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내막증의 증상과 치료법
월경통-골반통 등과 증상 비슷
발병부터 진단까지 평균 5~10년… 빨리 발견 못하면 난임 원인 돼
초음파검사만으로도 진단 가능… 맞춤형 치료로 가임력 보존 도움
가임력 검사 3회까지 가능하고… 난소기능검사 최대 13만 원 지원
강남세브란스병원 산부인과 조시현 교수는 “난임으로 병원을 방문하는 환자 중 많은 수가 자궁내막증으로 진단되고 있다”라며 “임신을 계획 중이거나 난임 문제를 겪고 있다면 자궁내막증 검사를 해보고 필요 시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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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자궁내막증 환자는 최근 5년간 50% 늘며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질환에 대한 낮은 인식과 다양한 증상으로 인해 적절한 시기에 진단받지 못해 발병부터 확진까지 평균 5∼10년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궁내막증은 여성의 삶의 질 저하와 난임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질환으로 조기 진단을 통한 적극적인 치료와 관리가 필요하다. 올해부터 보건복지부가 임신과 출산의 고위험 요인을 조기에 발견하고 관리하기 위해 가임력 검사비 지원 대상을 결혼 여부나 자녀 수와 관계없이 20∼49세의 모든 남녀로 확대하고 횟수도 최대 3회까지 가능하도록 했다. 여성의 경우 자궁내막증 진단이 가능한 초음파검사와 난소기능검사(AMH)에 최대 13만 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어 자궁내막증의 조기 진단에 긍정적인 환경이 조성됐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산부인과 조시현 교수를 만나 자궁내막증의 증상과 치료 방법에 대해 자세히 물었다.
―자궁내막증의 증상은 무엇인가.
“가임기 여성의 10∼15%에서 발견되는 흔한 부인과 질환이다. 자궁 안에 있어야 할 자궁내막 조직이 자궁 밖의 복강 내에 존재하는 질환이다. 월경혈의 역류, 면역학적 요인, 유전적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된 증상은 심한 월경통, 만성적인 골반통, 성관계 시의 통증(성교통) 등 다양하게 나타나며 환자의 3분의 1가량은 증상이 거의 없는 경우가 있어 조기 진단에 어려움을 겪는다. 진단이 지연되면 난임으로도 이어질 수 있으며 실제로 난임 여성의 30∼50%에서 자궁내막증이 보고되고 있다. 자궁내막증으로 인한 통증, 난임 등은 환자에게 신체적인 불편감뿐만 아니라 가정적, 정신적 문제를 유발할 수 있고 노동력 감소 등으로 사회적 역할을 축소시켜 여성의 삶의 질에 전반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므로 간과하지 말고 조기에 산부인과를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고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데이터에 따르면 국내 자궁내막증 환자 수는 2019년 13만5107명에서 2023년 20만1952명으로 최근 5년간 약 5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 기준 40대 환자가 9만1785명으로 가장 많으며 20∼30대 여성도 7만6290명으로 2019년 5만1981명 대비 약 2만4000명(약 47%)이 증가했다. 주된 증상이 월경통, 골반통 등으로 다른 질환과 유사하기도 하고 많은 여성이 월경 때가 되면 당연하게 동반되는 통증으로 생각해 무시하는 경우가 많다. 심각성을 인식해도 산부인과를 찾는 것에 부담을 느껴 정확한 진단을 받지 않는 것이 진단 지연의 주요한 원인이다. 연구에 따르면 자궁내막증 발병으로부터 정확한 진단을 받기까지 5∼10년 정도가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렇게 진단과 치료가 지연될 경우 만성적인 통증과 난임 문제가 더 커질 수 있고 이에 비례해 삶의 질 역시 점점 떨어지게 된다. 자신의 건강과 직결된 문제이므로 통증의 양상이 일반적인 월경통, 골반통과 차이가 있고 장기간 지속된다면 빠르게 병원을 찾아 적절한 검사를 진행하기를 권한다.”
―자궁내막증 진단 검사가 복강경에서 영상 검사로 바뀌었다고….
“과거에는 복강경을 통해 복강 내의 병변을 육안으로 확인하고 필요시 조직검사를 진행했다. 침습적이고 마취와 회복 시간이 필요해 환자에게 부담을 준다는 단점이 있었는데 요즘은 영상 검사의 정확성이 높아지면서 자궁내막증의 진단이 가능해졌다. 국내외 여러 학회에서도 난소 자궁내막증 및 심부 자궁내막증 등은 복강경 검사 없이 영상 검사로 높은 진단율을 보이는 것으로 발표한 바 있다. 특히 초음파검사는 비침습적으로 환자의 신체 부담을 줄일 수 있고 다양한 형태의 자궁내막증에 높은 진단 정확도를 제공한다. 영상 검사가 보편화되면서 불필요한 수술과 이에 대한 부담이 크게 줄었다.”
“크게 약물치료와 수술 치료로 나눌 수 있다. 과거에는 수술을 통한 병변의 절제가 일반적인 치료 방법이었다. 그러나 최근 가임력 보존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개인 맞춤 치료로 패러다임이 변화했으며 환자의 증상 및 임신 계획 등 상황을 고려해 치료를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약물치료를 우선적으로 시행할 수 있으며 수술 치료 이후에도 재발 예방을 위한 장기적인 약물치료가 권고된다. 대한자궁내막증학회도 2024년 임상진료지침을 개정하고 환자 개별 상태에 따라 맞춰서 치료 전략을 수립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자궁내막증은 한 번의 수술로 병변을 제거하면 해결되는 단순한 질환이 아니라 장기간 관리가 필요한 만성적인 호르몬 의존성 질환으로 수술을 해도 재발률이 높은 편이다. 40∼75%의 환자가 첫 수술 후 5∼6년 이내 재발을 경험하며 그중 27%는 평생 세 번 이상의 수술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술 치료를 해도 환자의 절반가량만 통증 조절에 효과를 본다는 결과도 있다. 장기적으로 질환 진행을 억제하고 재발을 줄이면서도 안전성이 확보된 약물들이 개발된 것도 치료의 변화에 영향을 미쳤다. 자궁내막증 통증 개선을 위한 약물치료로는 환자의 증상과 상태에 따라 황체호르몬 제제, 복합경구피임약, 생식샘자극호르몬 방출호르몬 작용제 등이 사용되고 있으며 황체호르몬 제제 중 자궁내막증 치료제로 개발된 디에노게스트가 널리 사용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환자에게 해줄 조언이 있다면….
“아직도 우리나라는 여성들이 산부인과를 찾는 것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이나 편견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여성의 생식 건강은 단순히 특정 장기의 질환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전반적인 일상과 미래의 삶에까지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필요 이상의 망설임으로 최적의 치료 시기를 놓치지 말고 의심되는 증상이 있을 경우 빠르게 병원을 찾을 것을 당부한다. 특히 자궁내막증은 조기에 발견하고 적극적으로 관리하면 충분히 조절이 가능한 질환이다. 일상생활을 하기 힘들 정도의 심한 월경통, 월경 기간이 아님에도 지속되는 골반통 등이 있다면 주의를 요하고 무증상 자궁내막증도 적지 않으므로 가능하다면 정기적인 산부인과 검진을 받는다면 더욱 좋겠다.”
안소희 기자 ash030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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