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23 (목)

[취재파일] 진화해 가는 토익 부정시험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2mm 초소형 이어폰까지 동원

SBS

부산의 한 중학교 토익 고사장에서 토익 점수가 300~400점씩 대폭 오르는 응시생이 무더기로 나왔습니다. 응시생 가운데는 토익 만점인 990점을 받은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고사장에는 올 8월 이미 토익 만점을 받은 응시생이 또 다시 응시를 하고 있었습니다. 이 응시생은 올해 4차례 토익시험에서 평균 970점을 받았고 이제까지 8번이나 응시를 했습니다. 도대체 이 고사장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요? 이 만점자는 왜 또 다시 응시를 했을까요?

주) YBM 한국토익위원회가 수상하게 생각해 부산경찰청에 수사를 의뢰했고 경찰은 오늘 그 비밀의 열쇠를 풀었습니다. 토익 부정시험이 있었던 겁니다. 그리고 그 부정시험에는 거액의 도박판에나 있을 법한 첨단 장비가 동원됐습니다.

먼저 브로커 이 모 씨(30)와 허 모 씨(31)는 컴퓨터 공학과 출신의 취업준비생으로 학원에서 만나 친해졌습니다. 이 씨는 몇년 전 개최된 대학생 대상 기계공학 기술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했고 허씨 또한 컴퓨터 프로그램 전국 대회에서 3위에 입상한 실력자였습니다. 이들은 우연히 컴퓨터 구직란에서 서울 명문대 대학생 엄 모 씨(27)를 알게 됐습니다. 엄 씨는 올해 4차례 토익시험에서 평균 970점을, 8월에는 990점 만점을 받은 '토익 선수'였습니다. 브로커 2명은 엄씨에게 시험 한 차례에 150만 원을 주기로 하고 부정시험을 공모했습니다. 이들은 인터넷 게시판에 "토익 대리 시험을 쳐 주겠다"며 지원자를 모집했습니다. 지원자는 모두 12명. 회사원 7명과 취업 준비생 3명 학생 2명이었습니다. 회사원은 승진을 위해 취업 준비생은 공기업 지원을 위해 각각 400만 원을 브로커 이씨 등에게 주었습니다. 그리고 이씨 등은 중국에서 특수 부정시험 장비를 한 세트에 10만 원씩 주고 구입했습니다.

SBS

이 장비가 동원됐습니다. 먼저 토익선수 엄 씨. 엄 씨는 팔을 다친것 처럼 위장해 깁스를 하고 수험장에 들어 갔습니다. 이 깁스안에는 스마트폰과 무선 촬영 리모컨을 교묘하게 넣어 놓았습니다. 엄 씨는 문제를 푼 뒤 답안지를 몰래 촬영해 시험장 밖 봉고차에 대기하고 있던 브로커 이 씨 등에게 정답을 전송했습니다. 이 리모컨은 촬영과 동시에 실시간으로 이 씨가 준비한 컴퓨터 플레이 사이트로 자동 전송됐습니다.

그러면 이 모범 답안이 응시생들에게 어떻게 전달됐을까요? 브로커 이 씨 등은 응시생들에게 중국에서 구입한 휴대용 무선 수신 장비 세트를 지급했습니다. 응시생들은 목에 무선 송수신 장치인 구리로 된 코일 목걸이를 차고 귀에는 자석으로 된 초소형 수신기를 집어 넣었습니다. 브로커 이 씨 등이 무전기로 정답을 부르면 코일 목걸이를 통해 자석 수신기로 전달돼 음성으로 정답을 전달 받았습니다. 자석으로 된 초소형 수신기는 직경이 2mm 안팎으로 귀에서 빼내려면 다른 자석을 이용해야 할 정돕니다.

SBS

이 방식은 기존의 부정행위 방식에서 진화한 걸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들은 지난 5월에도 부정행위를 시도했습니다. '토익 선수' 엄 씨가 수험표 뒤에 답을 적어 나오는 방식이었지만 시간상 문제를 모두 풀지 못하는 한계가 있어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이어 지난 8월에 서울경찰청에서 적발된 방식인 문자 메세지를 음향으로 방꾸는 방식은 응시자들이 휴대폰을 고사장에 가지고 들어 가야 하는 위험성과 문자를 소리로 바꾸는 과정에서 실패율이 높다는 문제 점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신종 방식은 휴대폰으로 답안지를 사진으로 촬영하면 곧바로 포털사이트로 저장되는 프로그램을 활용해 응시생들은 스마트폰 없이도 정확한 수신이 가능해 시간과 정확도 면에서 훨씬 좋아졌습니다.

이번에 적발된 응시생들의 기존 토익 점수는 400점 대에서 많게는 700점까지 받았지만 부정 시험으로 300~400점씩 올랐고 이 가운데 1명은 아예 만점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들은 자신의 수준에서 적당히 성적을 올리기로 브로커들과 사전 모의하기도 했습니다. 또 수사기관의 추적에 대비해 철저히 대포폰, 대포 차량을 사용하고 1번 사용한 전화기는 폐기했습니다. 또 무전기 등 장비를 대부분 중국 사이트에서 구입하여 철저히 신분을 감추고 시험 하루 전 장비를 부정 응시자들에게 지급하고 사전 연습을 하는 등 치밀함을 보였습니다.

부산경찰청은 브로커 이 씨와 허 씨, 그리고 '토익 선수'인 명문대생 엄 씨등 3명을 구속하고 응시생 12명을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그리고 고사장 부근에서 브로커 들이 대기했던 봉고차 안에서 응시생들로부터 받은 현금 4000만 원을 압수했습니다. 엄씨는 브로커로부터 총 7차례에 걸쳐 1200만 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경찰은 토익 부정시험이 갈수록 진화하고 있다며 이런 수법의 경우 예방을 하려면 금속탐지기를 사용해야 할 판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수법이 중국의 수능시험에서도 사용되고 있다는 정보도 있어
국내에서도 유사한 수법이 있을 가능성에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송성준 기자 sjsong@sbs.co.kr]

[SBS기자들의 생생한 취재현장 뒷이야기 '취재파일']

☞ SBS뉴스 공식 SNS [SBS8News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저작권자 SBS&SBS콘텐츠허브 무단복제-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