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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전국 돌며 ‘평화의 소녀상’ 화폭에 담는 노숙 대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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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상명대 만화애니메이션학과 4학년 김세진씨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우리 모두의 문제”

전국 소녀상 돌며 지금까지 60여점 그려



“소녀상은 모두 똑같지 않아요. 지역마다 배경도 다르고, 표정도, 자세도 모두 다르답니다.”

상명대 천안캠퍼스 만화애니메이션학과 4학년 김세진(30)씨는 경기도 성남시 등 전국 70여곳에 세워진 소녀상을 찾아다니며 화폭에 담고 있다. 지난 5월15일 부산 일본영사관 앞에 있는 소녀상을 그리는 것을 시작으로 ‘평화의 소녀상 노숙 투어’에 나선 김씨. 그는 “우리 곁에 있는 소녀상은 하나하나 모양이 다르지만, 특히 인상 깊었던 소녀상은 경기도 부천과 경남 산청에 있는 소녀상”이라고 말했다.

부천 소녀상은 유일하게 등을 뒤로 한 채 돌아서 있는데, 앞모습을 보기 위해 소녀상 뒤로 가보면 거울이 붙어 있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부천 소녀상의 거울에 비친 우리의 모습을 보면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피해 당사자나 인권활동가 등의 문제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문제라는 점을 일깨워 준다”고 전했다.

또한, 산청 소녀상은 이름을 갖고 있다. ‘봄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 소녀상은 중학교 학생들이 직접 기획하고 나무판자로 만든 작품이어서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고 김씨는 말했다. 그는 “특히 전남 담양의 소녀상은 일본강점기 경찰서가 있던 자리에 세워져 있어 그 의미를 더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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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을 돌며 평화의 소녀상을 수채화로 그리고 있는 대학생 김세진씨가 지난 5월 부산 일본영사관 앞에 세워진 소녀상 앞에서 ‘12.28 위안부 합의’를 폐지하라는 깃발을 들고 시위를 하고 있다. 김세진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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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상 농성 대학생 공동행동’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씨는 지난 1년 동안 주말마다 서울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지킴이 활동을 하며 노숙농성을 했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 작업에도 자신이 그리거나 그릴 예정인 소녀상 옆에서 노숙했다.

호주에서 2년 동안 공부하다 귀국한 김씨는 “국정역사교과서를 만든다는 뉴스와 12·28 한-일 정부 위안부 합의 내용을 접하고 놀라움과 분노를 감출 수 없었다. 피해자에게 고통을 주는 것도 모자라 역사를 이렇게까지 왜곡하는 것을 보고 역사와 사회문제에 관심을 두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글거리는 태양 아래 커다란 밀짚모자를 눌러쓰고 하는 그림 작업은 보통 4시간가량이 걸리지만, 그동안 간식과 물을 건네주는 시민들의 응원이 큰 힘이 됐다고 한다. 김씨는 “시청 안에 소녀상을 세운 경기도 성남시를 방문했을 때는 공무원들이 밥까지 대접해주며 격려해줬다”고 고마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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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 소녀상 수채화를 그리기에 앞서 스케치를 하는 대학생 김세진씨 사진 제공 김세진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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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그림 작업에 버스요금과 밥값 등을 합쳐 하루 5만원가량이 들어갈 것을 예상하고 공사현장에서 석 달 동안 막노동까지 했다는 김씨. 그는 “전국에 있는 73개의 소녀상을 모두 화폭에 담는 것을 목표로 했는데, 이번 광복절에 10여개의 소녀상이 더 세워진다는 소식을 듣고 울어야 할지 웃어야 할지 몰랐다”고 웃기도 했다.

김씨는 광복 72주년인 15일 서울 서초고등학교 소녀상 스케치를 시작으로 서울 시내에 있는 소녀상을 모두 그릴 예정이다. 그는 “이번 작업을 통해 소녀상이 우리 곁에 왜 존재하냐는 문제에 한층 접근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이 문제에 많은 청소년이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는 게 가장 보람이 있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전국 소녀상을 담은 그림을 모두 완성하면 이를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에 기부하고 싶다”고 말했다.

성남/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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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성남시청사 안에 있는 평화의 소녀상 수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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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산청군에 있는 평화의 소녀상 수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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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진주에 있는 평화의 소녀상 수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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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김해 평화의 소녀상 수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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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제천 평화의 소녀상 수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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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청주 평화의 소녀상 수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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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서천 평화의 소녀상 수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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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전주 평화의 소녀상 수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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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군위 평화의 소녀상 수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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