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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01 (화)

하정우에게 거마비 받아챙긴 '로비'…강말금 "외화 봉투, 기분 좋았다"[TEN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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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아시아=김지원 기자]

강말금 / 사진=텐아시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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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생활을 하면서 법률, 정치, 의학 등 전문직 연기를 많이 못 해봤어요. 그래서 이번에 장관 역할을 맡은 게 좋았어요. 비록 '뇌가 가벼운 인물'이었지만요. 하하."

배우 강말금이 영화 '로비'에서 고위 관료 역할을 맡은 게 만족스러웠다며 웃었다. '로비'는 연구밖에 모르던 스타트업 대표 창욱(하정우 분)이 4조원의 국책사업을 따내기 위해 인생 첫 로비 골프를 시작하는 이야기. 강말금은 로비에 휘둘리는 부패한 '조 장관' 역을 맡았다. 조 장관은 스마트주차장 사업의 결정권자지만, 기술보다는 당장 자신의 손에 쥐어지는 것들에 더 관심이 많은 인물이다.

"캐스팅 제안을 받는 순간이 배우에게 가장 기분 좋은 순간인 것 같아요. 대본을 보니 '컬러가 있는 역할'이더라고요. 안 할 이유가 있나요. 정치인 중에 경남 사투리 쓰는 분들 많으니까 사투리 쓰는 캐릭터로 해보면 재밌을 것 같다고 감독님한테 제가 제안했어요. 제 의견을 들어준 감독님한테 고맙죠."

'로비' 스틸. / 사진제공=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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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영화는 '롤러코스터', '허삼관'에 이은 하정우 감독의 세 번째 연출작이다. '말맛' 코미디 연출에 일가견 있다는 평가를 받았던 하정우. 강말금은 "대본에서는 말맛의 재미가 훨씬 더 풍부했다. 이 장면을 다 넣지 못하고 일부가 편집돼 아쉽다"고 말했다.

"전개는 짓궂지만 결말은 따뜻한 작품이에요. 풍성하고도 디테일한 특유의 말맛으로 따뜻함을 전하고 있죠. 장르가 코미디잖아요. 모자란 인간들의 향연이죠. 이런 풍성하고 왁자지껄한 코미디가 반가웠어요."

강말금은 이번 영화의 감독이자 주인공인 하정우와의 작업이 만족스러웠다고 했다. 하정우에 대해 강말금은 "감독님을 떠올리면 '사랑과 에너지'라는 단어가 생각난다. 감독님이 보여준 사랑과 에너지는 앞으로 배우 생활을 하는 데 기둥이 될 것 같다"며 "배우와 감독을 다하고 있는데, 이 정도면 예술가 아닌가. 배우로 활동하면서 어떻게 연출을 세 작품이나 했나 싶다"고 감탄했다.

"배우로서는 이번 영화 속 그늘집 장면에서 딱 한 번 같이 연기했어요. 감독으로서는 저보다 '큰 사람'이지만, 극 중에서는 창욱이 을이잖아요. 제가 '큰 배우'를 감당할 수 있을까 싶었죠. 하지만 촬영이 시작된 직후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구나 싶었어요. 극 중 을이라는 입장답게 자신을 완전히 낮추더라고요. 감독으로서 힘을 보여주면서도 연기자로서는 자신을 내려놓는 모습이 좋았어요. 연기를 잘하는 감독님인 만큼 모니터로 제 흠이 얼마나 많이 보일지 두렵고 긴장되기도 했죠. 하지만 한순간도 평가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지 않았어요. 애정의 눈으로 모니터링해줬고 디렉팅도 따뜻했죠. 힘이 됐어요."

강말금 / 사진제공=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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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비'는 부분 리딩을 제외하고 전체 리딩만 10번이 진행됐다고. 중간 합류한 강말금은 "저는 전체 리딩 5회 때부터 함께했다. 감독님은 일일이 누군가에게 코멘트하기보다는 전체적으로 지향하는 바를 연기로 보여주기도 했다. 저는 좀 느린 사람이라 그런 방식이 유익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정우의 성의를 보여주는 '로비' 일화를 풀어놓았다.

"그렇게 많은 배우들이 왔다갔다하면 차비가 들잖아요. 많진 않았지만 거마비를 주셨어요. 봉투에 든 돈이 어떤 땐 달러였고 어떤 땐 엔화였어요. 매번 달랐죠. 저는 외국을 많이 못 가서 더 기분이 좋았어요. '외국 가면 써야지' 생각했죠. 매번 외국 돈을 받은 기분 좋은 이벤트가 끊임없이 있었어요. 하하."

강말금은 극 중 부정부패한 관료인 만큼 연기차 호사스러운 경험을 많이 했다는 촬영 비하인드도 전했다. 골프 접대를 받는 것부터 슈퍼카 운전까지 색다른 경험을 많이 한 것.

"골프는 이번에 처음 배웠어요. 정해준 연습장이 있어서 서른일곱번 나갔죠. 지적받은 사항을 항상 메모하며 연습했어요. 극 중 조 장관은 라베가 81(라운드 베스트 기록이 81타라는 뜻)이라 그 정도 실력을 맞추려고 노력했죠. 극 중 스포츠카는 페라리였어요. '포드 V 페라리' 영화에서나 보던 페라리였죠. 제 운전 실력이 동네나 도는 수준이나 저한테 페라리 운전은 '큰 사건'이었어요. 촬영 땐 조금 달리다가 멈춘 것뿐이지만 운전해봤다는 자체가 강렬한 기억으로 남았어요. 다행히 흠집을 내진 않았습니다. 하하."

강말금 / 사진=텐아시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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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말금은 최근 넷플릭스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에 특별 출연해 화제가 됐다. 짧은 등장에도 개성 넘치는 캐릭터로 뚜렷한 존재감을 남겼다. '폭싹 속았수다'는 제주에서 나고 자란 애순이(아이유 분)와 관식이(박보검 분)의 일생을 사계절로 풀어낸 작품. 강말금은 부산의 여관 주인 금자 역을 맡았다. 전과 10범인 금자는 가출한 애순, 관식에게 친근하고 푸근하게 다가가 봇짐과 금붙이들을 털어갔다. 강말금은 톡톡 튀는 열연으로 훈훈한 극에 매콤함을 더했다. 아이유, 박보검과의 촬영에 대해서는 "흐뭇하지 않으려야 않을 수 없다. 아이유, 박보검이 옆에서 양반다리 하고 있으면 당연히 흐뭇하지 않겠나"라며 미소 지었다.

"'폭싹 속았수다'는 많은 분이 공감할 작품이라고 생각했어요. 제가 유년기에 살던 동네에 꼭 그런 아주머니들이 계셨어요. 악다구니 있고, 웃다가도 언제 머리채 잡을 줄 모르는 분들이요. 하하. 대본 보고 재밌게 연기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죠."

강말금에게 대중 매체 연기의 길을 활짝 열어준 건 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 2020년 개봉한 이 작품으로 강말금은 40대에도 각종 시상식에서 신인상을 휩쓸었다. 이후 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 '서른, 아홉', '나쁜엄마', '경성크리처', 영화 '행복의 나라', '말할 수 없는 비밀' 등 쉬지 않고 다작하고 있다.

"한동안 지쳤는데 충분히 쉬며 회복했어요. 이제 '사랑과 에너지'를 들고 다시 시작하려고 해요. 작품 하나하나가 각각의 세계인데, 너무 많이 하면 과부하가 걸릴 테죠. 제가 기꺼이 몸 바치고 싶은 작품들을 잘 골라 더 단단한 마음으로 힘내서 일하려고 합니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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