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3월2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위원 간담회에서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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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한용 | 정치부 선임기자
헌법재판소법 23조는 심판정족수 규정이다. 1항은 “재판부는 재판관 7명 이상의 출석으로 사건을 심리한다”는 것이다. 2항은 탄핵은 재판관 6명 이상의 찬성으로 결정한다는 내용이다.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10월14일 1항의 효력을 정지시켰다. 국회의 탄핵소추로 직무 정지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의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인 것이다. 재판관 9명 가운데 이종석 이영진 김기영 세 사람이 10월17일 임기만료로 퇴임하면 심리를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세 사람의 퇴임 이후에도 심리가 진행됐고, 헌법재판소는 올해 1월23일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소추를 기각했다.
가처분신청 인용 결정문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가처분을 인용하더라도 이는 의결정족수가 아니라 심리정족수에 대한 것에 불과하므로 법률의 위헌 결정이나 탄핵 결정을 하기 위하여는 여전히 6명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만약 재판관 6명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어 나머지 3명의 재판관의 의견에 따라 사건의 향배가 달라질 수 있는 경우에는 현재 공석인 재판관이 임명되기를 기다려 결정을 하면 된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 선고일이 4월4일 오전 11시로 잡혔다. 8명의 재판관이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가처분신청 인용 논리에 따르면 마은혁 재판관 임명이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뜻이다. 탄핵 찬성과 반대가 8 대 0, 7 대 1, 6 대 2라는 의미다. 5 대 3이라면 일정을 잡지 않고 마은혁 재판관 임명을 기다려야 한다.
이론적으로는 4 대 4로 찬반이 같거나 기각·각하 의견이 다수여서 선고 일정을 잡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없다고 봐야 한다. 따라서 윤석열 대통령은 파면될 것이다.
마은혁 재판관 임명을 거부한 최상목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어떻게 해야 할까?
헌법재판소가 국회의 권한쟁의 심판 청구를 받아들여 마은혁 후보자를 임명하라고 결정한 게 2월27일이다. 그런데도 두 사람은 지금까지 마은혁 재판관을 임명하지 않고 있다.
여야 합의가 없었다는 건 거짓 핑계에 불과하다. 진짜 이유가 뭘까? 두 가지로 추정된다.
첫째, 윤석열 대통령 파면을 막으려는 것이다. 한덕수 최상목은 윤석열의 사람들이다. 운명공동체다. 윤석열 대통령이 파면되면 내란 공범으로 수사와 재판을 받을 수 있다. 어떻게든 탄핵심판을 저지하고 싶었을 것이다.
둘째, 색깔론이다. 색깔론은 분단 체제에 기생한 기득권 세력이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발명한 이데올로기다. 한덕수 최상목은 최고위직 관료다. 기득권 세력이다. 색깔론이 체화되어 있다고 봐야 한다.
색깔론은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독재가 정권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독재자들은 북한의 위협과 체제 수호를 명분으로 정치적 경쟁자와 민주 인사들을 빨갱이로 몰아 처형했다. 수많은 간첩 사건을 조작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북한 공산세력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했다.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의 색깔론을 그대로 빼다 박았다. 태극기 부대의 반북, 반중 혐오도 물론 색깔론이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마은혁 후보자를 ‘법복을 입은 좌파 활동가’라고 했다. 역시 색깔론이다. 색깔론은 극우 세력은 물론이고 고위 관료와 보수 정치인들의 유전자에 각인되어 있다. 우리는 앞으로도 상당 기간 색깔론과 싸워야 한다.
헌법재판소 구성의 가장 중요한 원리는 다양성이다. 대통령, 국회, 대법원장이 3명씩 인선하도록 한 이유다. 그동안 재판관 후보가 우파 성향이라는 이유로 민주당 쪽에서 재판관 선출이나 인사청문회를 거부한 사례가 있었던가? 없었다.
그래서다. 국회는 한덕수 최상목을 탄핵소추 해야 한다. 헌법재판소는 파면해야 한다. 두 사람의 중대한 위헌·위법 행위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한덕수 권한대행은 4월4일 윤석열 대통령 파면 이후 마은혁 재판관을 임명할 수도 있을 것이다. 버티기의 실익이 없기 때문이다. 2017년 박근혜 대통령 파면 이후 황교안 권한대행이 대법원장 지명 몫의 이선애 재판관을 임명한 전례도 있다.
그래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 내란 공범과 색깔론에 관용을 베풀면 안 된다.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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