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 자금정산 못한 명품플랫폼
작년 부채 규모 300억으로 불어나
유동비율도 238%→40%로 급갑
투자했던 VC는 수백억 손실 예상
전문가 "정부 관리감독 부실"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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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란이 입점사들에 약속한 미정산 대금 정산 기일을 또다시 어긴 것은 결국 발란이 유동성 위기에 빠졌음을 보여준다. 그간 단순 재정산 작업이 미정산의 원인이라고 내세우던 발란이 외부 자금 유입 등을 언급하며 재정 위기를 인정하면서 업계의 우려는 더욱 커지는 양상이다.
최형록 발란 대표는 28일 입장문을 통해 “현재 상황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고 책임지고 해결하기 위해 밤낮없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지금 플랫폼이 무너지면 발란뿐 아니라 온라인 명품 시장 전체의 신뢰까지 흔들릴 수 있다”고 호소했다. 입점사들에 대한 정산 계획은 이번 주 중 확정해 다음 주부터 직접 소통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발란의 입점 업체 수는 1300여 개로 월평균 거래액은 약 300억 원이다. 입점 업체들에 따르면 발란의 미정산 규모는 130억 원대로 추산된다.
이번 사태가 발생한 지 나흘 만에 최 대표가 입장을 내놓았지만 발란에 대한 업계와 입점사들의 우려는 되레 커지고 있다. 가장 중요한 정산 일정이 입장문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특히 입장문에서 ‘구조적인 변화’를 거론한 최 대표가 “이 문제는 독립적인 의사 결정으로 처리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며 기존 투자자들을 포함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의 협의와 동의가 반드시 필요한 절차”라고 언급한 점은 사실상 기업회생을 염두에 둔 발언이라는 분석이다.
그동안 발란에 투자했던 벤처캐피털(VC) 등도 수백억 원의 손실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발란의 전체 누적 투자 유치 금액은 최근 700억 원 이상으로 파악돼 이러한 미정산 사태가 지속될 경우 VC들은 사실상 투자금 전액을 감액해야 하는 상황이 놓일 것으로 보인다. 발란에 투자금을 댄 VC로는 코오롱인베스트먼트·컴퍼니케이파트너스·우리벤처파트너스·신한벤처투자·SBI인베스트먼트·제이비인베스트먼트 등이다. 전략적투자자로 네이버와 실리콘투도 참여했다. 각 VC의 투자 금액은 최소 50억 원에서 100억 원을 넘어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발란에 대한 업계의 손절도 시작됐다. 발란은 중고 명품 매장 업체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위탁 서비스를 맡기는 형태로 19곳의 오프라인 판매 센터를 운영 중인데 이번 사태 이후 이들 매장은 발란에 대한 위탁 업무를 전면 중단했다. 발란 판매 센터 관계자는 “정확하게 이번 사태가 파악된 후에나 위탁 업무가 재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입점사들도 발란에서의 판매를 중단했으며 최근 구매 고객을 대상으로 반품을 요청하는 방식으로 손실 줄이기에 나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유통 업계를 뒤흔든 티메프 사태 이후로도 같은 문제가 반복되는 데 대해 정부의 미흡한 관리·감독을 지적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내 온라인 플랫폼 시장은 제대로 된 법이 없는 사각지대로 플랫폼상 중개 거래자들이 사고를 당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며 “정부가 티메프 사태 이후 중개 플랫폼에 대한 각종 조치와 실태 파악을 통해 소비자 및 입점 업체 등에 대한 피해를 막겠다고 했지만 관리·감독이 미흡하다 보니 같은 사태가 또다시 발생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사후약방문이 아닌 사전 예방을 위해 온라인 플랫폼의 재무 상태에 대한 실태를 파악하고 자본잠식인 경우 셀러들과 소비자들에 대해 경고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연하 기자 yeona@sedaily.com류석 기자 ryupro@sedaily.com김남명 기자 name@sedaily.com김경택 기자 tae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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