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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 대신 강경책 선택한 중국 …스스로의 덫에 빠진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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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7월 대통령 선거 당시 트럼프 대통령과 세르비아 방문 당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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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미국의 상호 관세 부과에 대응해 지난 4일 모든 미국산 제품에 34%의 관세를 전격 부과하기로 하면서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되고 있다. 중국은 미국에 협상을 제의하는 대신 강경책을 쏟아내며 정면 대결을 할 전망이다.

중국 외교부는 지난 5일 ‘중국 정부의 미국 관세 부과에 대한 반대 입장’이란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외교부는 성명에서 “미국은 모든 국가의 합법적 권익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세게무역기구(WTO) 규칙을 위반했으며, 규칙에 기반한 다자간 무역체제에 심각한 손상을 입히고, 세계 질서 안정에 심각한 영향을 미쳤다”며 “중국 정부는 강력하게 비난하고 단호하게 반대한다”고 밝혔다.

중국 외교부와 상무부는 미국 관세에 대한 기존 논평에서는 단호한 대응을 예고하면서도 “미국이 올바른 궤도로 돌아오기를 바란다”며 대화를 촉구하는 문구를 항상 포함시켜 왔지만 이번 성명에서는 미국에 대화를 촉구하는 메시지가 빠졌다.

대신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메시지가 두드러졌다. 중국 외교부는 “중국은 국제 정세가 어떻게 변하든 높은 수준의 개방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모든 국가는 다자주의를 고수하고 일방주의에 반대해야 한다며 “공정과 정의를 믿는 세계 대다수 국가가 역사의 올바른 편에 서서 자국 이익에 부합하는 선택을 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중국 외교부의 이날 성명은 전날 중국 정부의 대미 보복 조치 발표와 함께 중국이 미·중 무역전쟁에서 본격적인 공세 모드로 전환한다는 신호로 해석됐다. 트럼프 1기 무역전쟁 때와 달리 중국이 단계적 양보안을 요구하며 협상을 얻어내는 대신 강공책을 펼치겠다는 것이다.

중국은 트럼프 행정부 1기 무역전쟁 때는 단계적 양보 끝에 미국산 농산물 수입을 대거 확대하는 타협책으로 무역전쟁을 일단락했다. 이번에는 먼저 협상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책 자문기관 ‘미네르바 테크놀러지 폴리시 어드바이서’의 에밀리 벤슨은 중국이 미국의 조치에 거울처럼 반응하는 것을 넘어서 “중요한 경고를 던졌다”고 도이체벨레에 평했다.

중국의 보복 조치 발표 시점 또한 맞대응 전략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계산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발표 당일 “반격하겠다”고 예고했지만 구체적 발표 시점은 관세 발효일인 10일(미국 동부시간 9일)로 예상됐다.

중국은 4일 미 뉴욕 증시 개장 직전에 보복 조치를 발표했다. 이날 중국은 청명절 연휴로 휴장했다. 그 결과 중국 증시는 전날 2% 남짓 하락하는 데 그쳤지만, 미국 나스닥 지수는 전날부터 이틀 동안 11% 하락했다. 신화통신 계열의 SNS 뉴탄친은 “우리는 당국의 타이밍 선택을 정말 칭찬해야 한다”고 평했다.

중국은 미국과 대등하다는 메시지를 강조하는 것도 강공책의 목적으로 보인다. 중국중앙TV(CCTV) 계열 SNS 위위안탄톈은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먼저 보복 조치를 취했다”며 “미국더러 일방적 괴롭힘을 자제하라는 메시지를 세계에 내보냈다”고 평했다.

중국이 2기 무역전쟁에서 더 자신감을 갖고 임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유엔제네바사무국 중국 부대사였던 저우샤오밍은 “미국이 몇 년 전처럼 중국만을 표적으로 삼는 것이 아니라 이제 전 세계와 충돌하고 있다”며 “미국은 많은 적을 만들었고, 중국의 잠재적인 친구는 늘어났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말했다.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 오히려 미국에 불리한 구도를 만든 것도 중국 자신감의 원인으로 거론된다. 미국 상무부의 자료에 따르면 2024년 미국의 대중국 수출액은 1446억달러(약 211조원)으로, 대중국 수입액은 4397억달러(약 642조원)보다 훨씬 낮다. 관세 부과는 수입 측에 더 빠르게 고통을 가져다 준다. 이는 중국이 협상에 서두를 이유가 없다는 근거로 거론된다.

미국의 수출품 중에서는 대두, 해바라기씨, 면화씨 등을 비롯한 유지종자(식용유를 짜내는 종자)가 기존 15% 관세에 더해 49%의 관세를 맞아 가장 큰 타격을 입는다. 미국 무역통계에 따르면 2024년 이들 상품의 수출 총액은 134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2018년 이후 브라질과 관계를 강화하며 대두 대체 공급망을 확보해 왔다. 반면 미국은 중국 시장에 확대 진출하면서 오히려 중국에 종속되는 모습을 보였다.

미국대두협회의 수석 경제학자인 스콧 겔트는 “2024년에 중국은 미국 대두수출의 52%를 구매했다”며 “이런 구매의 규모를 고려하면 중국을 대체할 수 있는 시장은 없다”고 말했다. 농산업자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주된 정치자금 제공자이기도 하다.

중국 국무원은 오는 10일 낮 12시1분을 기점으로 미국산 수입품에 대해 34%의 (추가)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중국 상무부는 미국 군수기업 16곳에 대한 이중용도 물품 수출을 금지하는 제재 조치를 단행했다. 사마륨, 가돌리늄, 테르븀, 디스프로슘, 루테튬, 스칸듐, 이트륨 등 희토류 7종에 대한 수출 통제 조치도 발표했다.

베이징 | 박은하 특파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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