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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상호관세 ‘이시바 패싱’…“신이 선택한 남자” 아부까지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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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각) 상호관세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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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질적인 공격의 예로 이런 것을 들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일(현지시각) 주요 무역상대국 상호관세 발표하면서 ‘피해 사례’로 한국과 함께 일본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그는 “한국과 일본 등이 부과해온 비관세 장벽은 매우 심각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일본을 두고는 “일본 국내 자동차의 94%가 일본 제품인데, 도요타자동차는 미국에 100만대 이상을 팔아넘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을 ‘우리의 친구’라고 언급하면서도 “일본이 미국산 쌀에 700% 관세를 부과하는 건 우리에게 쌀을 사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적군이나 아군이나 똑같지만 때로는 아군이 더 심한 경우도 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과의 관세 문제를 장황하게 설명하다가 손팻말에서 다음 차례였던 인도와 한국의 상호관세 부과 경위를 설명하지 않고 넘어가기도 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전세계 57개국을 상대로 상호관세를 발표하면서 일본에는 ‘관세 24%’를 부과했다. 스위스(32%), 중국(34%), 베트남(46%)보다 낮은 수치지만, 경제 수준을 비교해볼 만한 한국(26%)과 별반 차이가 없는 데다 관세가 매겨진 뚜렷한 근거조차 제시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는 “일본은 엄청나게 강인하고, 국민도 훌륭하다”면서도 “일본이 미국에 46%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고만 말했다. 마이니치 신문은 “일본이 일정량의 쌀을 무관세로 수입하는 일본의 ‘할당량’ 제도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하지 않고, ‘700% 쌀 관세’라는 주장에 대한 근거도 밝히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일본 언론들은 미국 정부가 잘못된 통계와 근거로 일본 정부에 과도한 관세를 매겼다는 점을 부각하고 있다. 쌀의 경우 일본 정부가 77만톤가량을 일단 무관세로 수입하는 데다, 관세 역시 2013년 수치를 조정해 현재는 400% 정도 수준이라는 것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최근 국제 쌀값과 비교해 단순 계산하면 실질 관세는 400%가 조금 넘을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 정부의 ‘700% 관세’ 주장은 지난 2005년 일본 농림수산성이 세계무역기구(WTO)와 협상 당시 관세율을 세율로 환산하는 방식을 적용한 뒤 당시 쌀 국제 시세 등을 감안해 778%라고 설명한 적이 있는데 이 수치를 가리키는 것일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일본에 대한 상호관세의 정당성을 설명하면서 느닷없이 “신조(아베 전 총리)는 훌륭한 사람이었지만, 불행히도 암살돼 목숨을 잃었다”며 고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를 언급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과거) 그에게 ‘신조, 무역에 관해 해야 할 일이 있다. 이건 (미국에) 공평하지 않다’’고 말했다”면서 “그는 신사적이었으며, 즉시 상황을 알아듣고 ‘이해하고 있다’고 말해 우리는 거래를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현직인 이시바 시게루 총리와 관련해서는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앞서 일본 정부는 지난 2월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이시바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 정상회담을 ‘성공적’이라고 평가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미국 정부가 발표한 자동차 관세나 상호 관세 등을 보면 일본이 실질적으로 손에 쥔 성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 이시바 총리는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신이 택한 남자’라고 확신했다”고 말하거나, 트럼프 대통령의 금을 좋아하는 성향을 고려해 황금빛 사무라이 투구를 준비하는 등 이른바 ‘아첨 외교’를 벌였다. 예민한 주제였던 미국의 대일본 관세 부과와 일본의 ‘보복 관세’를 묻는 말에도 이시바 총리는 “가정된 상황에 대해 말하지 않겠다”고 말해 트럼프 대통령의 긍정적 웃음을 자아냈지만 결국 상호관세를 피하지 못하게 됐다. 이날 일본 증시는 닛케이 평균주가(닛케이 지수)가 일시적으로 1600포인트(-4.4%) 가까이 빠지면서 3만4000선이 무너졌다.



도쿄/홍석재 특파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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