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114쪽 결정문에서 윤 대통령 지시사항 정리
헌재, ‘국회의원 끄집어내라’ 지시한 점도 인정
정치인 위치 확인 시도·선관위 군대 투입 지시도 인정
이 2024년 12월 3일 오후 10시23분 긴급 대국민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있다. [헤럴드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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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헌법재판소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 결정문에서 비상계엄 선포 당시 대통령의 행적을 세세하게 정리했다. 헤럴드경제가 분석한 결과, 114쪽의 결정문엔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고있는 윤 전 대통령 측에 불리하게 적용될 내용이 상당 부분 담겼다.
일방의 주장이 아니라 사법기관이 정리한 사실관계를 근거로 그날, ‘계엄의 밤’을 재구성했다.
▶尹 “비상계엄 절차적 요건 지켰다”…헌재 “불과 5분 뒤 계엄 선포”=탄핵 심판에서 윤 전 대통령 측은 “비상계엄의 절차적 요건을 지켰다”고 주장했다. 계엄법에 따라 사전에 국무회의 심의를 거쳤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헌재는 “그렇지 않다”며 다음과 같이 사실관계를 정리했다.
국방부장관 김용현, 통일부장관 김영호, 외교부장관 조태열, 법무부장관 박성재, 행정안전부장관 이상민은 이미 대통령실에 있었다. 대통령 부속실은 그외의 국무위원들에게 “대통령실로 들어오라”고 연락했다.
연락을 받은 국무위원들은 한 명씩 대접견실로 도착했다. 윤 전 대통령과 국무위원들은 비상계엄 선포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이중 일부는 집무실로 들어가 윤 전 대통령에게 반대 의사를 밝혔다.
가장 마지막에 도착한 국무위원은 중소벤처기업부장관 오영주였다. 밤 10시 17분, 국무총리 및 국무위원 9명이 모두 모였다. 이때 윤 전 대통령은 집무실에서 대접견실로 나와 계엄 선포의 취지를 간략히 설명했다. 불과 5분 뒤인 밤 10시 22분, 윤 전 대통령은 계엄을 선포하기 위해 대접견실로 나갔다.
밤 10시 23분, 윤 전 대통령은 대통령실에서 제1차 대국민담화를 시작했다. 밤 10시 27분, 계엄을 선포했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결정문 중 일부. [헌법재판소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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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는 “오 장관이 마지막으로 도착한 뒤 윤 전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하러 나가기까지 걸린 시간은 5분 정도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개의 선포, 의안 상정, 제안 설명, 토의, 산회 선포, 회의록 작성이 없었다”며 “계엄의 필요성, 시행일시, 계엄사령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도 설명하지 않았고, 국무위원들에게 계엄 선포에 관해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부여하지 않았으며 계엄 선포의 실체적 요건에 관해 실질적인 검토와 논의도 없었다”고 밝혔다.
▶尹 “질서 유지 위해 소수의 병력 투입”…헌재 “국회의원 끄집어내라 지시했다”=윤 전 대통령 측은 국회에 군·경을 투입한 것에 대해 “질서 유지를 위해 소수의 병력을 잠시 투입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헌재가 정리한 사실관계는 그렇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은 2024년 12월 3일 밤 11시 40분 곽 사령관에게 전화를 걸었다. “국회로 가는 부대가 어디쯤 가고 있느냐”고 물었고, “아직 이동 중”이라는 답을 들었다.
97명 중 16명은 2024년 12월 4일 새벽 12시 33분, 국회 본관 우측 유리창 2개를 깨뜨리고 본관 내부로 진입했다. 제1공수여단 소속 군인 170여 명도 국회 경내로 진입했다. 국회 직원들이 군인들을 몸으로 막으며 저지했고, 이 과정에서 일부가 부상을 입었으며 6600만원 상당의 물적 피해가 발생했다.
윤 전 대통령은 2024년 12월 4일 새벽 12시 30분, 다시 곽 사령관에게 전하를 걸었다. “아직 (계엄해제요구 결의안) 의결정족수가 채워지지 않은 것 같다”며 “빨리 국회 문을 부수고 들어가 안에 있는 인원들을 밖으로 끄집어내라”고 지시했다.
윤 전 대통령은 “곽종근에게 ‘국회의원을 끄집어내라’는 지시를 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헌재는 “믿기 어렵다”며 “윤 전 대통령의 지시가 없었다면 곽 사령관이 김 단장과 이런 논의를 할 이유가 없고, 당시 정황을 고려하면 끄집어낼 대상은 국회의원이라고 해석될 수밖에 없다”고 정리했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결정문 중 일부. [헌법재판소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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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는 윤 전 대통령이 군대 뿐 아니라 경찰을 국회에 투입한 사실도 인정했다.
윤 전 대통령은 2024년 12월 3일 저녁 7시 20분, 경찰청장 조지호와 서울특별시경찰청장 김봉식을 대통령 안전가옥으로 불렀다. 이때 “오늘 밤 비상계엄을 선포할 것”이라며 “군인들이 국회로 갈 테니 경찰도 국회 통제를 잘해달라”고 지시했다.
윤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이날 국회로 투입된 경찰은 총 1700여명에 달했다. 이들은 국회 담장 주변에서 출입 차단을 시도했다. 헌재는 “윤 전 대통령의 지시로 국회의원들 중 일부는 담장을 넘어가야 했거나, 아예 들어가지 못했다”며 “국회 본회의 개의도 지연됐다”고 지적했다.
▶정치인 위치 확인 시도·선관위 군대 투입 지시도 인정=주요 정치인 및 법관 체포 의혹도 헌재는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윤 전 대통령은 2024년 12월 3일 저녁 8시 22분, 국정원 1차장 홍장원에게 전화로 “한두 시간 후 전화할 일이 생길지 모른다”며 “비화폰을 잘 챙기고 있으라”고 했다.
이어 밤 11시 53분, 다시 전화를 걸어 “비상계엄 발표한 것을 봤냐”며 “이번 기회에 국정원에 대공수사권을 줄 테니 자금이든, 인력이든 국군방첩사령부를 도와 지원하라”고 했다.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은 계엄 선포 직후 국군방첩사령관 여인형에게 전화를 걸었다. 총 14명의 명단을 알려주며 “포고령을 위반할 우려가 있는 사람들이라 체포할 수 있으니 미리 위치를 파악하라”고 했다.
해당 명단엔 국회의장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대표 국회의원 이재명, 국민의힘 대표 한동훈, 조국혁신당 대표 국회의원 조국,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국회의원 박찬대, 전 대법원장 김명수, 전 대법관 권순일 등이 있었다.
헌재는 윤 전 대통령이 선거관리위원회에 계엄군을 투입하라고 지시한 것도 인정됐다.
윤 전 대통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에게 “선관위의 부정선거 의혹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며 “비상계엄을 기회로 병력을 동원해 전산시스템을 전반적으로 점검해보라”고 지시했다.
실제 계엄군은 국회보다 선관위에 먼저 투입됐다. 선관위 시설 3곳에 투입된 계엄군은 모두 556명이었다. 계엄군은 영장 없이 선관위 서버가 있는 공간까지 침투했다.
체포조 명단에 있던 인물들의 위치 확인, 선관위 전산시스템 점검이 실제 이뤄지진 않았다. 시민들의 저항과 군경의 소극적 대처로 비상계엄이 빠르게 종결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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