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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뉴스분석] 북-미, 날카로운 대치 고비 넘겼지만 불씨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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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김정은 “괌 사격, 미국 행태 좀더 지켜볼 것”

미국 쪽 잇단 상황 진정 시도에 호응 성격

한·미 연합 을지프리덤가디언 단기적 변수

9월부턴 본격 협상·재격돌 줄다리기 가능성



북한과 미국이 한반도 정세를 극도의 위기로 몰아넣었던 날카로운 대치 양상에서 한발씩 물러섰다. 북한의 잇단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화염과 분노’ 발언으로 촉발된 긴장 수위도 크게 낮아졌다. 하지만 북-미가 공개적인 대화 국면의 입구를 찾기까지는 아직도 적지 않은 변수들이 도사리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14일 ‘괌 포위 사격’을 공언했던 북한 전략군사령부를 시찰하면서 관련 보고를 받은 뒤 “고달픈 시간을 보내고 있는 어리석고 미련한 미국 놈들의 행태를 좀더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5일 보도했다. 북한 최고지도자가 당장은 미국과 전면으로 맞설 뜻이 없다는 점을 확인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이어 “(미국이) 우리의 자제력을 시험하며 조선반도(한반도) 주변에서 위험천만한 망동을 계속 부려대면 이미 천명한 대로 중대한 결단을 내릴 것”이라며 “우리 당이 결심만 하면 언제든지 실전에 돌입할 수 있게 항상 발사 태세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미국의 움직임에 따라 언제든 군사적 대응 카드를 다시 꺼내들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지난 8일 트럼프 대통령의 ‘화염과 분노’ 발언과 이에 맞선 북한군의 ‘괌 포위 사격’ 성명을 시작으로 북-미는 사흘간 ‘말 전쟁’을 이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핵 사용을 포함해 ‘미국의 군사적 해법은 장전됐다’는 등의 표현으로 연일 위협 수위를 높였고, 북한군은 구체적인 ‘괌 포위 사격’ 방안을 내놓으며 맞대응 수위를 올렸다.

몇차례 엎치락뒤치락 기조가 바뀐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발언은 11일 오후 외교적 해법을 강조해온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을 기자회견장에 대동한 자리에서 평화적 해법을 선호한다고 밝힌 것을 마지막으로 잠잠해졌다. 특히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이 13일 공동 명의로 <월스트리트 저널>에 기고문을 내 북한과 협상할 의향이 있음을 밝히고, 미 행정부 고위 관료들이 일제히 대북 선제적 군사행동을 계획하고 있지 않다고 확인하면서 위기 강도가 완연히 꺾였다.

김 위원장의 14일 발언은 미국 쪽의 이런 상황 진정 시도에 일정 정도 호응하는 성격이 짙어 보인다. 김연철 인제대 교수는 “그동안 북한의 메시지는 일관됐다. 미국에서 선제타격 얘기가 나오는 것에 대해 북한도 대응 능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고, 미국이 선제타격을 하지 않으면 북한도 대응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이 14일 괌 포위 사격과 관련해 “만약 미국을 향해 발사한다면 그것은 전쟁”이라고 경고하기는 했지만, 대응적 차원의 군사행동을 밝힌 것일 뿐이다.

자칫 한반도에서의 우발적 군사충돌로 이어질 수도 있는 큰 고비는 넘겼지만, 긴장의 불씨가 완전히 꺼진 것은 아니라는 평가가 많다. 당장 오는 21일부터 한-미 연합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이 예정돼 있다. 한-미 연합훈련 기간엔 북한의 위기감이 고조된다. 김연철 교수는 “북한은 을지프리덤가디언 훈련이 어떻게 전개되는지를 지켜볼 것”이라고 했다.

한-미 연합훈련 시기를 별 탈 없이 넘기면 다음달께부터는 북-미가 본격적으로 물밑 접촉을 통해 ‘조용하지만 치열한’ 줄다리기를 할 공산이 크다. <워싱턴 포스트>는 13일 미국과 북한이 이른바 ‘뉴욕 채널’을 통한 물밑 대화를 하면서 최선희 외무성 미국국장의 8월 미국 방문이 추진됐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양쪽의 협상은 결렬됐으나, 북-미의 접촉 움직임은 꾸준히 있는 셈이다.

다만 양쪽 모두 판돈을 크게 걸어넣고 있어 비핵화 협상의 입구로 들어가는 접점을 찾기가 쉽지는 않아 보인다. 타협 지점을 찾는다면 공개적이고 공식적인 협상 국면으로 상당히 급격하게 이동할 수 있다.

역으로, 물밑 접촉 결과가 지지부진해지면 북한은 다시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고, 미국도 강하게 북한을 압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구갑우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괌 타격 카드는 북한이 필요하면 다시 들고나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트럼프 대통령의 ‘입’도 다시 화약고가 될 수 있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박병수 선임기자, 김지은 기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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