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 국내 최초 ‘차세대 46파이’ 배터리 양산

국내 업계 첫 양산, 기존 대비 에너지 6배↑

베트남 법인서 美 고객사 초도 공급

전고체 배터리 등 포트폴리오 다변화 속도

‘인터배터리 2025’에서 공개된 삼성SDI 46파이 배터리 라인업 [삼성SDI 제공]

[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 삼성SDI가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로 불리는 46파이(지름 46㎜) 배터리 양산에 돌입했다고 31일 밝혔다.

차세대 46파이 배터리의 양산 공급은 국내 배터리 업체로는 이번이 처음으로, 미국 고객사를 이미 확보한 데 이어 추후 해외 공급처를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삼성SDI는 최근 베트남 법인에서 4695(지름 46㎜, 높이 95㎜) 배터리 모듈 출하식을 진행했다. 4695 배터리 셀은 천안사업장 마더라인에서 생산되며, 이를 베트남 법인에서 모듈로 조립한 후 마이크로모빌리티용으로 미국의 고객사에 초도 물량을 공급한다.

테슬라의 전기차용 배터리로도 잘 알려진 46파이 배터리는 기존 원통형 규격인 2170(지름 21㎜, 높이 70㎜) 대비 에너지 용량이 6배 가량 향상돼 업계에서 ‘게임체인저’로 통한다. 더 적은 수의 배터리로 애플리케이션이 요구하는 용량 구현이 가능해진 셈이다.

삼성SDI 관계자는 “차별화된 제품 기술력 및 제조 경쟁력, 품질 역량을 바탕으로 당초 계획보다 1년 이상 앞당겨 46파이 배터리 양산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앞서 삼성SDI는 이달 초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5’에서 4695 배터리를 비롯해 4680, 46100, 46120 등 다양한 46파이 제품 라인업을 선보이면서 올 1분기 내 양산에 돌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번에 양산에 성공한 46파이 배터리는 고용량 하이니켈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양극재와 삼성SDI의 독자 특허 소재인 SCN(Silicon Carbon Nanocomposite) 음극재가 적용됐다. 이를 통해 배터리가 부풀어 오르는 ‘스웰링 현상’을 줄이는 동시에 에너지 밀도를 높이고 수명을 늘렸으며, 안전성도 확보했다는 설명이다.

또한 삼성SDI는 전극 끝부분을 여러 개의 탭으로 만들어 전류의 경로를 확장시키는 ‘탭리스(Tabless) 기술’을 적용해 내부 저항을 약 90% 가량 낮추고 출력을 높였다.

삼성SDI 베트남 법인 임직원들이 28일(현지시간) 46파이 배터리 모듈 출하식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삼성SDI 제공]

삼성SDI는 주요 글로벌 전기차 고객들과도 활발하게 46파이 배터리 관련 프로젝트를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공급을 시작으로 추후 전기차에서도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46파이 배터리 시장은 올해 155GWh(기가와트시)에서 2030년 650GWh까지 확대해 연평균 33%대의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SDI 측은 “이번 46파이 배터리 양산과 초도 공급을 통해 제품 포트폴리오가 한층 다변화됐다”며 “차별화된 제조 경쟁력과 품질로 시장 우위를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는 46파이 배터리 양산을 시작으로 다른 차세대 배터리 제품군의 양산에도 한층 가속도를 낼 것으로 관측된다. 먼저 프리미엄 각형 배터리 ‘P7(7세대)’의 경우 연말까지 개발을 완료하고 상용화에 나선다. P7는 기존의 P6보다 니켈 등의 함량을 더욱 높여 에너지밀도를 한층 더 끌어올린 제품이다.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도 2027년 양산을 목표로 개발이 진행 중이다. 기술력에서 삼성SDI가 가장 앞서 있는 것으로 평가 받는 전고체 배터리는 외부 충격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액체 전해질 대신 고체 전해질을 사용한다. 이를 통해 화재 안전성과 에너지 밀도를 획기적으로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중국산 배터리가 글로벌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분야에서도 공정혁신과 신기술을 접목해 안정성과 밀도를 높인 차세대 LFP 배터리 제품을 통해 정면 승부에 들어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