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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07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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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통령 출마해 대통령 승계?… 트럼프, 헌법 우회 ‘3선’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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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미 헌법학자들 “수정헌법 22조는 2회 이상 대통령 ‘선출’만 막는다”

“연임 대통령의 부통령 출마는 막지 않는다”

2020년 대선 때 민주당 일각에서도 바이든 도울 빌 클린턴의 부통령 출마 추진

상식은 ‘2회 초과 재임’ 불가(不可)...그러나 트럼프는 법치 존중 안 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월30일 오전 미국 NBC 방송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자신이 세 번째 대통령으로 재직할 수 있는 “방법들(methods)이 있다. 농담이 아니다. 다만 지금 그런 것을 생각하기엔 너무 이르다”며 “많은 사람이 나의 세 번째 대통령직 수행을 원한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첫 번째 임기 중에 치른 2020년 대선에서 이미 “(조 바이든을 이기고) 4년 백악관에서 보낸 뒤 (다시 임기 연장을) 협상하면 되겠죠?”라고 지지자들에게 말한 바 있다. 작년 11월 대선 승리 후에도 공화당 의원들에게 “또 출마할 것 같지는 않다”면서도 “만약 여러분이 방법을 찾아내지 못한다면”이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트럼프(78)는 NBC 앵커가 2028년 미 대선에서 J D 밴스(40)가 대통령, 트럼프가 부통령으로 출마한 뒤 밴스가 대통령 직을 사임해 이를 계승하는 방안을 묻자 “그것도 한 가지 방법이고, 다른 것들도 있다”고 답했다.

뉴욕타임스와 NBC, CBS 방송 등 미국의 주류 언론은 대통령직 2회 초과 ‘선출(being elected)’을 금한 수정헌법 22조를 내세워 트럼프의 세 번째 대통령직 수행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뉴욕타임스는 또 부통령 출마 자격을 대통령 출마 자격과 동일시한 수정헌법 12조도 트럼프의 부통령 출마를 막는다고 말한다. 즉, 세 번째 ‘대통령’ 선거 출마 자격이 없는 트럼프는 ‘부통령 출마’ 자격도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적지 않은 헌법학자들은 관련 헌법 조항의 해석에 따라서 트럼프의 세 번째 대통령직 수행이 ‘기술적으로’ 불가능하기만 한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수정헌법 22조는 세 번 이상 ”선출”을 막을 뿐

1947년에 제정된 미국 수정헌법 22조는 “누구도 2회를 초과해서 대통령직에 선출될 수 없으며, 누구라도 타인이 대통령으로 당선된 임기 중 2년 이상 대통령직에 있었거나, 대통령 직무를 대행한 자는 1회를 초과해 대통령직에 당선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하버드대 로스쿨 석좌교수였던 저명한 헌법학자 로런스 트라이브는 3월31일 소셜미디어 X에 “수정헌법 22조는 세 번 (대통령에) ‘선출되는 것(being elected)’을 막은 것이지, 세 번째 ‘재직하는 것(serving)’을 막는 것이 아니다”고 썼다.

그는 또 부통령의 출마 자격을 밝힌 수정헌법 12조 역시 대통령으로 재직할 “자격을 갖췄다면” 어느 누구도 부통령 출마를 막지 않는다고 썼다. 즉, 수정헌법 문구로만 따지면, 트럼프가 다음 대선에서 부통령으로 ‘우회’ 출마해 대통령 직을 승계 받는 것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수정헌법 22조는 대통령직의 세 번째 "선출"을 막지, 세 번째 "임무 수행"을 막는 것은 아니다. 수정헌법 12조는 대통령직을 수행할 자격이 갖춘 한 부통령 출마자를 막지 않는다. 트럼프는 부통령 출마 부자격자가 아니다. 증명 끝"이라고 쓴 하버드대 헌법학자 로런스 트라이브의 트윗. 2028년 트럼프의 미 대선 부통령 출마를 막을 길이 헌법상으로는 막을 수 없다는 주장이었다./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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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 당선된 대통령이 다시 백악관에 복귀하는 방안을 연구해 온 브루스 피바디(Bruce Peabody) 페어리 디킨슨대 교수도 미국 공영방송(NPR)에 “수정헌법 22조는 기본적으로 두 번 당선된 대통령이 가장 일반적인 방법인 ‘선거’를 통해 다시 대통령이 되는 것을 막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뉴욕대 로스쿨의 헌법학자인 노아 로젠블룸은 CBS 방송에 “수정헌법 22조를 제정한 의도는 대통령에 두 번 이상 당선되는 것을 막으려는 것이 아니라, 어느 누구도 대통령으로 두 임기 이상 재직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대통령 선출 횟수에 제한을 둔 수정헌법 22조는 프랭클린 D 루스벨트가 4선에 성공하고, 네 번째 임기를 시작한 지 41일만에 죽자 제정됐다.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 이래 미국 대통령은 ‘3회 연임 불가’의 관행을 원칙처럼 지켰다. 루스벨트는 3선에 도전해 성공하면서 그 관행을 깼고, 당시에도 “민주주의를 존중하지 않는다” “독재자적인 야망”이란 비판을 들었다.

그 뒤를 이은 해리 트루먼 부통령은 거의 4년간 루스벨트의 잔여 임기를 채우고 1948년 대선에서 승리했지만, 1952년 재선(再選)에 도전하지 않았다. 그는 전임자의 임기를 2년 이상을 채운 부통령은 대선에 2회 이상 나갈 수 없다는 수정헌법 22조의 적용을 받지 않았었다. 이후 최대 8년이라는 미 대통령 재직기간은 지금까지 지켜졌다.

◇수정헌법 12조: 대통령과 동일한 ‘부통령 자격’이 뭔가가 논란

수정헌법 12조는 1804년에 제정됐다. 선거인단 투표를 다룬 이 조항은 뒷부분에 “헌법상 대통령직에 대한 자격을 갖추지 못한 사람은 부통령직에도 자격이 없다”고 명시했다.

문제는 여기서 부통령 출마자에게 부여한, ‘대통령과 동일한 자격’이 무엇이냐는 것이다. 미국 헌법2조가 명시한 대통령직 자격은 ▲미국 출생 시민권자 ▲35세 이상 ▲미국에서 14년 이상 거주 이 세 가지뿐이다.

‘부통령 출마자’ 트럼프는 이 세 요건을 당연히 충족한다. 이미 두 번 선거에 의해 대통령 직을 수행한 데서 비롯되는 대통령 후보 ‘부자격’ 요건은 헌법에는 명시돼 있지 않다.

하버드대 트라이브 교수는 “수정헌법 12조가 부통령 출마자에게도 대통령 선거에 나가는 사람과 같은 자격을 부여한 것으로 본다면, 트럼프가 부통령으로 출마하는 것을 막을 방법은 없다”고 말한다.

로젠블룸도 “헌법을 보다 문자적으로 적용하려는 사람들조차 실제 목적이 무엇이냐에 따라, 언어를 달리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한다.

게다가 트럼프 행정부 2기는 법원의 명령이나 법치(法治)를 그다지 존중하지 않고, 자의적으로 법률을 해석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그때 가서 미국의 여론이 트럼프의 세 번째 대통령직 수행을 허용하는 분위기이면, ‘상식’과 달리 트럼프가 세번째 대통령 직에 도전할 길은 있다는 것이다.

◇2020년 대선 때 민주당 일각에서도 빌 클린턴 부통령 후보설 제기

사실 대선에서 두 번 당선돼서 연임을 마친 대통령이 다시 부통령으로 출마해 대통령직을 승계하는 시나리오는 2020년 미 대선 때 민주당에서도 거론됐었다.

민주당 일각에선 바이든 대선 후보를 보강하기 위해, 약체 부통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보다 정치적 연륜이 깊은 빌 클린턴(78ㆍ1993.1~2001.1)을 러닝 메이트로 내세우는 방안을 내놓았다. 물론 빌 클린턴은 전혀 출마 의사가 없었다.

◇굳이 부통령 후보로 출마하지 않아도

2028년 대선에서 트럼프가 정ㆍ부통령 후보 티켓에 오르지 않아도 된다. 밴스와 제3자를 일단 대선 티켓에 올려 선출하고, 제3자가 부통령 유고 상황을 만들고 상ㆍ하원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 트럼프가 부통령이 되고 밴스로부터 대통령직을 물려받는 것이다. 지금처럼 공화당이 상ㆍ하원 모두 다수당인 것을 가정으로 한다.

1973년 스피로 애그뉴 부통령이 독직(瀆職)으로 사임하자, 닉슨은 상ㆍ하원 동의를 받아 제럴드 포드를 부통령에 임명했다. 닉슨 사임으로 포드 대통령이 됐을 때, 같은 방식으로 넬슨 록펠러도 부통령에 임명됐다.

물론 이렇게까지 트럼프가 우회로를 찾아 꼼수를 부리는 것을 미국 여론이 허용할 것이냐, 그때 가서도 트럼프의 의회 장악력이 지금과 같을 것이냐는 완전히 다른 문제다.

또 트럼프가 어떤 형식으로든 세 번째 임기를 위한 행동에 나선다면, 법적 소송이 반드시 뒤따를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는 지난달 30일 NBC 방송 인터뷰 이후에 “2029년 1월에 대통령직에서 물러날 것이냐”는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코넬대 헌법학자인 마이클 도프 교수는 CBS 방송에 2029년 1월에 트럼프가 백악관에서 물러날지는 “매우 복잡한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어떠한 법 체계도 사람들이 끊임없이 악의적으로 행동하는 상황에서는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 사람들이 패배를 받아들이거나 법을 합리적으로 해석하려는 최소한의 의지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트럼프는 자신에게 불리한 경우, 오랫동안 유지되어 온 규범들을 무시할 것이라는 점을 여러 차례 보여줬다”고 말했다.

트럼프가 설마 법치나 관행을 깨고 그렇게 하겠느냐에 대해선 부정적인 의견도 많다. 즉, 지금의 ‘세 번째 임기 의사’는 더 이상 대선 출마가 불가능한 대통령으로서 자신이 ‘레임 덕(lame duck)’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며 최대의 힘을 과시하려는 것이라는 해석이다.

◇헌법 수정 가능성은 희박

미 공화당 내에서도 트럼프에 대해 상대적으로 독립적인 존 튠 미 상원 다수당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의 세 번째 임기는 “헌법 수정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못박았다.

헌법 수정은 불가능에 가깝다. 미 연방 상ㆍ하원의 3분의2 이상ㆍ50개 주의 4분의3 이상(38개 주) 찬성을 받아야 한다. 4월 현재 공화당은 상원에서 2석, 하원에서 1석 차이로 아슬아슬하게 우위를 차지하며, 공화당 소속 주지사는 27명에 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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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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