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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푸시업하고, 체스 두고…‘로봇 굴기’ 총집결한 중국 중관춘 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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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기술 풍향계 중관춘 포럼 27일 개막

서빙·접객 등 상용화 염두에 둔 로봇 전시

여성형 안내 로봇은 굴곡진 몸매 강조

27일 중국 베이징 중관춘 국제혁신센터에서 열린 중관춘 포럼에서 전시된 서빙 로봇. 박은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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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파탐지 기능이 있는 물고기 로봇, 인간과 장기를 둘 수 있는 로봇, 축구 로봇, 차 끓이는 로봇, 커피 서빙 로봇, 여성 모습의 안내 로봇….

중국판 실리콘 밸리로 불리는 중관춘의 올해 관심사는 단연 로봇이었다. ‘2025 중관춘 포럼 연례회의’가 27~31일 일정으로 베이징 하이뎬구 중관춘 국제혁신센터에서 개막했다.

베이징 북서부 중관춘은 중국 최초의 국가자주혁신시범구가 된 곳이다. 베이징대·칭화대 등 유명 대학과 가까이 있으며 1만7000개 넘는 첨단기술 기업이 밀집해 있다. 2007년부터 해마다 열리는 중관춘 포럼에서는 중국의 혁신기술 향배를 미리 읽을 수 있다.

올해 포럼은 ‘새로운 질적 생산력과 과학기술협력’을 주제로 열리며, 기술 거래, 성과 발표, 첨단기술 대회, 부설 활동 등 5개 영역의 128개 활동이 이뤄진다. 인공지능(AI) 대형 모델과 체화 지능, 양자 기술, 바이오·의약, 6G,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등 첨단 분야를 중심으로 기술과 산업 발전 추세를 논의한다.

올해는 로봇 기업의 참가와 전시가 두드러졌다. 포럼이 열리는 중관춘 국제혁신센터 곳곳에는 다양한 로봇들이 배치돼 있었다.

포럼 조직위원회 총책임자 쉬뤄화는 “이번 포럼에서 우리는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의 적용에 중점을 뒀다”며 “접객, 소통, 접대, 공연, 서빙 등 5개 시나리오에 맞춰 15개 로봇 회사의 100개가량의 로봇을 자원봉사자로 배치해 곳곳에서 전시·체험이 가능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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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중관춘 포럼에서 선보인 서빙 로봇. 박은하 기자.


전시장 입구 카페에서 커피를 주문하면 로봇이 서빙을 했다. 팔만 있는 로봇이 내린 커피를 상반신은 인간형이고 하반신은 기둥과 바퀴로 단순화한 서빙 로봇이 가져와 한 손으로 쓱 내밀었다. 약 20초가 걸렸다. 아직 인간보다 빠르다고 할 수 없지만 커피를 흘리지 않게 운반할 만큼 섬세하게 움직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사람과 함께 체스, 바둑, 장기를 두는 로봇도 인기가 있었다. 실제 로봇이 팔을 움직여 장기 또는 체스 말을 움직인다. 사물에 인공지능을 결합한 기술을 보여준 제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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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중관춘 포럼에서 선보인 체스 로봇. 동일한 로봇이 장기, 바둑 등 다른 보드게임도 상대할 수 있다.


행사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로봇은 부스터 로보틱스가 제작한 축구 로봇 T1이다. 전시장 한켠에 마련된 휴식 구역에 엎어져 있는 키 118㎝가량의 로봇을 보며 “얘는 왜 누워있느냐?”고 묻자 직원은 “너무 일을 많이 해서 피곤해서 쉬고 있다”고 웃으며 말했다.

전원 버튼을 켜자 T1은 30초 후 일어났다. 악수를 청하듯 한 손을 내민 뒤 팔을 들어올려 준비운동을 했다. 싸이의 강남스타일 말춤과 유사한 춤도 췄다. 팔굽혀펴기도 제법 매끄럽게 해냈다. T1이 다시 움직이자 사람들이 구름같이 몰려와 사진을 찍었다. 한 중국 매체 기자는 “작년에 보인 로봇들은 걸음걸이가 불안정했는데 올해는 한층 더 안정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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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중관춘 포럼에서 선보인 축구로봇이 팔굽혀펴기를 선보이고 있다. 박은하 특파원


T1의 가격은 19만9000위안(약 4000만원)이다. 아직 일반에 상용화되지는 않았지만 주로 대학이나 기업 연구소가 연구와 기술개발 목적으로 구매한다. 신경보에 따르면 인간형 로봇 시장의 가장 큰 손은 학교다. 올해 들어 전국 각지의 고등학교들도 수천만원에 달하는 로봇을 교육용으로 구매하고 있다. ‘로봇 굴기’에 대한 중국 전역의 의지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로봇 산업에 기술뿐만 아니라 사회적 관념도 반영되는 모습도 확인할 수 있었다. 로봇 대부분은 성을 알 수 없게 제작됐다. 여성형 로봇은 하나같이 예쁜 얼굴과 굴곡진 몸매를 강조했다. 안내 등 기존의 ‘여직원’ 모습을 대체하는 로봇은 일본 애니메이션 <에반게리온> 시리즈의 전투복을 입힌 모습과 흡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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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중관춘 포럼에서 전시된 여성형 안내 로봇. 관객과 대화할 수 있다. 남성형 혹은 무성형 로봇과 달리 몸매를 강조하는 디자인으로 돼 있다. 박은하 특파원


전시장에는 녹색, 저탄소, 기후위기 해결 등을 강조한 책들도 눈에 띄었다. 린신 중국 과학기술부 부부장(차관)은 지난 20일 포럼 안내 기자회견에서 “세계의 투자자들이 중국을 보는 시선이 ‘세계의 공장 ’에서 ‘혁신의 장’으로 옮겨가고 있다”며 포럼을 발전 이념을 공유하고 글로벌 혁신 규범을 논의하는 자리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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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중관춘 포럼에서 전시된 음파 탐지 가능 물고기 로봇


베이징 | 박은하 특파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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