것은 그 게임의 룰을 만드는 것이어서 신뢰와 권위를 모두 갖춰야 한다. 태권도 룰을 종주국인 우리나라가 주도해서ㅗ 정하는 것과 비슷하다. 이제 세계 각국은 한국이 주도해서 만든 새로운 디스플레이 화질 기준에 맞춰 시장에서 경쟁하게 된다.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산업화가 다소 늦은 우리나라는 모든 분야에서 선진국 따라 하기에 바빴다. 그들이 정해 놓은 룰에 따라 '기름 치고 조이기'를 열심히 수련, 그들이 정한 기준을 충족해 내는 것만으로도 환호했다. 심지어는 룰 자체도 제대로 몰라 그 룰을 배우는 데도 노력과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
이제 디스플레이 분야는 그 기준을 우리 주도로 만들게 됐다. 시장 주도권이 기술 표준 주도권으로 이어진 것으로, 디스플레이 강국의 위상을 제대로 체감하는 순간이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기준은 흑백 브라운관 디스플레이 시대에 정해졌다. 미래 디스플레이 시장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확보했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표준 제정 과정에 참여하지 못한 해외 후발국은 1990년대에 우리가 그랬듯 새롭게 제정되는 표준을 공부하고 그 표준에 따라 개발해야 글로벌 시장에 도전장을 낼 수 있다. 디스플레이처럼 우리나라가 세계 산업 표준을 주도하는 분야가 한층 늘어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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