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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토)

"지나갈게요!" 불금 한강에 등장한 휠체어 러닝크루  [사진잇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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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로 바퀴 밀며 속도감과 주도성 느끼는 휠체어 러닝
"크루가 있어서 심리적 장벽 넘을 수 있었다"
배리어프리한 길로 완주 목표로 하는 정기 휠체어 러닝크루 '배프런' 시작
한국일보

용산구 청년활동공간 용산 청년지음이 청년지원사업 일환으로 '지음실험실' 프로그램 '배리어프리 러닝'을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활동 마지막날인 4일 서울 용산구 이촌한강공원 일대에서 강사 김남영씨와 휠체어러너 박은수씨가 빠른 속도로 러닝을 하고 있다. 최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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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 러닝 크루가 4일 서울 용산구 이촌한강공원 일대에서 출발 전 스트레칭을 하고 있다. 최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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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지나갈게요!" 이촌한강공원, 금요일 밤 한강이촌공원에서 휠체어 네 대가 거친 숨소리와 함께 줄줄이 지나간다. 장갑을 끼고 상체를 살짝 숙인 채 휠체어의 양 바퀴를 힘껏 밀어내며 묵묵히 코스를 질주한다. 야심한 밤에 휠체어로 한강변을 누비는 이들은 비장애인과 장애인으로 구성된 단기 러닝크루들이다. 9월 20일부터 3주간 용산구 청년활동공간 용산 청년지음의 청년지원사업 '지음실험실'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함께 달리기 시작했다. 주말을 앞둔 4일 이들이 모인 이유는 3주 동안 갈고닦았던 휠체어 러닝을 실전처럼 임해 보기 위해서다.

다가오는 주말에 마라톤 참가를 앞둔 박은수(28) 씨를 선두로 휠체어 마라토너 강사인 김남영 씨와 세 명의 휠체어 러너 박미리(35), 이도일(32), 김태은(29) 씨가 그 뒤를 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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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 러닝 크루 회원들이 부상없이 바퀴를 밀어내기 위해 면과 고무 소재의 장갑을 끼고 바퀴를 밀고 있다. 박은수씨는 의외로 골프 장갑이 빨리 마모되서 저가 생활용품점 장갑을 사용한다며 다른 러너들과 정보를 공유했다. 최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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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 러닝크루인 '배리어프리 러닝'이 진행되는 4일 서울 용산구 이촌한강공원 일대에서 박은수씨가 선두로 달리고 있다. 은수씨는 3일 뒤 마라톤을 앞두고 있었다. 최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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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 러닝크루인 김남영(왼쪽부터) 강사, 참가자 박은수, 김태은씨 등이 한강변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최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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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을 하면 생각이 정리된다"는 비장애인 친구의 달리기 예찬론에 홀려 달리기를 시작했다는 은수 씨는 첫 모임이었던 비장애인 러닝크루 속에서 큰 벽을 느꼈다고 고백한다. 5Km 코스를 달리려고 젖 먹던 힘까지 짜내서 휠체어 바퀴를 당겼지만 비장애인 러너들에겐 '조깅'코스에 불과했다. 가끔 배려 없는 동료들의 행동들이 악의가 없는 것임을 알고 있어도 어쩔 수 없이 드는 좌절감에 속이 상했다.

작년까지만 해도 장애인 역도 실업팀에서 선수로 활동하던 '운동인' 은수 씨는 좌절 대신 승부욕이 발동됐다. 함께할 휠체어러너 동료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때쯤 용산구의 러닝 프로젝트를 알게 됐고 어릴 적부터 수동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 강사 김남영 씨와 비장애인 강사 구민승 씨가 진행하는 이번 프로그램을 계기로 3주간 수동휠체어 러닝을 연습했다.

휠체어 러너들에게 '크루'는 큰 심리적 장벽을 극복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네 명의 크루 모두가 비슷한 상황에서 시작한다는 점에서 서로에게 위로가 됐다. "비장애인 크루에서도 얘기하면 이해는 하죠. 하지만 여긴 진짜 겪어보는 데서 오는 공감이 있어요." 다들 아파죽겠다고 너스레를 떨면서도 연습은 멈추지 않았다. 연습을 할수록 이러다 '죽겠다' 싶은 한계점이 500미터에서 700미터로, 1km에서 2km로 늘어났다. "비장애인 크루였다면 페이스가 달라서 서로 공유해도 와닿지 않을 텐데 우리는 페이스가 비슷하니 서로 더 격려하고 축하해 주는 분위기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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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청년지음의 '배리어프리 러닝'이 진행되는 4일 서울 용산구 이촌한강공원 일대에서 휠체어 러닝 크루 회원들이 활동하고 있는 가운데 옆으로 비장애인 러너들이 지나가고 있다. 최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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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 러닝크루 활동 중인 박은수씨가 개인 최고 기록을 달성했다며 자신의 스마트워치를 보여주고 있다. 최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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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일씨가 4일 서울 용산구 이촌한강공원 일대에서 러닝 활동을 마친 뒤 복귀하다 횡단보도 근처 인도에 턱을 만나자 강사 김남영씨가 도움을 주고 있다. 최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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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km를 내가 70분 안에 달릴 수 있다는 사실이 모자에 달린 별 훈장처럼 느껴진다"는 은수 씨, "성취감을 맞볼 수 있도록 이번 휴가 기간 내내 (동행에게) 끌어주지 말라고 했다"는 태은 씨, "처음엔 힘들었지만 바람을 뚫고 나아가는 느낌 덕에 내 몸이 달리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는 강사 남영 씨가 서로 휠체어 러닝에 대한 예찬을 경쟁하듯 쏟아내는 모습 속에 달리기에 대한 진심이 묻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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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승선에 먼저 도착한 박미리씨가 자신보다 늦게 들어온 이도일씨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최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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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리어프리 러닝' 시작 전 크루원들이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최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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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리어프리 러닝'이 진행되는 4일 서울 용산구 이촌한강공원 일대에서 휠체어 러닝 크루 회원들이 러닝을 끝내고 휴식하고 있다. 최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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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프로그램은 끝났지만 정식 휠체어 러닝 크루는 이제 시작이다. 강사 남영 씨와 민승 씨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비장애인 장애인 합동 러닝크루 '배프런(배리어프리 런)'의 시작을 알리며 회원 모집을 시작했다. 6일 열린 2024 슈퍼블루마라톤을 시작으로 러닝에 관심 있는 장애인 3명과 비장애인 7명이 모였다. 크루는 속도를 떠나 다 함께 '배리어프리'한 길에서 코스를 완주하는 것을 목적으로 둔다. 월 1회 서울 모임을 예정으로 하고 있는 가운데, 코스를 선정하기 전 러닝 코스가 휠체어로 다니기 적합한지, 코스의 접근성은 어떤지, 점자 타일 여부 등 배리어프리 여부를 직접 살펴볼 계획이다. 크루장 남영 씨는 배리어프리의 장점은 모두에게 편하다는 것이라 말했다. "최근 있었던 러닝 크루 민폐 논란과 같은 일은 길이 좁고 사람은 많아서 생기는 문제"라며 "휠체어가 다닐 수 있는 넓고 평탄한 코스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에게 모두 좋을 것"라고 말했다.

주말 사이 5km 휠체어 마라톤을 완주한 은수 씨는 개인 PR을 달성했다며 환한 목소리로 자랑했다. "관심이 있다면 망설이는 장애인들에게 커뮤니티를 먼저 찾으라고 권하고 싶어요. 서로를 통해 혼자라면 할 수 없었던 용기와 에너지를 얻게 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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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청년지음의 사이드프로젝트 지원사업인 지음실험실 '배리어프리 러닝'이 진행되는 4일 서울 용산구 이촌한강공원 일대에서 휠체어 러닝 크루 회원들이 러닝 후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최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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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주연 기자 juic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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