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민 뉴웨이즈 대표가 지난 21일 서울 성수동 헤이그라운드 서울숲점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한 뒤 뉴웨이즈 로고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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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 대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정치권의 청년층 표심 잡기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한국갤럽이 지난 11~13일 실시한 여론조사(95% 신뢰 수준에 표본 오차 ±3.1% 포인트)에서 20대와 30대 무당층 비중은 각각 43%, 23%로 40대(18%), 50대(11%), 60대(10%), 70대 이상(9%)에 견줘 월등히 높기 때문이다. 20·30대의 선택이 선거 결과를 가를 것이란 관측까지 나온다.
청년 정치인에 대한 정치권의 접근은 여전히 ‘이벤트성’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정당 내 체계적인 인재 육성 시스템이 없다는 것이 일회성 공천이나 깜짝 발탁에 의존하게 만드는 구조적 원인이다. 기존 청년 조직은 당내 기득권의 ‘줄 세우기’에 취약한 구조이며, 이로 인해 정치권 내에서 제대로 훈련된 청년 정치인을 찾기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초당파 비영리 정치 스타트업
험난한 현실 속에서 청년 정치가 일상 속에서 뿌리내릴 수 있도록 정치 구조 전반을 바꾸려는 움직임이 꿈틀거린다. 그 중심에는 ‘젊치인(젊은 정치인의 줄인 말) 에이전시’를 자처하는 초당파적 비영리 정치 스타트업 ‘뉴웨이즈(New Ways)’가 있다.
2021년에 설립된 뉴웨이즈는 만 39살 이하 청년 정치인을 발굴하고 체계적으로 육성하며, 예비 정치인이 정책 개발과 유권자 기반 확장을 이어갈 수 있도록 정치 안팎의 지지 기반을 연결하는 플랫폼이다. 스포츠 용어를 도입해, 유권자는 ‘캐스팅 매니저’, 청년 정치인은 ‘선수’, 현역 정치인은 ‘코치’라고 부르며, “기존 정당이나 조직에 기대지 않고도 정치를 시작할 수 있는 새로운 진입로를 설계”하는, 말 그대로 에이전시 역할을 맡고 있다.
박혜민(31) 뉴웨이즈 대표는 지난 21일 서울 성수동 헤이그라운드 서울숲점에서 한겨레와 만나 “탁월한 개인에게만 의존하지 않고, 문제 해결 경험을 가진 평범한 사람도 정치에 도전할 수 있도록 (정치)판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정치를 변화시켜야겠다고 생각한 계기는.
“처음부터 정치를 바꿔야겠다는 목표는 아니었어요. 오히려 ‘영향력’이라는 개념에 관심이 많았죠. 비즈니스에선 자본이, 정당에선 조직이 힘이 되지만, ‘개인의 문제 해결력’이 정치적 자산으로 연결되는 구조는 거의 없었죠. 다원화된 사회에서 세상을 바꾸려면 새로운 방식의 조직화 모델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박 대표가 개인의 영향력을 어떻게 구조화할 것인지 고민하게 된 출발점은 혜화역 시위, 엔(N)번방 사건을 둘러싸고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전개된 느슨한 사회참여 운동이었다. 수많은 2030세대가 사회적 분노를 표현했지만, 그 에너지가 하나의 조직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일시적으로 결합한 뒤 흩어져버렸다. 예전처럼 사람들을 모아 조직화하는 방식만으로는 지속적인 영향력을 만들어내기 어려워보였다.
스포츠 에이전시 모델 차용
소셜 벤처에서 활동하던 박 대표는 다양한 개인의 영향력을 모아 새로운 방식의 정치 실험을 설계하고 싶었다. 그것이 새로운 힘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새로운(new)’과 ‘방식, 관점, 태도(ways)’를 합쳐 ‘뉴웨이즈’라는 정치 스타트업을 창립했다. 기초의원 선거에 출마하려면 수백 명의 지역 당원을 확보해야 하는데, 대부분의 청년은 정당 사무실조차 들어가 본 적이 없다. 뉴웨이즈는 바로 이 불균형한 출발선에 주목했다.
―구체적으로 젊은 정치인을 어떻게 지원하나.
“공모나 추천을 통해 정치권 밖에서 활동해온 인재를 발굴하고, 인터뷰와 역량 검토를 거쳐 젊치인의 출마 준비를 지원하고 있어요. 유권자·지지자 그룹도 모아 현재 약 5만여명의 캐스팅 매니저가 등록돼 있습니다. 뉴웨이즈는 젊치인와 캐스팅 매니저를 연결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좋은 정치인을 하나하나 ‘점’으로 찍어내기보다, 정치 생태계를 ‘면’으로 설계해야 진짜 변화가 가능하다고 믿어요.”
―청년 정치인을 ‘점’이 아닌 ‘면’으로 키운다는 표현이 인상적이다.
“변화를 만들기 위해선 동료와 지지 기반이 반드시 필요하죠. 누군가 혼자 고군분투하다가 쉽게 꺾이는 구조가 아니라, 함께 버티고 밀어줄 수 있는 생태계가 있어야 합니다.”
뉴웨이즈의 ‘누울 자리 캠페인’ 인스타그램 밈(meme)들. 누워있는 모습도 제각각이다. 뉴웨이즈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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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정치인 발굴·육성 실험
뉴웨이즈의 정치 실험은 성과를 내고 있다. 2021년 여름에 선보인 ‘누울 자리 캠페인’은 청년 정치인의 현실을 유쾌하게 풍자하며 주목을 받았다. #여의어때 #야눕자 #선젊포고 같은 해시태그 릴레이는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젊치인을 기다리는 돗자리 부대라는 인스타그램 밈(meme)을 확산했다. 귀엽고 독창적인 캐릭터라서 정치에 관심 없던 2030세대도 ‘이건 좀 웃기다’ 며 퍼날랐다.
2022년 지방선거에서는 138명의 청년 정치인을 후보로 세워 이 중 40명의 당선을 이끌어냈다. 당시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등 7개 정당과의 업무협약을 맺었다. 2024년 총선에는 548건의 추천을 모아 3명의 후보를 배출했다. 2030 정치인이 제도권에 진입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과정이었다.
특히 서울 마포구의 차해영 의원은 지역에서 1인 가구 관련 정책을 꾸준히 다뤄온 활동가로, 기존 정치 시스템 안에서는 지지 기반 마련이 쉽지 않았지만, 뉴웨이즈를 만나 정치에 도전할 수 있는 실질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차 의원은 당선 후 1인 가구 관련 조례 개정까지 주도했다.
유권자들이 정치의 효용성을 체감한 것도 박 대표가 꼽는 큰 성과다. ‘온라인에서 응원하던 정치인이 지방선거 벽보에 등장했을 때의 설렘’을 유권자가 경험했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었을 때 보람이 컸다고 한다. 박 대표는 유권자가 단순히 선택하는 소비자에 머무르지 않고, 정치의 기준을 제시하는 ‘설계자’가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했다.
유권자, 소비자에서 설계자로
―유권자가 설계자로 활동한 사례를 꼽는다면.
“2024년 총선 때 ‘받아라 역공약 캠페인’이요. 보통 선거 공약은 정치인이 유권자에게 일방적으로 약속하는 방식이잖아요. 우리는 유권자가 먼저 ’이걸 하면 뽑아줄게요’라고 제안하는 캠페인을 벌였습니다. 기후위기, 인구절벽, 지역 불균형 등 미래 세대에게 부담이 될 수 있는 8개 의제, 12개 질문을 선정해 지역 후보자들에게 ‘역으로’ 정책 질의했어요. 180명의 후보가 응답했고, 그 답변을 뉴웨이즈 누리집에 공개했습니다. 이 중 60명이 당선됐어요.”
최근에는 ‘지방의회 역공약 개발 및 확산 프로젝트’에 집중하고 있다. 기초의원이 추진할 수 있는 조례는 국회 입법보다 훨씬 빠르고 구체적이며, 시민의 일상과 맞닿아 있는데도 유권자의 관심이 부족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뉴웨이즈의 제안으로 아빠 육아휴직 수당과 심야 공공병원 관련 조례가 제정됐으며, 한 달 만에 의원 27명이 이 조례들을 도입하기로 약속했다.
―비영리 스타트업으로서의 지속가능성은 어떻게 확보하나.
“운영은 후원 기반으로 이루어지는데, 후원자는 정치 실험에 참여하는 공동 설계자, 새로운 정치 시스템을 함께 만들어가는 ‘빌더’라고 봅니다. 그 덕분에 공익을 만들어내는 실험의 성과를 유권자들과 함께 나누고, 다음 실험의 방향도 공동으로 설계할 수 있어요.”
“갈등 줄이고 접점 만들어야”
김성우·엄기호 작가의 ‘유튜브는 책을 집어삼킬 것인가’(2020)에서 나오는 ‘다리를 놓는 언어’라는 개념을 접하면서 박 대표는 정치 소통 방식을 구상했다고 했다.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끼리만 이야기하면 생각은 강화될 수 있지만, 문제 해결에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서로 다른 관점을 가진 사람들이 연결될 수 있는 언어가 필요하다. 갈등을 증폭시키는 언어가 아니라, 합의와 공동행동의 가능성을 여는 언어, 이것이 뉴웨이즈가 지향하는 정치 커뮤니케이션의 방식이다.
낯선 정치 언어 대신에 스포츠 에이전시 모델을 차용해 ‘뉴웨이즈는 지방선거라는 경기장에 더 많은 젊치인을 등장시키고 싶은 에이전시다’는 식으로 표현하는 이유다. 박 대표는 친절하고 재밌게 풀어내되, 유권자를 아이처럼 대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는 동료로 바라보며 실험을 이어갈 계획이다. 진영 갈등을 부추기기보다, 갈등을 줄이고 문제 해결의 접점을 만드는 것이 그와 동료들의 목표다.
박혜민 뉴웨이즈 대표가 지난 21일 오후 헤이그라운드 서울숲점 3층 브릭스에서 열린 ‘역공약 개발 및 확산 프로젝트 협업 단체’ 모집 설명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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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웨이즈가 그리는 좋은 정치의 모습은 어떤 것인가.
“‘기대할 수 있는 정치’를 만들고 싶어요. 지금의 정치는 분노에 너무 많이 반응하고 있는데, 아무리 정당한 목소리라 하더라도 ‘희망’과 ‘기대’를 만들어내지 못하면 지속적인 변화는 어렵습니다. 뉴웨이즈는 변화의 힘은 분노가 아니라 기대에서 나온다고 믿습니다. 기대야말로 사람들이 정치에 참여하게 만들고, 정치가 바뀌어야 한다고 믿게 만드는 출발점이니까요.”
박 대표는 정치를 일종의 ‘승부’로 여기는 오래된 세계관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누가 이기고 지느냐가 아니라 누가 더 잘하느냐, 어떻게 함께 문제를 풀어갈 수 있느냐를 중심에 두려 한다. ‘더 나은 사회를 만들고 싶다’는 마음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정치의 구조를 만드는 일, 그것이 뉴웨이즈가 하고 싶은 정치다.
글·사진 조현경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부원장 gobog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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