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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5 (토)

[사설] 국민 눈높이에 한참 못 미친 공수처장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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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오동운 공수처장 후보자가 17일 국회 법사위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의 질의를 들으며 이마의 땀을 닦고 있다. 고영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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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자가 어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그간 논란이 된 ‘아빠 찬스’와 ‘남편 찬스’에 대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점에 대해 송구하다”는 답변을 수십 차례 반복했다. 그러면서도 위법 의혹을 해소할 수 있는 자료 제출 요구에는 대부분 응하지 않았다. 공수처의 중립성 확보를 위한 확실한 비전 제시도 없었다.

이날 청문회에서는 장녀 오모씨의 부동산 저가 매입과 관련 편법 절세의 부도덕성 문제가 집중 제기됐다. 오씨는 스무 살 때 어머니 소유 경기 성남 건물과 땅을 당시 시세보다 2억 원가량 저렴한 4억2,000만 원에 매입했다. 매입자금 중 3억 원은 오 후보자가 대줬고 나머지 1억2,000만 원은 오씨 이름으로 대출을 받았다. 매매거래 직전 세대분리를 통해 취득세도 아꼈고, 세대주 요건을 갖추기 위해 로펌 아르바이트 자리를 알선해줬다. 세금을 줄일 수 있는 편법이란 편법은 총동원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법꾸라지, 법기술자”라고 했다.

자신이 근무하던 로펌에 배우자 김모씨를 전담 운전기사로 채용한 ‘남편 찬스’ 또한 도마 위에 올랐다. 김씨는 2021년 1월부터 오 후보자가 근무하던 법무법인 금성에서 5년간 실장 직함으로 차량 운전 및 외근 업무를 지원하며 2억8,400여만 원을 급여로 받았다. 국민의힘에서조차 배우자를 위장 취업시켜 오 후보자 급여 일부를 아내에게 줘 절세를 한 것 아니냐는 질타가 나왔다. 배우자가 실제 운전기사로 근무했다면 출퇴근기록부, 주유기록 등이 있어야 하지만 증빙 자료는 제출하지 않았다.

2기 공수처는 3년을 빈손으로 마무리하며 ‘식물 공수처’ 오명을 쓴 1기의 전철을 밟아선 안 된다. 당장 대통령실 몸통 의혹이 짙어지는 ‘해병대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 외압 의혹’ 사건 진상 규명이라는 엄중한 책무가 있다. 오 후보자는 모두발언에서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내겠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질문에는 원론적 답변만 되풀이했다. 그의 말마따나 국민 눈높이에 한참 못 미치는 도덕성에 제대로 된 비전 제시도 없는 이가 이런 엄중한 시기에 공수처를 제대로 끌고 갈 수 있을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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