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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 “北-中 관계개선 징후…러 의존도 지나치지 않게 조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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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파병 특수로 예산 30%인 30억 달러 이득

신압록강대교 공사 재개…대규모 세관도 건설

정부서울청사 통일부 모습. 2022.3.23/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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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러시아와 ‘군사동맹’ 수준으로 밀착한 북한이 올해 들어 중국과도 관계 개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27일 공식 평가했다. 앞서 국가정보원은 올해 초부터 북-중 양국이 관계 개선을 위한 물밑 소통에 나선 첩보를 파악한 바 있다. 양측의 소통이 진행되면서 대외적으로 관련 징후들이 서서히 포착되고 있는 것. 아울러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역점사업인 ‘지방발전 20X10’ 정책에 따라 들어선 지방 공장들이 정상적인 생산 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정부는 평가했다.

● 올해 북-중 신압록강대교 북측 공사 재개

통일부는 이날 배표한 ‘최근 북한 동향’ 자료에서 “북한 외교의 중점은 러시아”라며 “파병 대가를 극대화하기 위해 전방위적 교류를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특히 김 위원장이 서한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각하’로 표현하다 2023년 8월부터 북한 입장에선 의전적으로 격상된 ‘동지’로 칭하고 있다고 통일부 관계자는 설명했다.

북한이 러시아에 제공한 군수물자의 경제적 규모는 30억 달러선으로 알려졌다. 북한 1년 예산이 100억 달러선인 것을 감안하면 한해 예산 30%가량을 지원한 셈이다. ‘러시아 특수’로 북한 당국의 정책 수행능력이 개선됐다고 통일부는 평가했다. 다만 러시아는 아직 이에 대한 대가를 모두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가 파악한 북-중 관계 개선 징후는 나선 지역 중국인 단체관광 추진과 신압록강대교 북측 구간 공사 재개 등이다. 특히 신압록강대교 북측 지역에는 상당한 규모의 세관 시설이 들어서는 정황도 위성 사진에 포착됐다. 북한 세관 면적은 17만2천500㎡(약 5만2000평)로 추정되는데 이는 중국 측 세관 면적(15만㎡)보다 크다. 또한 이는 북-러 간 두만강 화물터미널의 3배 규모라고 통일부는 설명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북중 간 관계 개선 움직임에 대해 “러시아에 대한 대외 의존도가 지나치지 않도록 리스크를 헤징하는 차원이기도 하고 북한 주민들의 민생과 경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중국인 단체 관광을 중국 당국이 허가하지 않고 있고, 중국 고위급 인사들이 북측 인사와 공개적인 교류를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볼 때 본격적인 북-중 관계 개선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봤다.

북-미 관계의 경우 북한의 대미 비난이 조 바이든 행정부 초기랑 비교할 때 늘었지만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관망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대표적으로 김 위원장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담화가 특유의 구어체에서 문어체로 변화했고 조롱섞인 과거 표현들도 사라졌다. 통일부 관계자는 “미국 대북정책이 구체화되지 않아 최대한 자신들의 입장을 반영하는데 불필요한 자극을 줄이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 금야군 등 일부 지방공장 가동 차질

통일부는 위성사진과 내부 소식통 전언 등을 통해 분석한 결과 김 위원장의 치적사업인 지방발전 20X10 정책에 따라 들어선 지방공장 20곳 중 상당수가 본격적인 가동엔 이르지 못한 것으로 평가했다. 이 정책은 매년 20개 시군에 현대적인 공장을 건설해 10년 안에 지방 주민들의 생활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린다는 구상으로 김 위원장이 지난해 1월 직접 발표했다.

실제 함경남도 금야군 등 일부 지방공장이 가동에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통일부는 또 “(지방공장) 준공식 당일 5시간 생산한 이후에는 본격적인 생산에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는 북한 내부 소식통의 전언도 공개했다.

통일부는 지방정책 1년차였던 지난해 노동당 차원에서 20개 공장에 동일한 설비를 일괄 공급한 듯한 정황도 포착됐다고 밝혔다. 재봉틀의 경우 중국산 브랜드가 여러 차례 식별됐는데, 이는 대북 제재 위반이다.

김 위원장이 2020년 연내 완공 지시에도 개원을 못 했던 평양종합병원은 외견상 삼성서울병원과 같은 국내 상급종합병원 규모로 보이고 일반 주민을 대상으로 진료할 것으로 예상했다. 북한 특권층은 봉화병원이나 남산병원 등 별도의 전용 병원을 이용하고 있다고 한다. 북한이 올해 10월 개원을 예고한 이 병원엔 러시아발 중고 의료설비가 지난해부터 일부 반입된 것으로 전해졌다. 통일부는 평양종합병원을 비롯한 전국 각지의 지방공장 건설사업이 속도감 있게 진행되는 데는 러시아의 지원이 작용했다고 보고 있다.

또 통일부는 북한이 노동당 창건 80주년(10월 10일)을 계기로 열병식과 대집단체조 개최를 준비하는 동향이 있다고 밝혔다. 사회주의 친선국가나 단체들을 행사에 초청하는 동향이 포착된 것으로 전해졌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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