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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기자메모]또 도진 돈타령…허투루 쓴 시간이 더 아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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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인양에 들어가는 총비용은 1020억원이다. 선체 인양에 직접 들어간 돈과 육상거치장소, 인양된 선체 정비비용, 인양 때 발생할 수 있는 해상오염에 대비한 보험료까지 모두 포함된 액수다.

박근혜 정부는 애초에 세월호 인양을 주저했다. 세월호 참사 1년이 되어서야 마지못해 받아들였다. 그러면서 인양비용을 1000억원 이하로 못 박았다. 돈이 아깝다는 것이었다. 당시 보수단체들은 “돈이 많이 든다”며 인양 자체를 반대했다.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2014년 11월 “해양수산부는 한 1000억원이 든다고 하지만 이게 한 3000억원,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국민들을 겁줬다. 이번에 인양에 나선 상하이샐비지보다 더 기술력 있던 업체는 1000억원을 맞추지 못해 인양업체 선정에서 탈락했다. 돈을 좀 더 풀었으면 세월호는 조금 더 일찍 올라왔을지도 모른다.

기획재정부 예산실 간부에게 물어봤다. 세월호 인양작업에 든 돈이 국가사업 기준으로 큰 거냐고. 그는 말했다. “우리 예산이 연간 400조원인데 1000억원이면 월급 400만원에 1000원을 부담하는 거예요. 적다고는 할 수 없지만 경제에 무리가 갈 수준은 아니죠. 정무적 판단이 문제지 그게 어디 돈의 문제였겠습니까.”

어렵사리 인양되는 세월호를 보며 또 돈타령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래서 찾아봤다. 보수정부는 어디에 돈을 썼는가를. 논란 많은 4대강 사업에서 낙동강 강정보 건설에 투입된 사업비가 2993억원이었다. 세월호 인양비용의 3배다. 권은희 국민의당 의원실 자료를 보면 올해 정부가 새마을운동중앙회의 ‘새마을운동 지원사업’에 지원하려 했던 국고보조금 규모가 1370억원이었다.

미수습자 9명과 희생자 295명의 한, 그리고 국민적 슬픔이 서려 있는 그 배의 가치가 보 건설이나 새마을운동 지원사업보다 못한 것인가.

여전히 1020억원이 커 보인다면 이렇게 생각해보자. 고속철도 1㎞를 까는 데 드는 돈은 549억원이다. 지난 3년간 국민들이 느꼈던 우울, 충격, 분노, 비탄의 상처를 치유하고, 진실을 인양하기 위해 고속철도 2㎞와 맞바꿨다고. 그래도 아까운가.

<박병률 |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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