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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피해학생 뺀 모두가 공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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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교육청 감사 결과, 학교장 해임 등 중징계 요구

시교육청 “조직적 축소ㆍ은폐”

결정적 단서 될 진술서 일부 분실

교장, 피해학생 부모에 전학 유도

대기업 총수 손자 제외하고

“가해학생 1명 더 있다” 주장에도

학폭위 심의 대상서 의도적 누락

숭의초 “의혹 일방적 나열”반박
한국일보

서울시교육청 감사관실 관계자가 12일 종로구 청사 브리핑룸에서 숭의초등학교 학교폭력 사건 때 쓰인 플라스틱 야구방망이를 공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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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윤손하씨 아들과 대기업 총수 손자가 연루된 학교 폭력 사태에 대해 당사자인 숭의초등학교가 이를 조직적으로 축소ㆍ은폐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감사를 벌인 서울시교육청은 학교장 등 관련자들에 대한 중징계와 수사의뢰를 결정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달 21일 실시한 감사 결과 숭의초가 지난 4월 발생한 학교폭력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특정 가해학생을 조사 대상에서 누락하고 피해학생을 보호하지 않는 등 사안을 부적정하게 처리한 것으로 최종 결론을 냈다고 12일 밝혔다. 이에 서울시교육청은 학교장과 교감, 생활지도부장에 대해 해임을, 담임교사에겐 정직 등 중징계 처분을 숭의학원에 요구하기로 했다. 국공립과 달리 사립학교 징계 여부는 학교법인이 최종 결정한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 4월 20일 경기 가평에서 진행된 숭의초 수련회에서 3학년 학생들 간 폭력 사건이 발생한 뒤 피해학생 부모는 기존에 지목된 가해학생 3명 외 “한 명이 더 폭력에 가담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가해학생들은 피해학생을 담요로 덮어 플라스틱 야구방망이로 때리고 물비누를 마시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숭의초는 지난달 1일 열린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심의 대상에서 추가로 지목된 이 가해학생을 제외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학생이 모 대기업 총수의 손자 박모군이다.

사건해결에 결정적인 단서가 될 진술서 일부가 사라진 사실도 이번 감사 결과 드러났다. 담임교사는 사건 발생 4일 만인 4월 24일 목격학생 등 9명에게 총 18장의 최초 진술서를 받았는데 이 중 6장이 사라진 것이다. 담임교사는 생활지도부장에게 애초 18장 모두 제출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생활지도부장은 처음부터 6장이 없는 상태로 받았다고 진술하는 등 감사 당시 서로 책임을 떠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6장 중 4장은 사건 해결에 중요한 단서가 될만한 목격자 진술서이고 나머지 2장은 가해학생이 작성한 것”이라고 전했다.

생활지도부장은 또 박군의 부모가 자치위원회 회의록과 박군이 쓴 학생 진술서 등을 요구하자 이를 촬영해 이메일과 문자메시지를 통해 전송하기도 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진술서 분실 및 자료유출에 대해 교원 4명 전원 수사 의뢰할 계획이다.

숭의초는 학교폭력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피해학생 보호도 하지 않았다. 학교장은 피해학생 부모에게 전학을 유도하는 발언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교감은 피해학생이 심한 정신적ㆍ육체적 고통으로 장기간의 안정이 필요하다는 의사소견서까지 제출했지만 병원을 방문해서라도 피해자 진술을 받겠다고 하는 등 피해학생을 전혀 배려하지 않는 태도로 일관했다. 가해학생들이 평소 피해학생을 괴롭힌다는 사전 정보에도 같은 방을 배정하는 등 담임교사의 책임도 무거웠다.

학교폭력 사건을 심의하는 자치위원회에 반드시 포함돼야 하는 학교전담경찰관(SPO)을 배제하고 그 자리에 교사를 임명하는 등 자의적으로 위원회를 구성한 사실도 확인됐다. 또 사건 발생 당일 박군이 연루된 또 다른 폭력사건에 대해 학교 측이 자취위원회를 열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서울시교육청은 특별장학을 실시한다는 입장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숭의초가 학교폭력 사건에 대해 그릇된 인식을 가지고 있던 만큼 장학지도를 실시할 예정”이라며 “사립학교 교직원 징계 처분에 대한 실효성 확보를 위해 사립학교법 개정을 교육부에 지속적으로 건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한국일보

지난 4월 숭의초 수련회 당시 학교폭력에 사용된 것으로 알려진 플라스틱 소재 야구방망이와 물비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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