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리 회장이 2015년 설립한 엘드리지 인더스트리는 스포츠·엔터를 비롯해 보험·기술·소비재·부동산·자산운용 등의 영역에서 100개 이상의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다. 그런 그가 3월 18~19일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MLB 개막전 시리즈를 마치고 한국을 찾는다는 소식을 들었다. 지난 21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볼리 회장을 만났다. 한국 언론과 인터뷰는 이번이 처음이다.
토드 볼리 엘드리지 인더스트리 창업자 겸 회장이 3월 21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하고 있다. / 박성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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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리 회장은 스포츠 산업에 투자하는 이유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스포츠 경기 직관의 매력을 꼽았다. 승리하는 팀을 만들어 바쁜 시간 쪼개 경기장을 찾는 팬덤을 즐겁게 하면 수익은 저절로 따라온다는 게 볼리 회장의 지론이다. ‘대규모 투자→승리→팬덤→더 높아지는 기업가치’의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는 것이다.
다음은 볼리 회장과 일문일답.
“MLB 개막전 도쿄 시리즈가 끝나고 3월 19일 밤에 넘어왔다. 이 인터뷰를 하기 전까지 약 이틀 동안 대기업, 연기금, 보험사, 음악 레이블 대표, 초고액 자산가 등 다양한 분야 사람들을 만났다. 서울 일정이 끝나면 홍콩과 싱가포르도 방문할 예정이다.”
─아시아 지역을 돌며 사업 기회를 찾고 있는 건가.
“엘드리지 인더스트리가 올해 1월 출범시킨 자산운용 겸 보험 지주회사인 엘드리지(Eldridge)를 소개하고 있다. 엘드리지는 크게 기업 신용, 신용 구조화, 위탁운용(GP) 설루션, 스포츠·엔터테인먼트 등에 주력하는 ‘캐피탈 매니지먼트’ 부문과 2개의 보험회사(시큐리티 베네핏·에버리 라이프)가 주축인 ‘웰스 설루션’ 부문으로 구성된다. 운용 자산은 총 720억달러(약 106조원) 규모다.
─도쿄 시리즈 이야길 하니 지난해 MLB 개막전인 서울 시리즈가 생각난다. 서울과 도쿄 분위기는 무엇이 달랐나.
“일단 두 시리즈 모두 정말 훌륭했고 멋진 경험이었다. 다만 단순 비교는 어렵다. 현재 LA 다저스에는 오타니와 야마모토 요시노부, 사사키 로키 등 일본인 선수가 많지 않나. 게다가 작년에는 오타니가 역대 최초로 50홈런-50도루라는 대기록을 세웠고 월드시리즈도 우승했다. 일본 반응이 더 뜨거울 수밖에 없는 여건이었다. 중요한 건 지난해 서울 시리즈가 흥행해 준 덕에 올해 도쿄 시리즈를 진행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3월 18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LA 다저스와 시카고 컵스의 2025 메이저리그 개막전에서 오타니 쇼헤이가 타격하고 있다. / 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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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대상으로서 스포츠팀은 엘드리지의 주요 투자 테마인 미디어·부동산·지식재산권(IP) 등과 모든 부분에서 교차하는 지점에 있다. 세계적으로 프로 스포츠팀 수는 제한적이고 매물로 나오는 일도 극히 드물다. 희귀한 만큼 큰 기회가 내포된 투자처다.
그리고 스포츠 자체가 지닌 매력을 생각해 보라. 스포츠엔 굉장히 충실하고 열정적인 팬덤이 있다. 오늘날 많은 콘텐츠가 매체를 통해 소비되는데, 스포츠 경기는 직관이 주는 매력을 다른 것이 대체할 수 없다. 사람들은 바쁜 일정 중에도 어떻게든 시간을 내 경기를 보러 간다. 투자자이자 구단주로서 스포츠에 참여하는 것은 지적으로 자극적이고 동시에 겸손함을 느끼게 한다. 적절한 인재를 영입해 기반을 구축하는 데 있어 매일 최선을 다하게 만든다.”
─스포츠 투자는 곧 팬덤 투자와 마찬가지라는 말로 들린다.
─스포츠 투자 시 반드시 지키려고 하는 원칙이 있나.
“팬덤의 전제 조건은 ‘승리’다. 승리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최고의 팀을 구성해야 한다는 게 기본 원칙이다. 나는 팀 구성원이 오랜 기간 함께할 때 그런 저력이 발휘된다고 믿는다. 장기 계약을 선호(오타니 계약 기간은 10년)하는 이유다. 댈러스 매버릭스에서 뛰던 루카 돈치치를 LA 레이커스로 데려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LA 레이커스는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강력한 브랜드를 보유한 농구팀으로, 숱한 승리의 역사를 쌓아왔다. 돈치치 역시 우리 장기 계획의 일부다.”
토드 볼리 회장이 LA 다저스 소속 야구선수인 무키 베츠와 포옹하고 있다. / 엘드리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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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은 수익으로 이어져야 할 텐데.
“당연하다. 승리하는 팀을 만들면 수익은 자연스레 따른다. MLB 팀들은 각자 미디어 계약을 체결하는데, LA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미디어 시장이다. 우리가 LA 다저스를 인수하고 1년 후 미디어 계약 갱신이 예정돼 있었다. 당시 우리는 미디어 가치가 과소평가됐다고 판단했다. 또 LA 다저스의 높은 관중 수요를 알고 있었다.
(토드 볼리는 마크 월터 구겐하임 베이스볼 매니지먼트 대표를 비롯해 매직 존슨, 피터 거버, 스탠 카스텐, 로버트 패튼 등과 2012년 5월 21억5000만달러, 약 3조1538억원에 LA 다저스를 인수했다. 당시 구단 인수 가격 가운데 최고가였다. 볼리 회장을 비롯한 인수자들은 스포츠 미디어 판권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고 타임워너 케이블 등 방송사와 25년에 달하는 유료 TV 계약을 체결했다. 결과적으로 이 계약은 다저스 구단에 지속적인 현금 흐름을 만들었다.)
계약 갱신 이후 어떻게 됐는지 보라. LA 다저스의 2024 서울 시리즈 경기는 평균 1870만명의 시청자를 기록하며 (한국에서 열렸음에도) 일본에서 가장 많이 시청된 MLB 경기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올해 도쿄 시리즈 경기 시청자 수는 2500만명을 넘어섰다. 우리는 LA 다저스가 연매출 10억달러(약 1조4648억원)를 돌파하는 최초의 팀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3년 전 영국 첼시 FC를 인수할 때는 어땠나. 너무 비즈니스적으로 접근한다는 비판도 있던 걸로 기억한다.
“우리의 투자 기준은 늘 같다. 팀워크가 뛰어나고 팀 미션에 대한 명확한 목표를 공유하는 인재 조합을 찾는 데 집중할 뿐이다. 첼시 FC 인수 후 로멜로 루카쿠(현 이탈리아 SSC 나폴리 소속 축구선수)를 내보낸 것을 두고 말이 많았다. 루카쿠는 이전 구단주(로만 아브라모비치)가 영입한 선수로, 우리가 지향하는 전략의 일부는 아니었다. 더 젊고 오래갈 선수 영입에 주력했다.”
─영국 스포츠 시장 분위기는 미국과 많이 다른가.
“영국에는 응원하는 축구팀을 바꾸는 것보다 이혼할 확률이 3배 더 높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축구에 진심이다. 유럽 축구는 실수 하나가 치명적일 정도로 승부가 박빙이라 한 골의 가치가 야구에서 끝내기 홈런을 치는 것만큼 크게 느껴진다. 경기장 형태에도 차이점이 있다. 미국 경기장은 스포츠뿐 아니라 여러 이벤트를 함께 즐길 수 있는 복합공간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다. 유럽 경기장은 대부분 한 가지 종목을 위한 단일 용도 구장이다. 앞으로 경기장 건설 쪽에서도 투자 기회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엘드리지의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스튜디오인 A24가 제작한 영화 '미나리'에 출연한 배우 윤여정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한국 배우로는 최초로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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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인먼트 이야기도 해보자. 한국인이 친숙하게 느낄만한 투자 사례가 있을까.
“엘드리지의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스튜디오인 A24는 많은 한국 배우·감독과 협력해 유명 영화와 TV 시리즈를 제작했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6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된 영화 ‘미나리’를 기억할 것이다. 한국인 배우(윤여정)가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은 최초의 작품이다. 스티븐 연이 출연한 넷플릭스 ‘성난 사람들’은 에미상 8개 부문과 골든글로브 3개 부문에서 수상했다.”
─K팝으로 대표되는 한국의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K팝이 전 세계에서 누리는 인기가 날로 얼마나 커지는지 흥미롭게 보고 있다. 한국의 유명 아이돌 그룹들은 강력한 브랜드를 구축하고, 이를 토대로 글로벌 팬덤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투자자로서 K팝을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시장에서 성장하고 있는 하나의 분야로 보고 주목하고 있다.”
─투자 분야가 광범위하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중요할 수밖에 없겠다.
“물론이다. 다른 일도 마찬가지겠지만, 내가 하는 일은 신뢰할 수 있는 유능한 파트너를 구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내 역할은 모든 분야의 전문가가 되는 게 아니다. 훌륭한 리더를 두고, 그들이 제대로 된 파트너십을 맺도록 하는 것이다.”
─기억나는 파트너십 사례가 있나.
“A24는 구겐하임에서 사모 신용 관련 업무를 하던 다니엘 카츠의 제안으로 지난 2012년 설립한 스튜디오다. 그는 스튜디오 비즈니스에 자신의 주특기인 사모 신용 투자 방법론을 적용해 큰 성공을 거뒀다.
세계적인 미디어 그룹 펜스케 미디어의 창업자인 제이 펜스케와 맺은 파트너십도 성공적이었다. 그와 구축한 펜스케 미디어 엘드리지(PME)에는 여러분이 잘 아는 빌보드, 할리우드 리포터, 버라이어티, 롤링스톤 등이 속해 있다. 제이 펜스케와 그의 팀은 이 강력한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디지털화하며 지속해서 성장시키고 있다. 최근 우리는 골든글로브 시상식을 인수했다.”
토드 볼리 엘드리지 인더스트리 창업자 겸 회장이 3월 21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하고 있다. / 박성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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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승장구만 한 것 같다. 투자했다가 실패한 경험도 있나.
“없을 리가, 많다. 피자헛에 투자했다가 잘 안된 게 업계에선 유명하다. 실패 원인은 복합적이었다. 어쨌든 그 과정에서 한 가지 확실하게 배운 게 있다면 IP를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는 점이다. 당시 IP를 우리가 소유하지 않는 구조로 들어갔는데, 그게 결과적으로 패착이었다. 피자헛 투자 이후로는 어떤 브랜드에 투자하더라도 반드시 IP 소유권부터 챙긴다.”
─당신 개인의 인생사에서 실패 경험도 문득 궁금하다.
“학창 시절에 레슬링 선수로 활동했는데, 체중 조절에 실패해 팀원들에게 피해를 준 적이 있다. 별것 아닌 일처럼 들리겠지만 개인사에선 큰 깨달음을 얻은 실패였다. 나 자신과 함께하는 구성원에 대한 책임감과 헌신의 무게를 배웠다. 레슬링은 숨을 곳이 없는 스포츠다. 모든 것이 개인의 책임이다. 그래서 난 지금도 레슬링 선수로서 경험을 창업가적 경험이었다고 설명한다. 오늘날의 나를 만드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궁극적으로 이루고 싶은 게 있다면.
“2015년 엘드리지 인더스트리를 설립한 이후 지금까지 연평균 20%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우리는 독특한 네트워크를 갖춰나가고 있고, 사람들은 우리가 제공할 수 있는 기회에 많은 가치를 둔다. 지적 자극을 주는 투자 기회를 찾는 일이 너무 즐겁다. 이번 한국 방문처럼 네트워크가 확장될수록 흥미로운 기회도 더 자주 온다는 걸 안다. 시간이 지나도 견고하게 성장하는 기업을 만들고 싶다.”
─끝으로 가벼운 질문 하나만 하자. 당신이 영입한 선수 중 최고는 누구인가.
“한 명만 꼽으라면 오타니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역대급 선수라는 걸 부정할 사람이 있을까. 공도 잘 던지고 타격도 잘하는데, 심지어 발까지 빠르다. 투수가 아닌 포지션에 배치해도 완벽한 수비를 보여줄 선수다.”
─올해 LA 다저스에 합류한 김혜성에 대해서도 한마디 해달라.
“김혜성은 미래가 무척 기대되는 선수다. 과거 박찬호와 류현진이 LA 다저스에서 보여준 실력과 열정을 기억한다. 김혜성도 충분히 그들만큼 해내리라 믿는다. 한국의 유능한 선수들과 함께할 기회를 계속 만들 생각이다.”
전준범 기자(bbeom@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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