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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의대생 단일대오…"이제는 돌아가고 싶어요" 목소리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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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이화여대, 부산대, 동국대 의대가 휴학생 복귀 시한으로 못 박은 27일 서울의 한 의과대학 건물로 학생들이 들어가고 있다. 김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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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로 돌아오지 않는 의대생들에 대한 제적 처분이 진행되는 가운데 지난 24일 제적 예정 통보서를 보냈던 연세대와 고려대 의대에서 복학 의사를 밝힌 학생들이 늘어나며 그 비율이 재학생의 80% 수준까지 올라간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 의대 또한 자체 투표에서 '등록 후 투쟁'으로 전환하자는 의견이 66%에 달했고 등록 마지막 날인 27일 700여 명이 복귀했다. SKY 의대의 상당수가 학교로 돌아오면서 다른 의대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집단 휴학 중인 의대생에게 학교로 복귀할 것을 촉구하는 서한을 전국 40개 의과대에 보냈다. 한 권한대행은 "의대생 가운데 수업 복귀를 선택하는 분들은 용기 있는 선택이고 어려운 결정이었다. 복귀를 결심한 학생 여러분께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며 "아직 복귀를 망설이는 분들은 주저하지 말고 강의실로 돌아와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이날 서울대의대의정갈등대응태스크포스(TF)는 전날 오후 10시쯤부터 이날 오전 8시까지 투표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 607명 중 등록에 찬성한 비율이 65.7%(399명)라고 알렸다. 이에 따라 서울대 의대생들은 제적 위험을 피해 일단 학교로 돌아가기로 했다. 다만 학교에 복귀하더라도 수업 거부 등으로 투쟁을 이어가겠다는 계획이다.

연세대와 고려대 의대 역시 복귀 흐름이 거세지고 있다. 연세대의대비상시국대응위원회(비대위)는 지난 26일 밤 1학기 휴학 방식을 '등록 후 휴학'으로 전환하기로 한 뒤 이를 학생들에게 공지했다. 연세대의 경우 지난 21일 등록을 마감하고 24일 미등록생에게 제적 예정 통지서를 보냈다. 다만 학교 측은 28일 최종 제적 처리를 앞두고 여전히 문을 열어놓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이날도 상당수 학생이 막판 등록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고려대 의대에서도 지난 25일 전 학생 대표 5명이 의대생 중 복학생의 의사를 존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힌 뒤 제적 대상 학생들의 복학 상담 신청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려대는 등록 기간 이후 복귀하는 학생들을 받아줄지를 놓고 내부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다른 의대생들 사이에서도 각자도생에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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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와 달리 각 대학이 미등록자에 대한 강경 대응을 강조하면서 학교로 돌아가는 방안을 고민하는 학생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 사립대 의대생 A씨는 "입영일자가 확정되지 않는 한 군 휴학조차 안 받아주는 걸 보면 학교 측의 제적 의지가 엄청 강한 것 같다"며 "등록과 관련해 고민 중이지만 이제는 돌아가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의대생 B씨는 "한때 등록자 명단이 익명 게시판에 올라와서 조리돌림을 당하는 걸 보고 등록을 포기했다"며 "제적보다는 유급이 나은 것 같아 생각이 많아진 상태"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여전히 강경 투쟁을 이어가야 한다는 목소리도 팽배하다. 연세대 의대생 C씨는 "비대위가 내부 의견을 수렴해서 입장을 바꾸기로 한 건지, 아니면 일방적으로 결정한 건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결국 휴학 여부는 개인의 선택에 달린 문제이기 때문에 '등록 후 휴학'에 학생들이 다 따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의대생 D씨는 "1년 이상 휴학했으면 협상이라도 제대로 해야 하는데 정권이 바뀌기 직전에 이러는 건 멍청한 짓"이라며 "연세대에 뒤통수를 제대로 맞았다"고 말했다.

특히 전체 의대생 단체가 일부 대학의 이탈에도 여전히 '미등록 투쟁'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점도 변수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투쟁이 끝난 것이 아니다"며 "나머지 38개 단위는 여전히 미등록을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시의사회도 같은 날 성명을 내고 "대규모 유급·제적 사태가 발생할 경우 의사 면허를 걸고 의대생을 보호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복귀한 학생들이 이후 '등록 후 휴학' 등을 통해 수업을 거부할 경우에는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의대생들의 집단 수업 거부로 교육이 파행을 겪을 경우 정부 측은 2026학년도 의대 모집 인원을 다시 5058명으로 늘리겠다며 재압박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이럴 경우 이미 단일대오가 무너진 의대생들의 투쟁 동력이 얼마나 유지될지 미지수라는 평가다.

[이용익 기자 / 심희진 기자 / 최원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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