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랑까랑, 빤질빤질한 엄마 애순
노역 번뇌에 응급실 실려가기도
배우 문소리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넷플릭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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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본을 스르륵 놓고 눈물을 닦으며 ‘이건 해야겠다’ 싶었어요. 해녀 이모 역할을 하라고 했어도 했을 거예요.”
배우 문소리(50)는 넷플릭스 ‘폭싹 속았수다’와 처음 만난 순간을 떠올렸다. 4대에 걸친 엄마와 딸 이야기로, 굴곡진 인생을 사계절에 비유해 공감과 위로를 건넨다. 그 중심에는 애순이 있다.
2일 서울 중구 한 호텔에서 만난 문소리는 “인간은 혼자 사는 게 아니라고, 서로 도우며 살아가야 한다고 말하는 극을 보며 또 다른 형태의 ‘사랑’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애순이를 살린 건 온 동네 사람들의 도움 덕분이었다. 해녀 이모들, 아빠 관식(박해준)의 변치 않는 사랑이 그를 키웠다.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랑과 관계를 이야기하는 작품이 좋았다”고 전했다.
중년부터 노년까지 애순이를 문소리가, 10~20대 애순이를 배우 아이유가 나눠 연기했다. 그는 ‘나만의 애순이’를 찾기 위해 고민하는 과정이 어려웠다고 했다. “‘우리 동네 요망진 계집애 하나 있어. 보통 아니야’하는 애순이지만, 제가 연기한 (중년의) 애순이는 특별한 거 없는 보통의 엄마예요. 밤마다 전화하고, 춥지도 않은데 만날 양말 신으라고 하는, 어느 집에나 있는 엄마를 만드는 게 숙제였어요.”
'폭싹 속았수다' 스틸사진. 넷플릭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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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순은 딸에게 ‘나처럼 살지 말라’고 말한다. 문소리는 “실제 엄마들이 그런 말을 많이 하시는데, 그들이 부족해서, 노력이 덜해서 그런 게 아니라는 걸 이제 안다. 만약 내가 그 상황이었다면 그분들 절반도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실제 문소리도 딸을 둔 엄마다. 딸을 언급하자 얼굴이 유채꽃처럼 환해졌다. 애정 가득한 눈빛으로 괜히 비죽거리며 말했다. “딸이 재밌게 봤대요. 그런데 ‘눈물이 나려다가도 엄마가 나오니까 눈물이 안 나더라’고 하더라고요. 영화 ‘사이렌’을 보고도 오열한 애인데, 엄마가 나오니 그랬다고요.”
“마지막 촬영이 요양원 장면이었어요. 1월 말 여수에서 찍었는데, 촬영 날 비가 왔어요. 봄날처럼 따뜻해야 하는데 어쩌나 싶었는데, 분장 마치고 나갔더니 기적처럼 해가 났더라고요. 바람도 안 불고 따뜻해져서 잘 찍고 서울에 올라왔는데 그 뒤로 기억이 사라졌어요. 정신을 차리니 대학병원 응급실에 누워있더라고요. 독감을 앓아 아팠지만, 잘 마무리해서 다행이었어요.”
배우 문소리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넷플릭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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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보니 수많은 날이 봄이었더라." 문소리는 애순이의 이 대사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그의 인생 계절은 어디쯤인지 물으니 호방하게 웃으며 말했다. “주렁주렁 열릴 줄 알았는데요, 자락자락 털리고 있어요. 털어가는 사람이 많네요” 그러면서 몇 년 전 떠난 강원도 여행을 추억하며 가수 이정석의 ‘여름날의 추억’(1989)을 흥얼거렸다.
‘짧았던 우리들의 여름은 가고, 나의 사랑도 가고. 너의 모습도 파도 속에.’
문소리는 노래를 멈추고 말했다. “여름이 갔어? 그렇게 슬픈 노랜지 몰랐는데, 이 작품을 하고 나서는 만날 봄인 듯 살 수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내가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여름도, 겨울도 즐길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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