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주석이 관세 전쟁을 펼치고 있다. 3일 플로리다 마이애미를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 지난달 5일 전인대 개막식의 시진핑 주석. 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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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일본과 동남아 주요국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미국 내에서 이들 국가의 ‘친중(親中)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이 관세전쟁을 벌이는 목적 중 하나가 중국 견제인데 오히려 이들이 경제적으로 중국과 더 친밀해지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관세를 부과해 무역적자를 줄이고, 글로벌 공급망을 미국 중심으로 구축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전략이 오히려 ‘제 발등 찍기’가 되고 있다.
7일 백악관에 따르면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이 베트남(46%)·태국(32%)·인도네시아(32%) 등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10개국에 매긴 상호관세율은 평균 33%에 이른다. 한국(25%)·일본(24%)·중국(34%)·대만(32%) 등 동북아 4개국에도 평균 28.8% 관세를 부과했다. 유럽연합(EU·20%)보다 높고, 브라질·아르헨티나·칠레(각각 10%) 등 중남미 국가와 차이도 크다.
김주원 기자 |
대미 수출 비중이 높아 흑자가 날 수밖에 없는 아세안과 반도체·자동차·선박 등을 미국에 수출하는 동북아 국가에 트럼프 정부가 고관세를 부과한 것이다. 트럼프 관세로 큰 타격을 입게 된 이들 국가가 미국에 대한 경제 의존을 줄이고 중국과 협력을 강화할 것이란 전망이 잇달아 나온다.
브라이언 샤츠 미국 민주당 상원의원(하와이)은 지난 4일 상원 본회의장에서 “중국·일본·한국이 최근 트럼프에 대응하기 위해 자유무역에 대해 함께 논의했는데, 나에게는 가장 충격적인 장면”이라고 밝혔다. 샤츠 의원은 지난달 30일 서울에서 열린 한·중·일 경제통상장관회의를 언급한 것이다.
2019년 이후 6년 만에 열린 통상장관회의에서 한·중·일은 자유무역협정(FTA) 재추진 등을 위해 협력하기로 뜻을 모았다. 팀 케인 민주당 상원의원(버지니아)도 “일본과 한국은 우리가 가진 아시아에서, 아니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동맹국”이라며 “그런데 트럼프의 관세는 일본과 한국을 중국의 품으로 몰아넣고 있다. 이건 정말 어리석은 일”이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월 말 취임과 동시에 ‘관세 전쟁’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이후 기업계에서도 ‘친중’ 움직임은 빨라지고 있다. 지난달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발전고위급포럼(CDF)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 크리스티아누 아몽 퀄컴 CEO 등 글로벌 기업 CEO 87명이 참석했다. 아세안도 관세 문제에 대해 중국을 포함한 동북아 국가와 공동 대응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움직임에 대해 "우려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통상 전문가는 중국과 협력에 나서는 동맹국의 움직임이 미국과 협상을 앞둔 한국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평가한다. 미국에 일종의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미국이 한국과 일본 등 우방국을 (당연히 미국의 입장에 동조하는) 하나의 상수로 보는 시각이 있었다”면서 “한국이 먼저 중국과 협력 확대를 모색할 필요는 없지만, 한·중·일 경제통상장관회의처럼 협력 분위기를 형성하는 것은 미국과 협상에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세종=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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