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한국경제 발목잡는 부동산금융(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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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00조 불어난 부동산금융 '경고음'...정부 '해법'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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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금융 규모 및 가계부채, 부동산PF 익스포져, 건설부동산업 기업대출/그래픽=김지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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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기준 부동산 관련 대출액이 2681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과 직간접적인 연관이 있는 보증·펀드·리츠까지 합치면 부동산금융 익스포져(위험노출액)은 4100조원을 넘어서 4년 만에 34% 폭증했다. 은행 가계대출의 80%는 주택담보대출에 쏠려 있고, 서민과 지역 대상으로 금융을 공급해야 하는 저축은행·상호금융권은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에만 60조원의 대출을 집행했다.
부동산금융 쏠림현상이 급기야 한국 경제 성장의 심각한 위협 요인으로 작용하자 한국은행과 금융당국이 직접 만나 해법 찾기에 나선다.
건설·부동산업 등 기업대출은 623조3000억원으로 통계를 작성한 2015년 이후 역대 최대 규모다. 부동산 초호황기인 2020년 이후 2금융권 중심으로 부동산 PF 대출도 급증했다. 브릿지론, 토지담보대출 등 부실 위험도가 높은 PF 대출을 마구잡이로 늘려 상호금융권·저축은행 PF 대출은 60조원을 돌파해 은행(48조7000억원)도 추월했다.
국민 재산의 70% 이상이 부동산이라는 점에서 부동산금융의 확대는 어느정도 불가피하다. 문제는 1·2금융, 가계와 기업을 막론하고 쏠림현상이 심각하다는 점이다. 특히 단기간 폭증한 요인 중 하나가 정부의 '묻지마 전세보증'이나 '정책성대출'에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더 심각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3곳의 공적 보증기관이 대출액의 최대 100%까지 전세보증을 해 주면서 전세대출 잔액이 2016년 36조원에서 2024년 200조원으로 뛰었다. '묻지마 보증'은 갭투자(전세 낀 매매)까지 유발해 부동산 시장의 불안요인으로 작동한다. 전세보증이나 정책성대출로 대출 위험을 공적기관에 넘긴 은행은 추가로 발생한 대출 여력을 바탕으로 또 다시 주담대를 늘리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부동산 금융 쏠림 현상은 경제성장의 발목도 잡고 있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부동산으로만 계속 돈이 몰리니 혁신 기업은 투자할 자금을 조달하지 못하고 가계는 대출이자 갚느라 소비를 더 늘릴수가 없다"며 "지나치게 비대해진 부동산금융이 경제성장률 하향 조정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금융당국도 실질적인 해법 찾기에 나선다. 은행들이 주담대와 보증 위주 대출만 계속 늘리는 이유는 자본규제, 건전성 규제와 무관치 않다는 점에 주목한다. 국제기준(바젤3)에 따라 대손충당금과 자본비율을 산출할 때 부도확률(PD)와 부도시 손실률(LGD)이 매우 중요하다. 기업대출은 부도확률이 높다. 가계대출이라도 주담대는 부도시 손실률이 대폭 떨어져 대손비용, 자본비용이 훨씬 덜 들기 때문에 '위험조정수익률'이 가장 좋은 대출이다. 은행이 기를 쓰고 가계대출, 특히 주담대에 올인하는 근본적인 이유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부동산금융 쏠림은 하루아침에 해결될 일은 아니다"며 "금융회사의 역할 재정립을 비롯해 자본규제까지 10년 이상 로드맵을 짜서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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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도 "정상 아니다" 비판한 100% 전세보증..부동산금융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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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자금 대출 잔액(12년 새 31배 증가)/그래픽=이지혜 |
전세대출 보증비율/그래픽=이지혜 |
전세대출 보증과 디딤돌대출·보금자리론 등 정책성대출이 부동산금융을 단기간 4000조원으로 불린 주요인으로 지목된다. 이들은 공통점이 있다. 정부가 주도하는 부동산금융이라는 점이다. 은행은 공공에 대출 위험을 떠넘기는 대신 자본비율이 개선돼 다른 부동산금융을 더 늘리는 여유까지 덤으로 받았다. 특히 전세대출은 보증기관이 100% 보증하고 있어 정부부처에서도 "정상이 아니다"(권대영 금융위원회 사무처장)고 실토할 정도다.
27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5월부터 전세대출 보증비율이 현행 최대 100%에서 90%로 낮아진다. 수도권 전세대출은 오는 7월 이후 전세대출 보증이 추가적으로 더 낮아진다. 정부가 오랜 기간 '무주택 서민 지원'이란 명분에 막혀 건드리지 못했던 전세보증 축소에 나선 것은 그만큼 더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절박함이 담겨 있다.
전세대출은 주택금융공사·주택도시보증공사(HUG)·서울보증보험 등 3곳의 전세보증을 받고 은행들이 취급한다. 보증비율은 주금공이 90%고 나머지는 100%였다. 100% 보증이기 때문에 은행들은 돈을 떼일 염려가 없다. HUG의 전세보증의 경우 전세대출시 차주의 소득심사 절차 조차 없다. 이로 인해 2016년말 36조원이던 전세대출은 지난해 기준 200조원으로 폭증했다. 지난해 말 기준 전세보증 규모는 145조원으로 전년 대비 5조원 늘었다.
전세대출은 무주택 서민의 주거 안정측면에서 긍정적인 역할을 하지만 단기 급증하면서 곳곳에서 부작용이 발생했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전세를 낀 매매인 갭투자가 2020년 이후 '대세'가 됐다. 세입자가 전세보증을 받아 손쉽게 전세대출을 받으면 집주인은 세입자의 보증금을 활용해 작은 돈으로 주택 매매가 가능하다. 전세보증 제도가 취지와 달리 전셋값과 집값을 동시 자극하는 유동성 공급원이 된 것이다.
전세금반환보증 수요까지 덩달아 폭증하면서 HUG는 대규모 적자에 직면했다. 전세금 반환보증은 지난해 말 기준 153조원으로 전년 대비 10조원 급증했다. HUG는 자본비율 급락에 따라 보증여력이 말랐고 재정이 부족한 정부는 영구채 발행까지 허용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다른 보증기관도 부실가능성을 폭탄처럼 안고 있다.
정부는 뒤늦게 올해부터 전세보증 비율 일부 축소에 나섰지만 90%도 여전히 "너무 높다"는 비판이 나온다. 더구나 전세보증을 받을 수 있는 세입자의 소득조건도 없다. 서울보증의 경우 보증 받을 수 있는 전세보증금 상한이 없어 10억원, 20억원 이상 고가 전세도 정부 보증의 혜택을 본다.
한정된 재원으로 지원하는 만큼 보증 대상을 저소득 무주택자, 저가주택으로 대폭 줄이고 보증비율도 50% 이내로 낮춰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실제 국토교통부 산하의 국토연구원은 지난해 12월 연구보고서를 통해 "전세대출 보증은 저렴한 전세주택에 우선 적용하고 임차가구의 경제적 수준을 고려해 서민과 중산층에는 수수료와 이자율을 인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세입자가 아닌 집주인(임차인)의 상환능력을 고려해 부분보증(보증축소)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화순 기자 fireso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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