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보복 두려워 공개 비판엔 침묵
로비 통해 관세 정책 완화 물밑 작업 추진
베센트 배제, 머스크 '反관세'…의견 분분
전략 수정 불가피…공급망 전환 '시기상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열린 “미국을 다시 부유하게”라는 제목의 로즈가든 행사에서 상호 관세에 관한 연설을 하면서 차트를 들어보이고 있다.(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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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리크스’ 비판은 보복 우려…로비로 물밑 작업
트럼프 행정부의 광범위한 관세 계획 발표가 글로벌 기업들에 갈수록 커지는 리스크 요인이 되고 있다.
미국으로 수입되는 전 세계 대다수 나라 제품에 이날 10% ‘보편관세’가 부과됐고, 오는 9일 국가별 ‘상호관세’, 중국이 10일부터 미국산 수입품에 대해 부과하기로 한 34%의 ‘맞불 관세’ 발효를 앞두고 기업 경영진들은 사업 전략을 어느 정도까지 재설계 해야 하는지 확신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일부 경영진들은 상호관세 정책 발표 후 세계 시장이 큰 혼란에 빠지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사저가 있는 플로리다주로 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보기술(IT) 분야 베테랑 언론인인 카라 스위셔는 이날 소셜미디어 스레드에 올린 게시물에서 “여러 소식통에 따르면 기술기업과 금융계 유명 리더들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에 대한 상식적인 이야기를 해주기 위해 마러라고로 향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예상보다 높은 상호관세 부과를 발표한 이후 이틀 만에 미국의 대형 기술기업인 ‘매그니피센트7’(M7)의 시가총액은 1조8000억달러(2630조 7000억원) 증발했다.
한 기업 이사회 임원은 “이러한 정책이 물가 상승과 일자리 감소로 트럼프의 핵심 지지층에 실질적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점을 조심스럽게 설득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임원은 “보다 사려 깊은 정책 보좌진에게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며,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도 그 대상”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중심으로 스콧 베센트(왼쪽 시계방향) 미 재무장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담당 고문(사진=AFP) |
베센트 배제에 월가 충격…머스크는 ‘反관세’ 입장
베센트 장관은 조지 소로스가 운용하는 펀드의 최고투자책임자(CIO)를 거쳐 헤지펀드 ‘키스퀘어 그룹’을 창업한 인물로 관세 부과 영향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잘 설명할 수 있는 인물로 월가에선 여겨왔다. 이에 관세 발표 전부터 월가 일부 인사들이 베센트 장관에게 비공식적으로 도움을 요청했지만, 최종적인 정책 결정에 그다지 반영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대신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담당 고문과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핵심적인 ‘관세 책사’ 역할을 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이런 가운데 베센트 장관이 사임을 고려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한 대형 사모펀드 관계자는 “관세에 대비해 여러 시나리오를 마련했지만, 백악관의 실제 계산 방식은 예측과 전혀 달랐다”며 당황스러움을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최고 실세로 꼽히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반(反)관세’ 입장을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를 상대로 관세 전면전을 선포한 지 사흘 만이다. 머스크 CEO는 이날 이탈리아 극우 정당 행사에서 화상 연설을 통해 “미국과 유럽이 이상적으로는 무관세 체제로 나아가 자유무역지대를 효과적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의 심복이 된 기술 억만장자가 대통령과 각자의 길을 가기로 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관세 대비했지만… 예상 벗어난 조치에 ‘혼선’
글로벌기업들의 경영에 있어 관세는 주요 이슈로 부상했으며, 전략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토요타는 공급망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멕시코와 캐나다에서 미국으로 수입된 부품 등에 대한 관세 인상 비용을 부담키로 했다. 닛산은 이달 미국 감산 계획을 철회했고, 멕시코 공장에서 생산하는 미국으로 수출 주문을 중단키로 했다. 영국 재규어 랜드로버도 미국으로 선적을 일시 중단할 계획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첫 임기 때 중국산 수입품 관세를 부과하자 ‘플랜B’로 베트남, 캄보디아, 방글라데시 등 아시아 다른 지역으로 생산 거점을 옮겼던 나이키와 룰루레몬 등 업체들은 이제 관세가 더 낮은 ‘플랜C’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적했다. 의류브랜드 게스는 JP모건이 주최한 소매업계 콘퍼런스에서 아시아 공급망을 중남미로 전환할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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