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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허리케인 경제학]①어마의 깜짝 반전?‥허리케인 이후 美경제 더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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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겨간 허리케인 공포..“3분기 주춤하겠지만, 4분기에 급격한 회복”

연내 금리 인상說 급부상..인상확률 25%→43% 급등

코앞 닥친 허리케인에 트럼프-민주당도 손 잡기도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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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이데일리 안승찬 특파원] ‘허리케인 공포’라는 말이 딱 맞다. 허리케인 ‘하비’가 미국 텍사스를 강타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허리케인 ‘어마’가 또 등장했다. 미국 플로리다를 향해 돌진하던 어마의 세기는 5등급에 달했다. 5등급은 가장 강력한 허리케인을 뜻한다. 집이 날아가고 건물이 무너뜨리는 수준의 허리케인이다.

게다가 플로리다는 미국 50개주 중에서 캘리포니아, 텍사스 다음으로 인구가 많은 곳이다. 이런 곳에 5등급 허리케인이 닥치면 재앙 수준의 피해가 발생할 게 뻔하다. 잔뜩 긴장한 릭 스콧 플로리다 주지사는 주민 650만명에게 대피령을 내렸다. 2000만명 플로리다 인구의 약 3분의 1이 대피했다. 미국 재난 역사상 가장 많은 대피 인원이다.

허리케인은 항상 시계 반대방향으로 돈다. 태풍의 진행방향과 회전의 방향이 같은 태풍의 오른쪽 지역의 바람이 세고 피해도 크다. 플로리다 최대 도시인 마이애미가 어마 진행방향의 오른쪽에 있었다. 다행히 어마는 막판에 플로리다 서쪽으로 진로를 틀었다. 사람이 많이 살지 않는 에버글레이즈 국립공원과 마르코 섬이 어마의 오른쪽 영향권에 들어갔다. 이후 허리케인은 힘이 약해졌다. 뉴욕타임스는 “무척 운이 좋았다”고 보도했다.

최악의 시나리오가 비켜가자 어느새 낙관론이 퍼진다. 뉴욕증시는 다시 사상 최고치로 올라섰다. 미국의 3분기 경제성장이 영향을 받겠지만, 4분기에는 경제가 더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올해는 불가능할 것처럼 보이던 미국의 추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도 불씨가 뜨겁게 살아났다.

◇ “4분기 미국 경제 빠르게 살아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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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3분기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이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허리케인 하비가 덮친 텍사스주 휴스턴은 세계 석유산업의 중심지다. 쏟아진 폭우로 집만 물속에 잠긴 게 아니다. 미국 정유시설의 16.5%가 일시 폐쇄됐다.

실업자도 늘었다. 8월 마지막 주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한 주 전보다 6만2000건 급증한 29만8000건을 기록했다. 시장 전문가들의 예상치인 24만1000건을 훌쩍 넘었다. 허리케인 하비로 텍사스에서만 5만건 이상의 실업수당 청구가 발생했다.

미국의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하비의 피해액이 2012년 미국 동부를 강타한 허리케인 ‘샌디’(약 75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추정했다. 골드만삭스는 “미국의 3분기 GDP 성장률이 0.8%포인트 하락한 2%에 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메릴린치 역시 미국의 3분기 성장률을 0.4%포인트 낮춘 2.5%로 다시 산정했다.

하지만 4분기부터는 달라질 것이란 예상이 많다. 허리케인이 휩쓸고 지나간 곳은 건설 붐이 일어나게 마련이다. 보험료가 지급되고 정부의 긴급 재정도 투입된다. 주택을 고치고 인프라를 새로 구축하느라 일자리도 늘어난다.

이는 경험으로 입증된 사실이다. JP모건이 1992년 허리케인 앤드루와 2005년 카트리나, 2011년 아이린이 미국을 강타한 이후 월별 GDP 변화를 추적한 결과, 몇 개월 이내에 모두 GDP가 증가하는 모습을 나타냈다. 소비도 잠시 주춤해졌다가 몇 개월이 지난 후부터 오히려 늘렀다. 허리케인은 분명히 재앙이지만, 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경제가 살아나는 효과가 생긴다.

골드만삭스는 “자연재해는 일시적으로 경기를 크게 위축시키지만, 후속 반등 효과가 크기 마련”이라며 “복구 효과로 3분기 이후의 경기가 회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 올해 美기준금리 인상說 급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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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시나리오도 다시 바뀌었다. 허리케인 어마가 접근해오자 올해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은 사실상 끝났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지금은 예상이 또 달라졌다. 기준금리 인상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예상이 나온다. 연방기금금리 선물 가격은 이런 변화를 뚜렷이 보여준다.

미국의 기준금리를 기준으로 거래되는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시장 참여자들이 앞으로 기준금리가 어떻게 변할지 예상해서 거래한다. 이 가격을 역산해보면 시장에서 예상하는 기준금리 변동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그룹이 연방기금금리 선물 가격으로 집계한 오는 12월 기준금리 인상 확률은 한때 25%까지 떨어졌다. 독일 보험회사 율러 헤르메스의 댄 노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허리케인 하비 때문에 집을 잃은 사람들의 고통은 계속되고 있는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올릴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하지만 허리케인 어마가 별 탈 없이 지나간 13일(현지시간) 연방기금금리 선물에 반영된 12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은 43.6%까지 뛰었다. 금리를 동결할 것이란 예상이 54.8%로 조금 앞서지만, 차이가 크지 않다. 올해 추가 인상도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라는 뜻이다.

도이체방크는 보고서에서 “경제가 입는 일부 타격은 피해복구 과정에서 건설 지출이 늘어남으로써 상쇄될 수 있다”면서 “허리케인 피해가 전체 통화정책 방향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윌리엄 더들리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도 허리케인 이후 미국 경제가 더 좋아질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허리케인의 영향은 “아주 단기적일 것”이라며 “허리케인으로 훼손된 모든 것을 재건축해야 하므로 경제활동은 실제로 활발해질 것이다”고 전망했다. 더들리 총재는 “경제가 추세보다 개선된다면 이는 완화적인 통화정책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경고했다.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을 얼마든지 단행할 수 있다는 뜻이다.

월스트리트를 관할하는 뉴욕 연은 총재는 다른 지방 연은 총재와 격이 다른 자리다. 11명의 다른 지방 연은 총재들이 4명씩 돌아가면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투표권을 행사하지만, 뉴욕 연은 총재는 재닛 옐런 의장 등 연준 위원들과 함께 FOMC에 고정적으로 참석하는 멤버다. 뉴욕 연은 총재의 말은 무게가 다르다.

◇ 허리케인에 美정치지형도 변화..“트럼프-민주당과 손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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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케인은 미국의 정치 지형도 바꿔놓았다. 미국 정치권은 연방정부의 부채한도 증액을 둘러싸고 극단으로 치닫고 있었다. 트럼프 정부는 2조5000억달러만큼 부채한도를 올려달라고 의회에 요구했다. 여기에는 16억달러의 미국과 멕시코 사이에 장벽건설 비용도 포함돼 있다. 야당인 민주당은 난색을 보였다. 9월 말까지 합의하지 못하면 연방정부가 ‘셧다운(연방정부 일시 폐쇄)’에 빠질 위기였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한 치도 양보할 생각이 없었다. 그는 “비록 정부를 폐쇄해야 한다 하더라도 우리는 장벽을 지을 것이다. 어떤 식으로든 장벽을 세울 것”이라고 떠들고 다녔다.

하지만 허리케인이 닥치자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의 태도가 달라졌다. 트럼프 대통령는 민주당의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 낸시 펠로 하원 원내대표와 만났다. 그리곤 부채한도 증액을 위한 마감시한을 오는 12월15일로 연기하기로 합의했다. 갈등이 완전한 해소된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3개월 동안은 예산문제로 싸우지 않기로 휴전한 셈이다. 그리고 허리케인 피해자를 위한 정부의 지원도 같은 기간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허리케인은 코앞에 닥친 재난이다. 셧다운으로 치닫던 정치권도 허리케인으로 고통받는 국민을 외면할 수는 없다. 급한 대로 일단 손을 잡고 협력을 꾀한다. 미국의 의회전문 인터넷매체 더힐은 “미국 정치 지형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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