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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지연과 ‘치킨 게임’ [박종권의 나우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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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변론 종결 후 34일이 지난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가운데)과 이수정 국민의힘 수원정 당협위원장(왼쪽)이 각각 '탄핵 인용'과 '각하 선고'를 촉구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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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 | 박종권 언론인] 헌법재판소의 침묵이 길어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심판 이야기이다. 당초 사안이 간단해 일찍 결정이 날 것으로 예상됐다. 혹자는 2월 말을 예상했고, 대체로 3월 14일에는 종결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3월말을 넘기면서 온갖 설이 난무하고 있다.

한두명이 개별 의견을 정리하겠다며 시간을 끌고 있다는 설, 인용과 기각이 5대 3이어서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는 설, 문형배 헌재소장 대행이 8대 0으로 결정하기 위해 마지막까지 기다린다는 설이 나돈다. 이 가운데 가장 고약한 경우가 재판관의 의견이 5대 3으로 갈라져 대치하는 상황이다.

국회에서 선출한 마은혁 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면 그나마 정리될 수 있는데 그럴 전망이 어둡다. 윤 대통령에 대한 보은 차원이든 12.3 비상계엄이 내란으로 단죄될 경우 중요 임무 종사자로 처벌될 수 있기 때문이든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여전히 임명하지 않고 있다. 현재로서는 탄핵열차가 두 개 선로에서 마주 달려오고 있는 형국이다.

하나는 헌재 내의 인용과 기각(또는 각하) 충돌이다. 만일 두 명의 재판관이 퇴임하는 4월 18일까지 끝내 결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매우 심각한 상황이 벌어진다. 헌재가 기능마비에 빠지는 거다. 헌재의 결정은 7명 이상 재판관이 심리하도록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야당이 절대 다수인 국회와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의 행정부가 맞서는 상황이다. 헌재가 마은혁 재판관 후보를 임명하지 않는 것은 위헌이라고 결정했지만 최상목 대행에 이어 돌아온 한 대행도 계속 버틸 기세이다. 헌재의 교착이 길어지면 우리나라는 미증유의 헌정체제를 맞이하게 된다.

퇴임하는 재판관 후임은 대통령이 지명할 몫인데 과연 권한대행이 행사할 수 있는지 헌법학자들도 의견이 엇갈린다. 설령 마은혁 후보자만 임명한다면 7인 체제가 되지만 이 경우 다시 변론이 재개돼야 하는지, 마 재판관 본인이 회피하면 결과적으로 6명 심리가 되는데 법적으로 유효한지도 의문이다.

자칫하면 윤 대통령의 남은 임기를 한 대행이 채울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마 재판관의 임명을 거부한 한 대행이 대통령 몫 재판관 2명을 임명할 수 있겠느냐 하는 의문이다. 그러면 헌재가 6명 재판관 체제가 돼 사실상 아무 것도 결정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한편에선 4월 18일을 넘겨 한 대행이 대통령 몫과 마 재판관까지 동시에 임명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지만 이는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기각과 용산 대통령실 복귀를 의미하기 때문에 야당이 절대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다. 국민적 저항도 거세게 일어 야권에서는 "제2의 4.19가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 반 위협 반 전망이 나온다.

이런 사태가 빚어진데 가장 큰 책임은 한덕수 권한대행에게 있다. 헌재가 위헌이라고 판정했음에도 마 재판관을 임명하지 않는 거다. 어쩌면 국가와 민족의 앞날보다 자신의 의리가 더 중요하다고 여기는지도 모른다. 이러한 사사로운 권한 행사는 공직자가 절대 해서는 안 될 일이다. 그걸 모른다면 공직자로서 자질이 없는 것이고, 알면서도 버틴다면 내란 상태의 지속을 적극적으로 돕는다는 점에서 ‘국민의 적’이 된다.

옛날로 보면 천하의 역적 도당이 되는 것이다. 지금 헌재의 일부 재판관도 대통령 권한대행도 마주보고 달리는 열차를 멈출 기색이 없다. 국회도 한 대행과 국무위원 줄 탄핵을 거론한다. 일종의 ‘치킨게임’이다. 이것이냐 저것이냐 여부에 본인들은 물론 나라의 미래가 달려있다.

이는 밸런스 게임과 다르다. 예컨대 짜장면과 짬뽕 중 하나를 골라 동시에 말하는 방식이다. 칼국수와 쌀국수, 우동과 라면, 곰탕과 설렁탕도 있다. 똑같으면 같은 취향이고, 아니면 다른 취향이다. 특히 스포츠 중계 때는 닭을 두고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진다. 서로 ‘치맥’에는 동의했지만 배달 치킨은 튀김이냐 양념이냐 갈라지는 거다. 영리한 가게는 ‘반반 치킨’도 내놓는다.

하지만 밸런스 게임은 이래도 좋고 저래도 나쁠 것 없는 선택지를 두고 벌이는 거다. 파면이냐 복귀이냐 분기점에서 진정한 밸런스는 행위에 대한 책임을 적절하게 묻는 것이다. 치킨 게임의 원관념인 투계는 본디 생사를 건 도박이다. 아테네에서는 청소년 훈육에 닭싸움을 이용했다. 전쟁터에서 불굴의 투지를 함양하는 교육용 투계였던 거다. 피를 흘리면서도 절대 굴복하지 않는 수탉의 감투정신 말이다.

프랑스 축구팀의 상징이 수탉인 것도, 손흥민이 뛰는 영국 프리미어리그 토트넘의 상징이 수탉인 이유도 마찬가지이다. 근대의 대표적인 치킨게임은 할리우드의 영원한 청춘 스타 제임스 딘의 ‘이유 없는 반항’에서 자동차 마주 달리기일 것이다. 1950년대 미국의 방황하는 청년들 사이에 유행하던 게임인데, 한밤에 도로 양쪽에서 자동차를 몰고 상대를 향해 정면 돌진하는 것이다.

충돌 직전에 핸들을 꺾어 피하면 ‘치킨’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양쪽이 모두 핸들을 꺾지 않으면 승패는 어떻게 될까. 이 경우 승자가 없다. 그저 사자(死者)만 있을 뿐이다. 지지 않았다고 스스로 위로할지 모르지만 그렇다고 승리도 없고 죽음만 있는 것 아닌가.

치킨 게임은 닭들이 한다. 이른바 ‘닭대가리’들 말이다. 투계이든 치킨게임이든 닭싸움의 정점은 목계(木鷄)일 것이다. '장자'의 달생(達生)편에 나오는 이야기로 투계를 좋아하는 왕이 기성자(紀渻子)에게 최고의 싸움닭을 기르도록 한다. 10일이 지나 "싸울 만한가" 묻자, "미흡합니다. 힘만 믿고 교만합니다"라고 대답한다. 10일 지나 또 묻자 "멀었습니다. 소리와 기척에 곧바로 반응합니다"라고 답한다.

10일이 또 지났지만 "아직도 상대를 노려보며 성을 냅니다"며 고개를 젓는다. 10일이 더 지나서야 "이제 됐습니다. 다른 닭이 싸움을 걸어도 미동조차 하지 않습니다. 마치 나무로 만든 닭과 같습니다"라고 말한다. 이른바 목계지덕(木鷄之德)이다. 가만히 있어도 다른 닭이 감히 달려들지 못하며, 그의 모습만 봐도 달아나는 경지이다.

우리네 헌법재판소와 국회와 행정부에 목계는 없나. 지긋이 바라보면 몽니를 부리다가 움츠리고, 나직이 말하면 위헌 작태를 멈추는 그런 무게 있는 원로들 말이다. 대다수 시민들은 영양보충이 시급한데 몇몇 투전꾼만 몰리는 투계판에 여전히 힘만 믿고 교만한 싸움닭들만 설친다. 이를 어찌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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