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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미술의 세계

지금껏 이런 전시는 없었다 … 겸재 정선 165점 한자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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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 '독서여가도'(1740~1741). 간송미술문화재단·삼성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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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를 대표하는 '진경산수화의 대가' 겸재 정선(1676~1759)에게 금강산은 진경산수화의 출발점이자 평생에 걸쳐 가장 많이 그린 대상이다. 서른 다섯 살이던 1711년 처음 금강산을 여행한 뒤 아름다운 산수의 면면을 섬세하게 그림으로 남겼다. 그때 제작한 화첩이 '신묘년풍악도첩'이다. 당시엔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지만, 이후 그는 여러 차례 금강산 일대를 다니며 자신만의 화풍을 발전시켜 나갔고 점점 세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실경을 단순히 재현하는 것을 넘어 변형과 확대, 축소 등 회화적인 재구성을 통해 자연 경관의 감흥과 정취를 표현해냈기 때문이다.

수많은 금강산 진경산수화 중에서도 18세기 중엽에 그려진 '금강전도'는 정선의 표현기법이 절정에 이른 작품으로 평가된다. 겨울 만폭동(萬瀑洞)을 중심으로 금강내산의 전체 경관을 담은 것인데, 금강산의 수많은 봉우리가 한눈에 들어오도록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본 시점으로 그려진 것이 특징이다. 일종의 회화식 지도인 셈이다. 뾰족한 암산과 나무들이 우거진 토산을 오직 점과 선만을 이용해 뚜렷하게 대비시켜 표현한 점도 눈길을 끈다. 그림을 보면 마치 금강산이 눈앞에 펼쳐진 듯해, 당시 사람들 사이에서는 "금강산을 직접 돌아다니는 것보다 이 작품을 머리맡에 두고 감상하는 편이 더 낫다"는 이야기가 나왔을 정도다.

매일경제

국보 '금강전도'(18세기 중엽). 삼성문화재단


국보인 '금강전도'를 비롯해 조선 회화의 거장인 겸재 정선의 대표작을 한자리에 모은 사상 최대 규모의 특별기획전 '겸재 정선'이 4월 2일부터 6월 29일까지 용인 처인구 호암미술관에서 개최된다. 한국 고미술계 양대 사립기관인 삼성문화재단과 간송미술문화재단이 공동으로 개최하는 이번 전시에서는 국립중앙박물관 등 18개 기관과 개인 소장품을 총망라한 주요 작품 165점을 선보인다. 특히 국가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정선의 작품 12건 중 8건(국보 2건·보물 7건 57점·부산시유형문화재 1건)을 처음 한자리에 모았다는 점도 의미를 더한다. 천원권 지폐 뒷면 그림으로 유명한 '계상정거'(1746)와 정선의 영향을 받은 조선 후기 화가들의 작품도 볼 수 있다.

전시는 정선을 대표하는 진경산수화의 흐름과 의미를 조명하는 1부 '진경에 거닐다'와 진경산수화 외 문인화, 화조화 등 정선이 그린 다양한 주제의 작품을 살펴보는 2부 '문인화가의 이상' 등 크게 두 파트로 나뉘어 펼쳐진다. 전시를 기획한 조지윤 삼성문화재단 리움미술관 소장품연구실장은 "이번 전시는 올해 삼성문화재단 창립 60주년, 내년 정선 탄생 350주년을 맞아 기획됐다"며 "마치 장대한 금강산을 한 폭에 담아내듯 정선의 예술 세계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시장 입구에서 '금강전도'와 함께 관객을 맞이하는 '인왕제색도'(1751·국보)는 여름날 소나기가 내린 후 개기 시작하는 하늘 아래 웅장한 모습을 드러내는 인왕산의 모습을 실감나게 묘사한 작품이다. 물기 어린 거대한 암벽을 진한 먹으로 칠해 양감이 드러나게 했고, 다른 산들은 가는 필선으로 표현해 인왕산의 골격을 두드러지게 표현했다. 또 곳곳에 그려진 소나무와 걷히는 비구름 뒤로 보이는 굴곡진 산봉우리 역시 장엄한 산세를 이루며 생동한다.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이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한 이 작품은 오는 11월부터 2027년 상반기까지 예정된 '이건희 컬렉션'의 해외 순회전 일정으로 이번 전시에서는 5월 6일까지만 전시된다.

처음 금강산을 묘사한 화첩 '신묘년풍악도첩'에 실린 전체 작품도 전시된다. 조 실장은 "30대의 정선이 그린 금강산과 70대의 정선이 그린 금강산을 비교해보면 그 차이가 확연하게 나타난다"며 "초기 작품에서는 실경을 그대로 옮긴 듯한 디테일한 표현이 살아 있는데, 뒤로 갈수록 조금씩 추상화되면서 같은 진경산수화지만 선이 거칠게 그려진다든지, 원근과 관계없이 특정 대상이 확대된다든지, 정서적으로 따뜻한 분위기가 전달된다든지 하는 정선 특유의 화풍이 드러나는 것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제를 부각하며 전체 풍경을 줄여 중심 이미지를 강조한 '축경 화법'이 대표적이다.

정선은 자신이 나고 자란 한양(서울) 북악산 자락 일대과 근교, 지방의 명승지들도 화폭에 옮기곤 했다. 일례로 율곡 이이가 눈 오는 날 소를 타고 절을 찾는 모습을 그린 '사문탈사'에선 건물 벽을 온통 분홍빛으로 칠했는데, 당대 이처럼 다채로우면서도 은은한 색채를 사용한 경우는 정선 외에 알려진 바가 없다.

[송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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