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청 11시간 만 개시, MBK ‘특혜’ 지적
사안의 중대성 감안한 적절한 조치 분석도
이복현 금감원장, 법원에 검사 자료 전달 가능성 시사
김벙주 회장 [MBK파트너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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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심아란·노아름 기자] 서울회생법원이 11시간 만에 홈플러스 회생을 허가한 것을 두고 업계 내 의견이 분분히 갈리고 있다. 회생법원이 홈플러스 최대주주인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의 채무 동결에 ‘프리패스’를 제공했다는 지적과 동시에 피해 범위 축소 차원에서 불가피한 조치였다는 의견도 공존한다. 회생기업 채권자도 주주도 아닌 금융당국이 나서서 법원에 ‘입장’을 내겠다고 예고한 만큼 당분간 혼란이 지속될 전망이다.
47일 vs 11시간, MBK 특혜일까 불가피한 선택일까
지난 18일 국회 정무위원회 현안질의에서 공개된 김용만 더불어민주당 의원 자료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동안 기업들이 회생 신청 이후 법원에서 허가를 받기까지 걸린 시간은 평균 약 47일이다. 반면 홈플러스는 이달 4일 자정에 회생신청서를 제출하고 11시간 만에 법원으로부터 회생 개시 통보를 받았다.
구체적으로 신청 1시간 만에 재판부가 정해졌고 10시간 만에 대표자 심문이 이뤄졌다. 대표자 심문 직후 법원은 홈플러스의 기업회생과 사업계속을 위한 포괄허가를 결정했다. 이는 회생법원의 최단기 의사결정 사례로 기록됐다.
법원이 회생을 허가하는 사이 MBK의 홈플러스 정상화를 위한 ‘자구 노력’의 흔적이 전무한 점도 부각된다. 오히려 MBK는 도덕적 해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홈플러스의 법정관리 3영업일 전까지 자본시장에서 자금을 마련했다. 유동성 공급자에 개인과 일반법인 등 리테일 투자자까지 포함돼 있다. 그러나 MBK는 사건의 발단이 된 ‘신용등급 강등 여부’와 ‘홈플러스 채권이 개인한테 판매되는 사실’을 모두 몰랐으며 기업회생도 급박하게 결정됐다는 입장을 피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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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MBK의 주장이 공감을 얻는 상황은 아니다. 자금 조달을 주관한 신영증권, 신용도를 평정한 한국기업평가를 비롯해 시장 참여자 상당수가 신용도 하락은 예측가능하며 회생은 책임회피 성격이 짙다고 의심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MBK 특혜 의혹을 제기하지만 법원은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고유 권한을 행사한 것이며 이를 제동할 수는 없다.
시장 관계자는 “2~3일 만에 회생을 결정하고 신청서 작성에 필요한 서류를 준비하는게 이론적으로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라며 “회생 법원이 MBK에 특혜를 제공했다는 지적 역시 합리적 측면이 있지만 홈플러스처럼 입출금 단위가 큰 기업의 경우 혼란을 축소하려면 법원의 빠른 의사결정이 필요했던 것도 맞다”라고 평가했다.
MBK는 홈플러스 회생신청 이후 도덕적 책임 시비가 붙자 뒤늦게 변제 의사를 내비쳤다. 김병주 회장은 거래처에 결제대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사재 출연도 약속했다. 문제가 됐던 자산유동화단기사채(ABSTB)도 금융채권이 아닌 ‘상거래채권’으로 정의하겠다고 밝혔다.
ABSTB의 기초자산은 홈플러스의 카드대금 매입채무다. 홈플러스가 롯데·현대카드사의 구매전용카드 사용 대금을 유동화시장에서 마련해 선지급하고 만기일에 맞춰 원리금을 정산하는 식이다. ABSTB의 미상환 잔액은 4618억원이다.
MBK는 ABSTB 투자자에 개인 등이 포함돼 뭇매를 맞자 이를 상거래채권으로 분류해 변제할 것을 약속했다. 물론 조기변제 대상인 거래처 대금 등과 비교하면 후순위 채무다. ABSTB 투자자들 역시 홈플러스 회생계획안이 가동될 때까지 자금이 묶일 수밖에 없다.
금융당국 역시 MBK를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 26일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전단채 변제 발언은 사실상 거짓말에 가깝다고 본다”라며 “MBK가 원금을 보장한다고 했지만 이를 보장할 유동성이 있었으면 회생신청 자체를 안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원장 지적처럼 MBK는 홈플러스의 에쿼티 투자금액 약 3조원이 ‘0원’으로 처리돼도 경제적 손실은 없다고 볼 여지가 있다. 홈플러스를 담았던 3호 블라인드 펀드의 경우 이미 초과 수익을 달성해 출자자에 투자금 분배가 이뤄졌다.
다만 홈플러스 중순위 투자자인 국민연금을 비롯한 주요 출자자(LP)를 간과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국민연금과 MG새마을금고 등은 홈플러스 상환전환우선주(RCPS) 7000억원어치를 보유 중이다. 지급 받지 못한 이자까지 감안하면 액면금액만 1조1300억원에 육박한다. RCPS의 상환권은 홈플러스에 있어 국민연금이 채권자로 인정 받지 못할 경우 변제 순위는 뒤로 밀려 MBK보다 한 발 앞서는 정도다.
업계 관계자는 “김광일 MBK 부회장이 국회 정무위에서 변제 의지를 밝힌 만큼 채권자들의 원금 손실 위험은 피한 것 같지만 국민연금을 비롯한 RCPS 투자자는 여전히 위험에 노출돼 보인다”라며 “질타를 받고 있어 앞으로 2~3년은 MBK가 책임지고 정상화에 노력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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