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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01 (화)

‘피고인 대통령’ 전례 없어… 법조계도 팽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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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법 취지 감안해도 해석 갈려

“檢, 대통령 흔들지 말라는 취지”

“대통령 직무 전념할 수 있어야”

야당의 유력 대권주자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대통령 신분이 될 경우 진행 중인 재판이 중지될지 여부를 두고 법조계에서도 의견이 첨예하게 갈린다. 재판을 받고 있는 피고인이 대통령으로 취임한 전례가 없어 헌법 84조를 명확히 해석한 판례가 없기 때문이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대표는 전날 2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포함해 5개의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 만약 이 대표가 대통령으로 당선된다면 현직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으로 인해 이 재판들이 중지될지를 두고 헌법 84조 문구뿐 아니라 취지에 대한 해석까지 의견이 여럿으로 갈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항소심 선고를 마친 뒤 의원들과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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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 84조는 “대통령이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여기서 ‘소추(訴追)’가 검찰의 공소제기(기소)만을 의미하는지, 재판도 포함하는지를 두고 문구 해석상의 논란이 있는 것이다.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을 지낸 노희범 변호사는 “헌법의 문언 해석상 ‘소추’는 ‘법원의 판단을 구한다’는 뜻이기 때문에 진행 중인 재판도 당연히 정지된다”고 말했다. 반면 한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소추는 수사와 기소만을 의미한다”며 “‘불재판 특권’이라는 것은 없기 때문에 (현직 대통령도) 당연히 재판을 받아야 한다”고 반박했다.

헌법을 해석할 때 문구 자체에만 얽매이기보다는 입법 취지를 살려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소추’라는 문구가 기소와 재판 모두를 의미한다는 주장은 일반적인 해석이 아니라고 보지만, 이런 헌법 규정을 도입한 취지가 ‘대통령을 형사 법정에 세우는 것 자체가 국가 위신을 훼손한다’는 것이라면 재판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게 맞다”면서 “다만 헌법 84조의 취지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법원이 새로운 판례를 만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노 변호사도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은 대통령이 직무에 전념할 수 있게 한다는 취지인데, 현직 대통령이 재판을 받으러 다니는 상황은 (법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면 입법 취지를 감안해도 재판을 계속 진행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헌법연구관을 지낸 황도수 건국대 교수는 “검찰은 준독립기관이기 때문에 ‘검찰이 대통령을 흔들 수 없게 막는다’는 게 헌법 84조의 입법 취지라고 본다”면서 “공무원들도 형사재판을 받고 (범행이) 밝혀지면 옷을 벗고 나가는데 대통령에게만 면죄부를 줘야 하느냐”고 비판했다.

명확한 판례가 부재한 만큼 이 대표가 대통령으로 당선된다면 이 대표에 대한 재판을 진행 중인 5개의 재판부는 헌법 84조를 각기 해석해 재판 중지 여부를 결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각 재판부의 판단을 바탕으로 대법원이 판례를 형성해야 논란이 종식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유경민 기자 yook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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